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뮤지컬 '드라큘라'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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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뮤지컬 '드라큘라'를 보고...
  • 박종찬 기자
  • 승인 2019.11.28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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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에는 공연의 스포일러성 정보가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면 '뒤로 가기'를 눌러 주세요)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뮤지컬 <드라큘라>(10.05-12.01)는 체코 뮤지컬 원작으로, 국내에서는 13년 만에 재상연하는 작품이다. 대폭 각색된 <드라큘라>에는 시간을 초월한 드라큘라(임태경 분. 이하 27일 공연)과 아드리아나(김금나 분)의 기다림과 근원적 그리움의 해소에서 드러난 예정론에 대한 해석, 저주에도 품어주는 사랑으로 인한 파멸의 저지와 구원 등 기독교적 은유를 찾아볼 수 있었다.

뮤지컬 드라큘라 포스터
뮤지컬 드라큘라 포스터

그중 줄거리를 전반적으로 쥐고 있는 문제 인물은 드라큘라를 적대하는 루치안 헬싱 대주교(김법래 분)다. 15세기 대주교는 재차 십자군 전쟁을 일으키며 ‘용의 기사’로 유명한 드라큘라 백작을 참전토록 한다. 하지만 지난 십자군 전쟁에서 신의 뜻으로 포장된 전쟁 목적이 실은 대주교의 탐욕을 위한 것임을 안 드라큘라는 이를 거부한다. 대주교는 자신만이 신의 뜻을 전하고 행하는 사자라고 주장하나, 드라큘라는 대주교에게 “신을 모독하지 말라”고 일갈한다.

대주교는 나아가 자신의 뜻이 신의 뜻이라며 십자군을 이끌고 백성을 학살하거나 납치해 십자군으로 삼고, 재산을 바치는 백성에겐 겨우 학살을 면하게 해준다. 대주교의 십자군은 드라큘라가 없는 틈을 타 성을 침공해 학살을 자행한다.

대주교가 자신의 탐심을 신의 뜻이라고 왜곡한 위선자였다면, 400년 뒤 19세기 헬싱 가문의 후예인 흡혈귀 사냥꾼 반 헬싱은 자신의 뜻과 열심을 신이 내린 사명이라 믿는 위선자였다. 자신의 성취를 위해 계략과 폭력을 써서 타인을 희생시키고, 자신을 정당화하며 자신의 적을 악마화한다. 흡혈귀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고 마땅히 죽어야 할 ‘짐승’이라 여긴다.

헬싱은 스스로 “선택받은 자”라고 주장하지만, 400년 전 대주교에게 희생되어 흡혈귀가 된 로레인(소냐 분)은 반 헬싱에게 “거짓 선지자”라고 꾸짖고, 드라큘라 역시 “신의 이름을 파는 자”라고 헬싱과 그의 추종자들만 모르는 헬싱의 실체를 밝혀준다.

악역 헬싱의 모습에서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볼 수도 있지만, 시의적절하게 청와대 앞에서 농성 시위를 벌이는 주동자를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역시 자신이 특별한 선지자라고 주장하고 하나님의 뜻을 행한다며 사람들을 선동한다. 나이 많은 여성을 앞세워 청와대에 진격하자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등을 ‘빨갱이’, ‘공산주의자’ 등으로 매도하며 적개심을 태우고, 끌어 내리겠다거나 죽이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집회를 벌이며 가장 기쁜 시간으로 ‘헌금하는 시간’을 꼽고, 청와대에 설치한 헌금함에는 처분 권한을 모두 그에게 위임한다는 문구를 붙이기도 했다.

자신의 추종자들이 행한 폭력 행위에는 모른 척하거나 투쟁이라고 덧씌우고, 받아야 할 처벌은 탄압이며 자신들은 순교자라고 자처한다.

그는 헬싱 대주교처럼 신의 뜻을 운운하는 목사로 알려져 있다. 무대로 나온 주교좌 성당의 꼭대기에는 흔히 알려진 악마의 이미지처럼 두 뿔이 돋아나 있었는데, 목사로 알려진 그가 <연합뉴스>의 카메라에 담긴 사진과 닮아 묘하게 기시감이 들었다.

청와대 앞 집회 연 전광훈 면직 목사(사진=연합뉴스, 2019.06.27.)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연 전광훈 면직 목사(사진=연합뉴스, 20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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