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SNS를 통해 언론상업주의를 비판했으나, 글의 전체 맥락과 무관한 장애인 비하 논쟁으로 번진 모습이다.
추 전 장관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의 자유는 편집권의 자유에서 출발한다”며 “그런데 대한민국 제도권 언론에는 편집권의 자유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재벌언론’과 ‘언론재벌’이 주로 여론시장을 독과점하고 나머지 언론도 광고주인 재벌의 입맛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언론상업주의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 언론은 이미 진실에 근거한 시민의 알권리보다 언론을 지배하는 자본권력과 검찰권력, 정치권력 등 기득권에 편향되어 버렸다”고 썼다.
추 전 장관은 그러면서 코로나 시국에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팩트체크에 충실하려 했던 점을 설명하며, “뉴스공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언론들이 언론상업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유로운 편집권을 누리지 못하고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들이 시민 외에 눈치 볼 필요가 없이 양 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을 타박하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해당 글에서 진실을 외면하는 언론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사용한 ‘외눈·양눈’ 표현이 정치권과 언론,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으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정작 추 전 장관이 지적했던 언론의 편향성 문제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장애인 비하 vs 오독·왜곡일 뿐
논란의 불길이 거세지자 추 전 장관은 26일 “팩트체크는 기본이다”는 제목을 글을 올렸다. 추 전 장관은 “최근 제가 sns에 쓴,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견지해 왔던 ‘진실보도의 정신을 지지하는 글’의 극히 일부의 표현을 놓고, 일부 정치인들이 오독하고 왜곡한 데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일부 정치인들은 ‘외눈’이라는 단어만 쏙 뽑아내 ‘장애인 비하’라고 하면서 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며 “팩트체크는 관심 없이 노골적으로 정치하는 언론들이 득세하는 이 상황에서 일부러 그러는 건지 ‘장애인 비하’로 폄하하여 매우 억지스럽게 만든 것도 유감”이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국어사전을 인용하며 ‘외눈’은 짝을 이루지 않고 하나만 있는 눈, 두 눈에서 한눈을 감고 다른 한 눈으로 볼 때 뜬 눈이라고 풀이된다며, 접두사 ‘외-’는 ‘혼자’라는 뜻도 있지만 ‘한쪽으로 치우친’이라는 뜻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눈만 쌍꺼풀이 있다’, ‘외눈으로 목표물을 겨누다’ 등을 인용하며, 이 표현에서 “‘외눈’은 시각 장애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며 장애인 비하는 더더욱 아니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진실에는 눈감고 기득권과 유착되어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편향성을 지적했다”며 “장의원과 이의원은 문맥을 오독하여 제 뜻을 왜곡한 것”이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과거 발언 소환에 뒤늦은 사과까지
그러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SNS에 추 전 장관이 '시간장애인을 지칭한 것이 아니며 장애인 비하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해명한 데 대해 "추 전 장관이 놓치고 있는 본질적인 것은 비하, 차별, 혐오이냐 아니냐의 판단 기준은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것이다. 성희롱의 판단 기준이 상대방 감정에 달려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주장하며, “얼른 시정하고 사과하기 바란다”고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장혜영 의원을 비판하며, 장 의원과 같은 당인 심상정 전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을 거론했다. 심 전 대표 역시 같은 발언을 사용했다는 것. YTN은 26일 보도에서 심 전 대표가 과거 “재판부의 외눈박이 결정”, “군, 눈뜬장님이었다면 큰 문제” 등의 발언을 소개했다. 정 의원의 말대로라면 심 전 대표 역시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셈이다.
그러자 심 전 대표는 28일 자신의 SNS에 과거 발언에 대한 사과문을 개재했다. 심 전 대표는 “최근 정치인의 장애인 비하 발언과 관련한 논란 중에 저의 과거 발언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며 “차별적 언어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했다. 지난날 저의 발언으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외눈·양 눈 논쟁 속 사라진 언론 문제
계속된 공방 속 추 전 장관이 처음 제기했던 언론상업주의 문제는 사라졌다.
조선·동아·중앙일보는 물론 미디어오늘이나 뉴스톱 역시 언론의 편향성이 아닌 ‘외눈 논쟁’만 집중 조명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7일 정치적 공방에 본질 놓쳐버린 추미애 외눈 발언’이라는 기사를 실으며 강윤택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대표와의 인터뷰를 전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보도에서 해당 표현과 사용한 맥락이 비하표현인지 다루기보다는 비판과 반박을 정치공세의 하나로 다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외눈 발언이 나오게 된 맥락인 ‘언론 상업주의’에 대한 쟁점은 묻혀버린 셈이다.
팩트체크 전문 기관인 뉴스톱도 인권보도준칙을 거론하며 외눈이 장애인 비하 표현인지 아닌지에 집중했다. 뉴스톱은 말미에 “추미애 전 장관의 표현은 양눈과 외눈의 대비를 통해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면서도 “외눈을 사람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차적으로는 비하 표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장애 비하 표현으로 읽힐 수 있는 표현은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맞다”며 마무리했다.
YTN ‘뉴스정면승부’ 진행자이자 미르미디어의 대표 이동형 씨는 27일 자신의 방송에서 해당 논쟁을 거론하며 장혜영 의원의 발언은 말꼬리를 잡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왜 그 말이 나왔는지 그걸 살펴봐야지 이런 식이면 아무런 말도 사용하지 못한다”며 “숲을 보지 않고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꼬투리를 잡은 거다. 이게 무슨 정치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성공회대학교 최진봉 교수도 이동형TV ‘더-워룸’에 출현해 “정말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 그런 말을 했느냐, 안 했느냐를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
‘과학과신학의대화’ 대표이자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우종학 교수 역시 26일 자신의 SNS에 “더 중요한 문제는 언론이 얼마나 균형된 시각을 가졌는가라는 메시지에 있다”며 “‘외눈’이라는 표현이 장애인을 지칭하는 맥락이 아니라 언론을 지칭하는 맥락이었음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인이 아닌) 장애언론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