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감도ㆍ홍보영상’만 있는 세계기독청…‘제작 중단’ 이승만 영화 닮은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전광훈 씨가 보석으로 석방된 이후 최근 ‘문재인 탄핵 유튜브 애국 국민대회’와 주일예배에서 세계기독청 관련 언급이 부쩍 늘며 헌금을 유도하는 일이 많아졌다. 심지어 국민일보에는 4일자로 ‘세계기독청 건립’ 전면광고를 싣기까지 했다.
듣도 보도 못한 세계기독청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이유는 다름이 아닌 ‘돈’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부정선거로 규정해 강경 투쟁을 선포하고 매주 집회를 진행하는 전 씨와 그의 측근들의 입장에선 세계기독청 건립을 위한 ‘특별헌금’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재원 중에 하나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나름의 명분으로 주장하는 바는 명확하다. 한국에 세계기독청을 건립해 개신교 성지로 만들면 로마의 바티칸,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못지않은 관광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씨는 전면광고에서 “로마 바티칸으로 인하여 관광객이 1천만명이 몰려오고, 사우디 메카를 통하여 1천만명의 관광객이 몰려오고 있다. 전 세계 정치, 경제, 문화, 사회, 군사, 교육을 주도하는 기독교 개신교는 세계적 성지가 공중에 떠 있다”며 “대한민국에 세계적 개신교 기독청을 설립하면 연 1천만명의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며 대한민국은 즉시 GNP 5만불을 넘어설 것이다. 일 년 내내 월드컵과 올림픽을 진행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최근 ‘문재인 탄핵 유튜브 애국 국민대회’와 사랑제일교회 주일예배에서도 유난히 세계기독청 관련 언급이 늘고 있다. 특히 헌금 시간에는 세계기독청 건립을 위한 특별헌금을 노골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2일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국민대회에서 조나단 목사는 세계기독청 건립을 위해 헌금해줄 것을 유튜브 시청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마음에 힘닿는 대로 옥합을 깨뜨려서 눈물로 하나님 앞에 헌신해달라. 예수한국, 복음통일을 통해서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전광훈 목사님의 뜻이 더 빨리 실현될 줄로 믿는다”며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찬송하면서 정성껏 함께 헌금에 동참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국민대회 다음날인 지난 3일 주일예배에서도 세계기독청 건립을 위한 기도가 이어졌다. 그 주인공은 이번에도 조나단 목사였다.
대표기도를 한 조나단 목사는 “이곳에서 우리가 연합하여 이것으로 멈추지 아니하고 이승만광장으로 달려간다. 수천만이 모여든 환상이 보인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며 “그래서 세계기독청 건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전 세계를 향하여 주의 복음의 빛을 비추기 원한다. 예수한국, 복음통일이 되기를 원한다. 북한을 살려내기 원한다. 그래서 전 세계 복음화를 이루며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맞이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전광훈 신학’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며 최근 사랑제일교회 주일설교를 도맡아 하고 있는 김동환 목사도 세계기독청 건립을 위한 헌신을 강조하긴 마찬가지였다. 자신부터 모범을 보이겠다는 듯 최근 출간한 책의 인세 전액을 세계기독청 건립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전광훈) 목사님 이 책이 10만부 팔리면 1억 5천만원 헌금할 것이고 100만부 팔리면 15억원 헌금한다. (전광훈) 목사님 저 15억원 헌금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김 목사는 “세계기독청, 이것은 하나님의 더 나은 부활을 위해서 썩을 것을 심기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제가 이 책 팔린 모든 인세 전액은 세계기독청 건립에 다 헌금할 거다. 이것이 영어로도 번역돼서 수많은 영혼들에게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보여주는 증거하는 책이 되도록 기도해달라”고 했다.
예배를 마치는 순간까지도 세계기독청 건립을 위한 헌신을 당부했다. 박중섭 목사(사랑제일교회)는 “여러분들이 하시는 헌금은 세계기독청과 이 나라 이 민족 예수한국, 복음통일 이루는데 크게 쓰임 받을 줄로 믿는다”고 했다.
‘마이너스의 손’ 전광훈, 세계기독청은 건립될 수 있을까?
세계기독청 건립 계획은 지난해 9월 26일 열린 ‘10.3 청와대진입 순국결사대 모임’에서 처음 언급됐다. 전 씨는 이 당시에도 “가톨릭은 바티칸 때문에, 사우디는 메카 때문에 밥 먹고 산다. 중국은 만리장성 때문에 밥 먹고 산다. 1년에 관광객이 1천만명이 온다”며 “대한민국에 기독청을 지어놓으면 매일같이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개최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 주 12만명씩 5성급 호텔에서 훈련하는데 1천만불씩 가지고 들어오면 GNP가 5만불에 부수적인 수익이 한 주에 100억이 된다”고 주장했다.
당시 모임에서 전 씨는 세계기독청을 공짜로 지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대기업들에게 면세점 10년 무료 운영권을 주는 대신 건설에 들어가는 자금을 대기업으로부터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때가 되면 내가 여기 계신 분들에게 새우깡 사주겠다. 지혜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다. 여기서 (세계기독청 건립으로) 일자리가 1만개 발생하면 여기 계신 분들은 수위로 일하고, 여목사들은 설거지하면 된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3일 ‘문재인 탄핵 10.3 국민대회 및 비상국민회의’에서도 세계기독청이 언급됐다. 소위 ‘국민재판’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자체 결의하고 전 씨를 국민혁명의장으로 추대한 촌극이 벌어진 집회였다. 전 씨는 ‘이승만광장’에 모인 국민들이 지지해준 사안이라며 세계기독청 건립과 함께 ▲자유민주주의ㆍ자유시장경제ㆍ한미동맹ㆍ기독교입국론 반대세력 척결 ▲박근혜 전 대통령 완전 석방 및 원대복귀 후 명예 은퇴 ▲‘주사파’ 고무 찬양ㆍ동조자 처벌 ▲이승만 기념관 건립 및 광화문광장 명칭 이승만광장으로 변경 ▲북한 찬양자 북한으로 이주 ▲4월 15일 대통령ㆍ국회의원 동시 선거 및 개헌 투표 등을 자체 결의했다.
늘 자신만만한 태도로 세계기독청 건립을 추진하던 전광훈 씨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계기독청 건립을 위해 “헌금하지 않아도 된다”에서 “1200만 성도들이 1만원씩만 내면 세계적 역사를 이룰 수 있다. 성령이 감동을 준다면 다음 주에 1만원씩 헌금을 하자”고 건축헌금 모금을 본격적으로 독려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29일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광화문 이승만광장 주일연합예배’에서도 예배에서 걷은 헌금 전액을 세계기독청 건립에 쓰겠다고 밝혔다.
전 씨는 “여러분이 하신 이 모든 헌금은 우리 세계기독청을 짓는 대로 투입할 것”이라며 “저 바티칸, 그 다음에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미드, 사우디의 메카를 능가하는 세계기독청을 3년 안에 완성하자. 하나님이 모든 일을 지금 다 하시려고 한다”고 했다.
‘예수한국, 복음통일’을 위해 건립을 추진 중이라는 세계기독청은 과연 완공될 수 있을까. 전광훈 씨가 과거 거창하게 추진했던 사역과 사업들의 현재를 살펴보면 세계기독청 역시 흐지부지 마무리될 가능성이 무척 커 보인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건국대통령 이승만 영화 제작’이나 ‘선교은행ㆍ카드 사업’을 비롯해 보험, 휴대폰, 상조회사, 꽃 배달까지 다양한 사업을 시도했지만 지금은 흔적조차 알 길이 없다. 세계기독청 홈페이지에서도 조감도와 홍보영상만 있을 뿐 구체적인 추진 일정이나 부지 선정, 재원 마련 계획은 찾아볼 수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