[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직접 선거를 시행하는 의회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치권의 과제는 단연 ‘표심’을 잡는 일이다. 선거철에 정치인들이 표심을 얻고자 전통시장에서 분식을 먹으며 서민 친화 이미지를 쌓거나, 봉사 활동 현장에 나타나는 것은 이제 의례적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행보에는 교회나 성당, 사찰 등 종교 시설을 방문하는 모습 역시 빠지지 않는다. 같은 신념 체계를 공유하는 종교인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전달하면, 해당 종교인들의 표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종교인들, 소속 종교와 정치 성향은 별개
대한민국 통계청이 5년마다 한 번씩 발표하는 자료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의 종교 관련 통계를 보면, 투표가 가능한 20세 이상 인구 39,025,705명 중 인구 수 상위 3개 종교인 불교 6,882,828명(17.6%), 기독교(개신교) 7,534,115명(19.3%), 기독교(천주교) 3,253,813명(8.3%)로 나타났다(조사 항목 순). ‘종교 없음’은 21,035,239명(53.9%)였다.
통계 결과 비종교 인구 비율이 가장 높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인구 비율을 차지하는 교파가 정치 세력화한다면 정치인 입장에서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수 있다.
흔히 유권자는 같은 종교를 지닌 후보에게 나의 소중한 한표를 행사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통계를 보면 딱히 그렇지만은 않다. 종교인들이 특정 정파나 정치인에게 ‘몰표’를 주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KBS·MBC·SBS 방송 3사가 실시한 2017년 19대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불교인은 홍준표(35.5%)-문재인(33.7%)-안철수(18.7%) 후보 순으로, 개신교인은 문재인(39.3%)-안철수(25.9%)-홍준표(21.5%) 후보 순으로, 천주교인은 문재인(46.6%)-안철수(21.8%)-홍준표(20.1%) 후보 순으로 지지했다고 밝혔다.
전체 출구조사 결과는 문재인(41.4%)-홍준표(23.3%)-안철수(21.8%) 후보 순이며 실제 개표 결과는 문재인(41.1%)-홍준표(24.0%)-안철수(21.4%) 후보 순이었다. 불교는 보수 성향이, 천주교는 소폭 진보 성향이 두드러졌다. 개신교는 대체로 전체 국민의 대통령 후보 지지와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일부 종교 파벌·종교 성향 단체, 정당과 결탁
그럼에도 일부 종교인들이 정치 세력화하여 해당 종교를 대표·대변하는 것처럼 결집하는 경우는 꾸준히 있어 왔다.
이승만 정부 시절부터 보수 개신교인들은 보수 정치권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 왔고, 지지와 혜택을 거래하기도 했다. ‘도를 아십니까’로 유명한 대순진리회는 전두환 정권 시절 노태우 당시 전 문화체육부 장관을 통해 재단법인 설립을 허가받았다고 한다. 대순진리회는 그 대가로 노태우 측에 정치자금을 지원했다고 알려져 있다.
시점을 현재로 돌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점으로 당명까지 바꾼 자유한국당은 박 전 대통령으로 추락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지원 부대를 물색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조용기 원로목사·이영훈 담임목사)나 수원중앙침례교회(김장환 원로목사·고명진 담임목사) 등 보수 성향 대형 교회도 숨죽이는 상황이었다. 앞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보듯이 종교인이라 하더라도 특정 정당에 몰표를 주지 않고, 특히 개신교인은 대개의 국민 여론과 비슷한 정치 성향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단·사이비 종교…특유의 결속력으로 정계·언론 등과 유착
이단·사이비 종교에서는 교주나 집단의 뜻이 절대적으로 따라야 할 지침이나 가치이기 때문에, 조직이 교세 유지 및 확장, 심지어 불법 행위의 면제를 위해 정치 세력 및 언론과 결탁해왔다. 정치 세력 입장에서는 막대한 재정과 인력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이단·사이비 종교 집단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대순진리회를 비롯, 육체 영생 교리나 사기(모략)·성(姓) 포교, 시한부 종말론 등의 교리로 무리한 재산 헌납, 가출, 이혼, 폭행 등이 일어나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만희 총회장)이나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하나님의교회, 구 안상홍증인회·장길자 어머니 하나님, 김주철 총회장) 등의 이단·사이비 종교 역시 조직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몰표를 주거나 언론사에 재정을 지원해 호의적 기사를 게재하고, 정치권으로부터는 축사 등을 받아 대내외 이미지를 강화해왔다.
한편 <그것이 알고 싶다>(SBS)에서 네 차례나 다룬 기독교복음선교회(JMS·교주 정명석) 정명석 교주는 신도인 담당 검사와 국정원 직원을 통해 해외 도피 생활을 이어가다, 끝내 인터폴에 체포되어 국내에서 10년 복역 후 작년 출소하였다. JMS는 기존 기독교 교리를 왜곡하여 교주의 성적 욕망을 채우는 데 활용해왔다. 여신도들이 나체로 교주를 ‘여보’, ‘주님’이라고 부르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외에도 피해자 단체를 통해 교주의 횡령 및 테러 지시, JMS의 군 간부 포섭 실태 등이 폭로된 바 있다.
한나라당 때부터 이어온 이단·사이비 종교와의 유착: 신천지
물론 상호 이익을 꾀하는 관계이기에, 이용 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관계를 끊기도 한다. 한나라당 시절부터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온 신천지마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대선 출마를 노리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나 안철수 당시 대표의 국민의당 등으로 줄을 옮겨 대려는 정황이 나타났다. 현재 신천지는 정당을 가리지 않고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의원실을 수시로 찾아 연을 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신천지는 집단으로 특정 후보에 표를 몰아주며 간부를 새누리당 부대변인으로까지 앉혔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은 ‘새누리당’ 당명을 자신이 지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와 함께 식사 자리를 갖기도 했다.
한나라당 때부터 이어온 이단·사이비 종교와의 유착: 에스더기도운동과 신사도 운동
물론 에스더기도운동본부(에스더·이용희 대표)는 꾸준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선을 준비하며 2007년 결성된 에스더는 ‘인터넷 선교사’라 부르는 인터넷 댓글 부대를 운영하며 가짜 뉴스를 유포하며 여론을 조작해왔다. ‘십자군 알바단’ 사건으로 사법 처리된 윤정훈 목사도 에스더의 주요 인물이었다. 에스더는 2014년 세월호 사건 직후 카카오톡에서 본격적으로 가동한 ‘가짜 뉴스 공장’을 여전히 가열 차게 운영하는 동시에, 박근혜-최순실 스캔들에 맞서 미스바구국기도회를 진행했다. 에스더는 이러한 활동의 대가로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에 43억 원의 자금을 요청하기도 했다.
에스더는 기독교 계에서 ‘신사도 운동’ 또는 ‘신사도주의’라 불리는 이단적 흐름에 있다. 신사도 운동은 ‘직통 계시’, ‘성서 해석의 오류’, ‘복음의 본질 왜곡’ 등의 이유로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총회 등의 주요 교단에서 도입·참여·교류 금지, 극히 불건전한 운동, 예의 주시 등의 결의를 받았다.

신사도 운동은 오늘날에도 사도가 있다는 주장을 근간으로 한다. 사도란 예수 그리스도의 직계 제자들 중 부름을 받아 세상으로 보냄을 받은 사람들로, 신약 성경의 대부분을 저술하였다. 오늘날 새로운 사도가 있다는 주장은, 신사도 운동 지도자들의 저술과 발언이 성경과 같은 권위를 가질 위험성을 내포한다.
지도자들의 권위 강화는 신사도 운동이 항상 신비주의와 결합한다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특별한 지도자가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말씀을 받아 전달한다는 직통 계시가 그 예다. 또한 신사도 운동의 통치 신학(Dominion Theology)은 사탄에게 빼앗긴 정치·미디어·교육·종교·가정·문화 예술·비즈니스 등 세상의 7대 권역을 정복해 사회를 변혁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정복하여 지배한 꼭대기에는 새 사도들이 위치한다. 이 정복 전쟁을 요엘의 군대(Joel’s Army)가 일어나 수행한다.
에스더의 신비주의 성향과 군대식 체계, 정치 활동, 교류하는 해외 인물들 등을 보면 신사도 운동의 특성에 부합한다. 에스더는 이러한 활동으로 극우적 사상을 강화하고 가짜 뉴스를 생산했다. 또한 ‘북한 구원 예수 군대’를 강조하며 자체 수련회인 ‘지저스 아미 컨퍼런스(Jesus Army Conference)’를 개최하고 <지저스 아미(Jesus Army)>라는 잡지를 출판한다. 신사도 운동의 본산지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신사도 운동은 미국의 정치 보수파인 ‘매파’를 예언과 환상으로 옹호해왔다.
하지만 에스더 측은 신사도 운동과 무관하다고 부인해왔다. 가짜 뉴스 유포에 대해서도 신도 일부의 자발적인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형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 소장은 “자신들은 부인하지만, 에스더기도운동은 신사도 운동과 관련이 있다.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단이란 무엇인가
개개인이 조직의 뜻에 절대적으로 따르며 정치 세력에 힘을 실어줄 집단이 있을까. 대순진리회의 예에서 보듯이, 종교의 성격을 띤 단체가 조직적으로 표와 인력·재정을 지원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대순진리회는 증산도 입장에서는 ‘이단’, 사회적으로는 포교를 통해 무리한 재산을 헌납하기를 요구해 ‘사이비’ 종교로 인식된다. 흔히 말하는 이단·사이비 종교는 강한 결집력으로 조직 유지 및 확장을 위해 정치 세력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단·사이비는 무슨 뜻일까. 한자어 이단(異端)은 공자가 <논어> 위정편 16장에서 한 ‘공호이단 사해야이(攻乎異端斯害也已)’라는 말에서 나왔다. 해석이 분분하나 대체로 ‘이단을 공부하는 것은 해롭다’ 또는 ‘이단을 공격하는 것은 손해다’로 풀이된다.
여기서 이단은 ‘다를 이(異)’에 ‘바를 단(端)’ 자를 써 ‘바른 것과 다름’을 뜻한다. 단(端) 자에 ‘끝’이라는 뜻도 있어서 ‘거의 같지만 끝이 다르면 이단’이라는 잘못된 해석도 한국에서 널리 퍼진 바 있다. 공자가 활동하던 중국 춘추전국시대부터 스스로를 정통으로 여긴 유가(儒家)는 노자·장자·묵자 등 나머지 제자백가의 사상들을 이단으로 여겼고, 유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은 송나라 때는 불교를 이단시했다.
한글 성경에서 이단으로 번역한 단어는 의견이나 선택을 뜻하는 헬라어 하이레시스(hǽrĕsis)에서 온 말로, 정통성에 어긋난 다른 의견(교리)을 택해 분열하여 파벌이 일어나는 경우를 뜻한다. 하이레시스에서 이단을 뜻하는 영어 헤러시(heresy)가 나왔다.

종합하자면, 이단을 칭하기 위해서는 정통성이 확립된 구성체가 있고, 구성체의 정통 교리에 비추어 어긋나 분열하여 해를 끼치는 사람이나 집단을 이단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에 국한된 용어는 아니고, 대순진리회의 예에서도 보듯이 다른 종교에도 이단이 존재한다. 불교의 입장에서는 ‘남묘호렌게쿄’로 알려진 창가학회의 이케다 다이사쿠나 발해-후삼국시대 태봉의 궁예도 스스로 미륵불이라 자처한 이단이다. 중세 가톨릭은 이단 재판으로 많은 이들을 처형하거나 파문해왔다.
사이비란 무엇인가
한편 사이비는 종교 차원을 넘어선 사회적 용어다. 한자어 사이비(似而非)는 <맹자> 진심장구하편에서 공자가 말했다는 ‘오사이비자(惡似而非者)’에서 유래했다. ‘닮을 사(似)’, ‘그러나’의 의미로 쓰인 ‘써 이(以)’, 그리고 ‘아닐 비(非)’를 써서 ‘닮았지만 (결국) 아니다’란 뜻이다. ‘오사이비자’는, 맹자가 말하길 공자가 ‘비슷하지만 아닌 자를 미워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이비를 뜻하는 영어 수도(pseudo)는 헬라어 프세도우스(ψεῦδος)에서 유래한 말이다. 프세도우스는 ‘거짓’이라는 뜻으로, ‘허위’, ‘사칭’의 경우에 쓰인다. 사이비 과학, 사이비 역사학, 사이비 의학 등으로 쓰이고, 유사(類似) 과학, 유사 역사학, 유사 의학, 유사 종교 등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어떻게 표현하든 과학·역사학·의학··종교 등이 ‘아니다’는 뜻을 담는다.
‘사이비 종교’라고 할 때는 주로 특정 개인 및 소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종교의 틀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교주(敎主)나 교주격 인물의 권위·돈·성(姓)을 목적으로 정통 교리를 비틀어 사람들을 현혹하고, 사회적 혼란이나 범죄를 자행하는 경우가 많아 통칭 이단·사이비로 묶어서 칭한다. 기존 종교의 가치인 신과 인간, 사회와 소통하며 유익을 끼치고 공헌하는 것과는 달리, 이단·사이비 종교에서는 특정 목적으로 재구성된 교리나 교리 해석에 개개인은 교주나 집단을 위한 결집체의 일원이 된다.
급부상한 전광훈, 어른거리는 신사도 운동 변승우의 그림자
그러던 201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 전광훈 목사라는 이가 당선됐다. 전광훈 대표회장은 이전부터 소위 ‘빤스 발언’을 비롯한 막말과 이단성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전 씨는 현 정부에 반대하면서 해오던 거짓말과 막말, 이단적 발언을 이어갔다. 카카오톡과 유튜브 가짜 뉴스에 혹한 이들이 전 씨의 선동에 종교를 가리지 않고 광화문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의 직함과 대중 동원력에 기성 언론 또한 주목했고, 그의 발언은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중계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전대 대표회장들부터 금권 선거 의혹과 이단 영입으로 분열된 한기총은, 전광훈 대표회장의 도를 넘은 발언에 주류 교단과 단체들이 대다수 탈퇴하여 속 빈 강정이 되었다. 그래도 전 대표회장은 ‘극단적 신비주의’와 ‘신사도 운동’으로 주요 교단들로부터 이단 정죄된 사랑하는교회(구 큰믿음교회·변승우 목사)를 적극 영입하여 몸집을 불렸다. 변승우 씨는 전부터 설교 때 “친북 좌파가 무너지게 기도해달라”고 하거나 전라도 비하 발언으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에서 유명세를 탄 인물이었다.
전광훈의 변승우 영입은 특별한 의미를 띤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이단 대책 기구 관계자는 “2017년 11월 7일 5천 명 집회 주최 후 별다른 영향력이 없었는데, 2018년 8월 15일 광복절 문재인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서 전광훈이 변승우를 소개하면서부터 집회가 대형화가 된 것 같다”고 보았다. 전광훈의 정치 집회 대형화가 변승우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작년 광복절을 기점으로 변승우 측은 한기총, 특히 전광훈과 더욱 긴밀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해 12월 8일 사랑하는교회 입당 예배 및 임직식에 한기총 대표회장 출신들인 길자연 목사, 지덕 목사, 이용규 목사 등이 참석해 설교, 축사, 축도 등의 순서를 맡았다. 전광훈 당시 목사와 전 국정원장이자 법무법인 로고스 소속 변호사인 김승규 장로도 참석했다.
이날 사랑하는교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광훈 당시 목사는 변승우 씨가 이단이 아니라며 적극 옹호했다. 전 당시 목사는 변 씨의 쟁점이 “구원받은 사람이 다시 구원을 잃을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구원론에 대해서 “칼빈주의와 알미니안(아르미니우스)주의 중 변승우 목사는 (칼빈주의의) 장로교와는 달리 (성화(聖化) 중시의) 알미니안적 구원론을 믿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단 문제가 아닌 신학적 입장 차이라는 것이다. 변 씨는 『진짜 구원받은 사람도 진짜 버림받을 수 있다』(큰믿음출판사) 등의 저서에서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올해 5월 30일에 열린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총회에서도 이용규 전 한기총 대표회장이 변승우 씨를 옹호했다. 기성 교단은 2011년 변승우 씨를 ‘성경의 권위 부인’, ‘직통 계시’, ‘정통 구원론 이단시’, ‘자기 우상화’, ‘신사도 운동’, ‘극단적 종말론’, ‘극단적 신비주의’ 등의 이유로 집회 참여와 교류를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기성 총회장을 역임했던 이용규 목사는 변 씨에 대해 “(칼빈주의적) 예정론을 절대 반대해서 (장로회에서 이단으로) 정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결교단, 감리교단, 침례교단은 아르미니우스주의를 따르는데, 장로교단으로 옮긴 변 씨가 공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평소 변 씨가 주장해온 그대로를 읊은 것이다. 『특별히 예언을 하려고 하라』(큰믿음출판사)에서 변 씨는 “저의 신학적인 견해는 (아르미니우스주의인) 존 웨슬리와 거의 100% 일치합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변 씨는 한 설교에서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기독교 교리를 믿는다는 웨슬리를 “무지의 흔적이 역력하다”고 깎아내렸다.
이에 이인규 평신도이단대책협의회 대표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언론 <당당뉴스>에서 변승우 씨를 “웨슬리는 구원의 취소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의 주장과 달리 변 씨는) 웨슬리안이 아니다”, “회개의 의미를 모른다”고 분석했다. 아르미니우스주의자인 웨슬리의 전통을 따르는 감리회의 시각에서도 변승우 씨의 주장은 그릇되었으며, 종교 개혁 전통을 부정하고 오히려 행위구원론을 주창한 이단 사상인 펠라기우스주의에 부합한다고도 보았다. 또 “극단적인 신비주의자이며, 직통 계시와 예언을 정당화하는 명백한 신사도 운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전광훈 씨는 한기총 대표회장이 취임 후 변승우 씨에 대해 이단 해제를 선언하고, 변 씨가 설립한 대한예수교장로회 부흥총회를 한기총에 가입시켰다. 3월 11일 기자회견에서는 함께 나온 변 씨를 두둔했다.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구원의 탈락 가능성을 인정하는가”는 질문에 전광훈 씨는 “인정한다”고 답했고, “사도의 직분이 오늘날에도 유효하다고 본다”고 발언하는 등 변승우 씨와 신사도 운동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전광훈 씨는 광화문 광장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 퇴진 집회를 이어가며 ‘직통 계시’와 ‘예언’, ‘환상’으로 자신의 주장과 권위를 강화하는 발언을 거짓말을 섞어 수차례 쏟아냈다. “하나님께서 국가 대사에 대해서 저에게 보여주신다. 단 한 번도 제가 틀린 적이 없다”고 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습은 신사도 운동과 변승우 씨의 설교 스타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편 사랑하는교회는 “할렐루야! 한기총이 주관하는 문재인 탄핵을 위한 집회에 우리 교회가 적극 동참하기로 했습니다(10월 3일 오후 1시”라는 제목의 전광훈 측 집회 참여 동원 공지 이메일을 신도들에게 보내고 있다. 이단 연구가들을 비판하고 음해하는 이메일이나, 오히려 자신이 음해와 공격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이메일과 게시글도 다수다.
‘내가복음’의 ‘내로남불’
전광훈, 변승우, 에스더 등 신사도 운동의 통치 신학은 ‘거룩한 것과 속된 것’을 구분하는 성속(聖續) 이원론을 기반으로 한다. 일반적인 기독교 세계관이 창조-타락-구속(救贖)-완성 단계로 세상에의 참여적 성격을 띠고 있다면, 통치 신학은 ‘창조’ 단계를 배제하여 세상을 선악 이분법으로 구분한다. 이때 신사도 운동에 참여하는 자신들은 선이고, 반대하거나 나머지 세상은 타락하여 무지하거나 악하다고 인식하여 ‘선한 교회 대 악한 세상’의 대결 구도로 이해한다.
이러한 구분법은 자신들을 악과 싸우는 투사로 믿게 한다. 이러한 신념 체계를 토대로 자신들의 불법이나 불의한 언행은 정당화하거나 가리고, 악이라 믿는 대상은 허위 정보를 씌워서라도 공포감과 혐오감을 조장하기까지 한다. 심지어 정당한 비판이나 지적을 받아도 악의적인 공격이라 여기며, 동시에 자신들을 핍박받는 순교자라 인식하게 한다.

나아가 이들의 이러한 인식은 자신들을 기독교를 대표하거나 기독교 자체로 여기는 성향을 띠도록 한다. 11월 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 현장을 방문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같은 자리에 있던 전광훈 씨를 만났다. 전 씨는 강 정무수석에게 “어용 목사들만 청와대 불러 가지고 밥 먹여주고, 왜 난 안 불러요? 나는 한기총 대표회장이에요”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욕설하며 하야하라는 전 씨가 오히려 초청해달라고 청하는 모습도 모순적이지만, 공식적으로 청와대에 초청받은 목사들을 ‘어용’ 목사라고 폄훼하면서 자신이 한기총 대표회장이라고 대표성을 주장하는 모습에서 그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자신들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놀라워하거나 적대시하는 모습, 그리고 사상이나 인종 등에 따른 차별·배제 논리도 이원론에서 기반한다. 전광훈 씨는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 버릴 거야”, 올해 “한국교회 외에는 나라를 살릴 단체가 없다. 교회만이 할 수 있다. 대대적인 영적 싸움을 위해 10월 25일 오후 3시까지 광화문 광장에 모여 달라. 광장에 안 나오는 분들은 생명책에서 이름 지우겠다”고 발언했다. 정치 이념을 신앙화한 이단성 의혹 인물이 도리어 중세 가톨릭 교황처럼 다른 기독인들을 이단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19대 대선 출구조사 분석에서도 확인했듯이, 같은 종교인이라 하더라도 정치적·정책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보일 수 있으며, 이는 존중받아야 한다. 오히려 전광훈 씨에 대한 부정 평가는 개신교인 85%에 달했다.
정치 편향의 신앙화: 직통 계시·예언으로 극우 주장 강조…이단 새일파·정동수도 합세
전광훈, 변승우, 에스더 등은 자신의 편향된 정치 성향과 주장을 하나님의 뜻으로 전달하며 정치성과 신앙이 결합된 모습을 보인다. 그 과정에서 허위 주장이나 선동, 폭언이 가미되기도 한다. 이런 예는 다른 이단·사이비 종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전광훈 측 집회에서 ‘킹제임스 성경 유일론’으로 이단 결의된 사랑침례교회(정동수) 측과 함께 자주 보이는 ‘새일파’ 신도들이다. 새일파는 교주 이뢰자 사후 새일중앙교회, 여호와새일파, 전철역 출입구에서 『요한계시록 강해』(최대광 저)를 나눠주는 스룹바벨선교회 등으로 분열한 파벌들을 통칭한다.

2007년 인터넷에서 나체의 남성들이 트럭 짐칸에 타고 질주하는 사진으로 유명한 새일파는 그릇된 종말론과 말세의 비밀을 주장하여 주요 교단들로부터 이단 결의를 받았다. 새일파는 공산주의를 성경에서의 ‘마귀’, ‘적그리스도’, ‘붉은 용’이라고 주장한다. 또 북한 등 소위 공산주의 국가들이 말세에 한국을 침공해 전쟁이 벌어지는데, 새일파가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 8월 15일 광복절 전광훈 측 집회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청와대에 뻘건 용이 있습니다”라며 지칭한 바 있다.
이들은 2007년 사진 포착 당시 차량에 ‘멸공 새일’과 ‘2월 20일 오후 6시 북괴 김정일은 남침한다’는 문구를 써 붙였지만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새일파는 현재까지도 광화문 광장에 부스를 차리고 자체 집회를 벌이거나 전광훈 측의 문재인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멸공’이 적힌 차량으로 스피커를 켠 채 광화문 주변을 운행하거나 군복을 입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세월호 서명 부스 건너편에서 집회를 열며 정치 선동을 하기도 했다.
구분할 수 없는 정치의 신앙화, 이단성, 신격화된 지도자의 뜻에 충성하는 군집성의 결합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즉 북한의 대표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미국의 종교계 통계 종합 사이트 어드히런츠닷컴은 2007년 북한의 주체사상(Juche)을 규모로 따질 때 세계 10대 종교에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어드히런츠닷컴은 사회학적 관점에서 주체사상을 명백한 종교로 분석하며 유대교, 일본의 신도보다 신자가 많다고 통계 결과를 밝혔다.
정치 이념을 교리로 한 이단성 띤 집단…기독인들 경계해야
정치 성향이 일치한다고 이단성이 드러나는 인물이나 집단을 추종하는 것은 옳을까. 고대부터 중세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기독교계에서 이단 정죄는 기독교에서 강조하는 구원에서 탈락하는 것을 확증하는 낙인이었다.
신약 성경에서 바울 사도는 이단을 하나님의 나라를 받지 못할 것(갈라디아서 5:19-21)이라 했고, 베드로 사도는 이단을 탐심으로 지어낸 말로 이득을 취해 진리가 비방을 받게 하는 자들로서, 멸망을 스스로 취하는 자들(베드로후서 2:1-3)이라 했다. 한국 교회의 주요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 모임에서는 지난 8월 전광훈 씨를 각 교단 총회에 이단 옹호자로 지정하도록 헌의할 것을 합의하였다. 이미 수년 전부터 변승우 씨는 이단 정죄되었고 에스더기도운동 류의 신사도 운동도 참여 금지 등의 조치를 받은 상태다.
정치 지향성을 미끼로 하는 이러한 이단 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기독인으로서 마땅히 피해야 할 일이다. 더구나 위 인물과 단체가 거짓말을 한다면 더욱 가까이해서는 안 될 말이다.
정치성과 신앙 혼재돼 파악 어렵지만…성숙한 의식으로 분별해야
하지만 우파 신사도의 정치-신앙 운동은 기독인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의 한 교회에서는 한 중직자가 담임 목사에게 전광훈 측 집회에 교회가 참여하자고 요청했다가 반려되자, 화를 내며 해당 교회 출석을 그만두겠다고 하고 광화문 시위대에 합류하는 일이 벌어졌다. 교회라면, 기독인이라면 마땅히 전광훈 측에 동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흡사 ‘이단에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교단 총회에서마저 나타났다.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들의 합의와는 달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과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신수인 총회장) 교단은 전광훈·한기총에 대해 ‘1년간 연구’키로 보류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에서는 합의를 깨고 헌의조차 하지 않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문수석 총회장)에서 전광훈 논란은 “(이단성이 아닌) 정치적 발언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 격론과 표결 끝에 헌의가 기각됐다. 박형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 소장은 “총회에서도 정치적으로 보수와 진보가 나뉘어 다투는 통에 벌어진 안타까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분별력을 갖춰야 할 건 비단 기독인들, 또는 종교인들뿐만 아니다. 과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도 반공을 내세워, 대순진리회와 비슷한 제사비 강요와 교주와의 성 관계를 요구하는 교리 등으로 부정적인 사회적 이미지를 세탁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통일교는 남포에 공장을 짓고 자동차를 생산하고,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지원하는 등 북한 정권과 오랫동안 친밀하게 결탁해왔다.
불과 지난 정권에서도 종교를 빌미로 정치력과 재력을 확대한 예를 찾을 수 있다. 과거 ‘한국의 라스푸틴’ 최태민은 ‘영세계 칙사’, ‘정도령(<격암유록>에 예언된 구원자)’, ‘미륵’, ‘단군’ 등으로 자신을 칭하며 사기 행각을 벌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씨에게 접근해 영적·정서적 지주가 되었다. 이후 놀랍게도 최태민은 개신교 목사로 둔갑하여 대한구국선교단이란 반공 단체의 총재가 되어 부끄럽게도 개신교 교단들을 지휘했다. 대한구국선교단의 명예총재는 박근혜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최태민의 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으로 2대에 걸쳐 이어져, 권력을 등에 업고 부당 이득을 취하며 기업들로부터 돈을 받아오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단초가 되었다.
“탐심으로 지어낸 말을 가지고 너희로 이득을 삼”는 “거짓 선지자”(베드로후서 2:1-3)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정치 성향과 부합한다고 ‘믿음의 대상’으로 삼지 말고, “이것이 그러한가 하여 날마다” 확인하고 고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사도행전 17:11). 기독인들이 믿는 “진리의 도가 비방을 받을 것”(베드로후서 2:2)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독인이나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사이비는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사회 혼란을 야기하며 정치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종교의 영역이라 치부하지 말고,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분석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표를 얻기 위해 거짓말과 막말, 불법 행위로 도덕적·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이들과 가까이한다면 잡으려던 기독교계와 사회의 표심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걸 주지해야 할 것이다. 이미 올해 11월 분별없이 ‘위원장과의 친분 때문에’ 한국 교회에서 참여 및 교류 금지를 결의한 인터콥의 최바울 대표를 강사로 섭외해 논란을 자처한 자유한국당의 향후 움직임이 궁금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