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노조 조석제 본부장 "전광훈 죗값 치르는 것이 사법 정의 바로 세우는 일"

[평화나무 권지연·박종찬 기자] 경찰 소환 조사에 처음으로 응한 전광훈 씨가 내란죄 혐의 등으로 처벌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광훈 씨(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는 12일 종로경찰서 앞에서 취재진에게 “(시위대가) 폴리스라인을 넘은 사건을 내가 배후에서 조종하고 지휘했는지에 대해 조사를 받으러 왔다”며 “그동안 조사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안 왔다”고 밝혔다.
또 “(나는) 연행된 탈북자들과 관계도 없다”면서 “앞으로도 내란선동 혐의로 출석하라고 하면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전 씨는 10월 3일 개천절 집회에서 ‘청와대 진격’을 주도하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집시법 위반 처벌은 전 씨가 얼마나 폭력 시위에 관여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집시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전 씨의 비서실장 이은재 목사가 순국결사대 총사령관으로 호명되면서 책임을 지려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광훈 씨는 시위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모의를 직접 해왔다.
전 씨는 9월 26일 '청와대 진입 순국결사대 모임'을 열고 “여러분에게 사다리를 다 줄 것이다. 버스 위로 올라가야 한다. 무조건 버스를 뛰어 넘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아울러 “탈북자들이 가장 선발대로 목숨을 건다고 자원해 왔다”고도 강조했다.
전 씨의 구체적인 행동 지침 하달은 9월 28일 집회에서도 반복됐다. 8월 26일에는 청와대에 들어가 대통령을 끌어내릴 순교자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 ‘순국결사대’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고, 경찰이 명단을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전 씨는 집시법 위반뿐만 아니라 ‘청와대 진격’ 등으로 인한 내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정치 집회에서의 헌금 모금으로 인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도 고발당한 상태다.
JTBC 뉴스룸은 전 씨가 집회 현장에서 헌금을 빌미로 돈을 걷으면서 재정신고나 공개를 하지 않은 것과 관련, 기부금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내란선동죄로 처벌받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봤다. 내란죄로 처벌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구호를 외치는 것을 넘어 시기와 방법, 역할 분담도 입증돼야 한다는 것.
그러나 전 씨의 말과 행동 속에는 이미 단순한 구호를 넘어 내란선동으로 볼만한 요소들이 명백하게 존재한다..
전 씨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총살감’이라는 막말을 쏟으면서 ‘문재인 하야’를 주장하고,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했다. 처음에는 3월 1일을 언급했고, 6월 11일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앞에 텐트를 설치하면서는 8월 15일을 D-DAY로 잡았다. 이후 10월 3일을 실행 날짜로 언급하면서는 예행 연습까지 시행했다. 이날 현장에는 문 대통령을 담아 끌고 오겠다며 뒤주까지 등장했다.
언제든 목숨을 내던질 순국결사대를 대대적으로 모집한 것이나, 총사령관으로 이은재 목사를 임명한 것도 구체적인 역할 분담의 증거로 보인다.
특히 <평화나무>는 전 씨가 애초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고령자를 중심으로 순국결사대를 모집했으며, 그 숫자가 500명에 달한다는 순국결사대의 증언도 확보했다. 순국결사대가 유서까지 썼다는 증언은 매우 충격적이다.
전 씨는 또 이를 통해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끄는 것을 넘어 기독교 제국주의를 꿈꾼 정황도 드러난다. 전 씨는 최근에도 여러번 “바티칸 교황청을 본딴 세계 기독청을 건립이 이미 시작됐다. 이를 황교안 대표가 총리 시절에 이미 브리핑 했다”고 주장했다. 9월 26일 순국결사대 모임에서는 제작 비용이 3천만원 투입됐다며 세계기독청 조감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남국법률사무소 김남국 변호사는 “내란죄라는 것은 구속 여건이 성립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그동안 전광훈 씨의 발언과 행동을 따져봤을 때 내란죄라고 추정할 수 있는 간접적인 증거와 구체성을 띄는 행동이 많다”며 “수사 전부터 혐의가 성립되기 어렵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전 씨의 행위에 대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란 선동’으로 9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의 형평성 논란도 거세질 수 있다.
법원노조 조석제 본부장은 “이석기 전 의원은 국가를 전복하자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일방적으로 짜맞춘 녹취록으로 유죄가 선고 됐다"며 "그런데 전 씨는 광장이라는 공개된 장소에서 ‘문재인의 목을 따자, 현 정부를 뒤엎자’는 발언을 수없이 해왔고, 집회 참석자들의 호응을 유도해 왔다. 이는 명백하게 내란 선동 구성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이어 "전광훈 씨가 죄값을 달게 받는 것이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