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청년은 '영끌'해서 비트코인 투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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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청년은 '영끌'해서 비트코인 투자하나
  • 평화나무
  • 승인 2021.04.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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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의 조간브리핑]
서울 중소형 집값 10억…'신분상승 사다리' 사라진 현실에 절망

가상화폐 투자자 대부분은 벼락부자를 꿈꾸지만, 그 반대의 상황은 상정하려 하지 않는다. 99%의 돈이 1%에 몰려 대박이 창출되는 것인데 다 자신이 그 1%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가상화폐는 매우 위험한 자산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 거품을 무색하게 하며 지난 연말 3만 달러에 육박했고, 올 4월에는 6만5000달러를 오가는 등 1년 사이에 10배 이상의 폭등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청춘들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집결한다.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등 주요 4대 가상화폐 거래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투자자 현황을 보자.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는 모두 249만5289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63.5%에 달하는 이들이 ‘2030’세대라고 한다.

손에 쥔 돈이 얼마 없기에 예치금 절대 규모는 작지만 1분기 중 증가율은 전 연령대를 압도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이 8000만원을 넘나들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이달 둘째 주, 20·30세대가 예·적금을 무더기 중도해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국민일보 보도도 이 맥락에서 봐야 한다.

국민일보는 지난해 4분기부터 20·30세대의 예·적금 해지 증감률도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시세 변동을 추종하며 이뤄졌다고 풀이했다.

한 30대 초반 직장인이 한겨레와 한 인터뷰를 보자. “코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투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실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투자 행위가 마치 카지노 홀짝에서 내 손모가지를 거는 것과 같다.” 또 다른 30대 초반 투자자의 말도 듣자. "사실 코인을 믿지 않는다. 돈 넣고 돈 먹기를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묻지마’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3월 현재 청년실업률은 10%를 기록했다. 구직 의지를 잃고 쉰 인구를 뜻하는 '비경제활동인구' 또한 작년과 비교해 3% 늘어나 243만6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미 2015년 이후 ‘부모보다 못 사는 최초의 세대’가 된 청년 세대는 기존의 화폐나 자산 가치에 대한 극한의 불신이 있다.

도덕 교과서에서나 나올 ‘땀 흘려 정직하게 번 돈’으로는 미래 설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기존의 자산 체계를 원점으로 만드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를 일종의 ‘리셋 증후군’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리셋 증후군을 나무위키에서는 이렇게 풀이한다. “컴퓨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리셋버튼을 누르듯이 현실에서도 리셋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증상이다. 1990년 일본에서 처음 생겨난 용어이며 1990년대 말부터 한국에서도 쓰기 시작하였다.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현실의 가혹함에서 오는 도피심리가 주요 원인이다.”

 

이 문제는 청년 세대에게 ‘공정’의 문제이다. 기성세대에게는 부동산, 주식으로 ‘팔자 고치던’ 시기가 펼쳐졌다. 반면 청년들은 집 사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완전히 치워진 상황이다. 기사에서 보듯 신혼부부에게 적합한 서울 중소 평형대의 주택 가격도 10억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당 대표 후보가 대출 규제를 90%까지 풀어줄 테니 빚내서 집 사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손짓도 그러했다. 그 일로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이 폭등해 정권의 기반이 흔들릴 지경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그때와 비교해 집값이 배로 오른 마당이다. 당연히 이 초식대로 집을 사면 빚의 무게가 다르다. 청년에게 이는 무능을 자인하는 꼴로 비친다. 정책의 무능도 있지만, 가상화폐에 몰두하는 그 정서적 배경에 대해 몰이해가 그러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가상화폐 관련 청원은 ‘미래의 기술을 탄압하고 세금만 뜯어가는 파렴치한 정권에게 바란다’, ‘한국 20, 30대 남자들은 평생 노예로 살아야 하나’ 등 격한 주장이 속출한다.

일부 청원인은 "4050 인생 선배들은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적 흐름을 타서 노동소득을 투자해 쉽게 자산을 축적했다"라며 "그들은 쉽사리 돈을 불렸지만 20·30엔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각종 규제를 쏟아 낸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자산 가치는 없지만, 세금은 걷겠다'라는 견해다. 그래서 분노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다시피 한다.

‘글로벌이코노믹’은 극심한 취업난과 집값 폭등으로 ‘계층 이동 사다리’가 무너진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벌어선 집 한 칸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은 ‘영끌’의 동력이 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부총리나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등이 가상화폐에 대해 선을 긋는 이유, 불편하긴 해도 타당성마저 전혀 없는 게 아니다. 이로 인한 손실을 오롯이 개인에게 떠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 구조적 책임을 따지는 일 못지않게 이 광풍의 현실 속에서 개인이 평정심을 갖는 문제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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