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나무 정병진 기자] 파주시선관위가 교회 예배 설교 시간에 특정 정당지지 호소를 하여 선거법을 위반한 고병찬 목사(파주 운정참존교회)에 대해 ‘공직선거법 준수촉구’ 처분을 하였다. 4.15 총선이 임박한 가운데 비슷한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종교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고 목사는 지난 1월 29일 수요예배 설교에서 기독자유당과 자유통일당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했다. 이 같은 발언 사실은 고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의 유튜브 채널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고 목사는 “지금은 자유민주주의 시대기 때문에 목회자는 반드시 정치에 관여해야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지난 30년 동안 우리 기독교가 기독자유당 통해 네 번이나 도전했지만 안 됐다. 우리가 딱 12만 표 부족했다”며 “이번에 연동형 비례제, 잘 활용하면 얼마나 좋겠느냐. (국회에) 기독교인 수십 명을 (넣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고 목사는 “다른 게 아니라 우리는 동성애법, 젠더, 성 평등 조례안, 동성혼, 하여튼 동성애, 두 번째 주사파, 공산주의만큼은 허락이 안 된다”며 “이 두 가지를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만큼 사상화되고 목숨을 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 불신자들은. (그러나) 우리에겐 이유가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우리는 목숨 걸어야 한다. 하나님 말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 목사는 또 “이거 연동형 비례제 일어났을 때, 이거 잘 됐다, 257개의 국회의원, 257개 지역은 아니, 참여 안 한다지 않나. (기독자유당이) 지역구는 사람 안 낸다지 않나, 비례제만 하겠다 그랬잖나”라며 기독자유당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계속 이어갔다.
고 목사는 “마귀는 지금 항복하고 있다”며 “마귀는 벌벌 떨고 있다. 이제 우리 기독교가 일어나고 있다. 기독교가 불같이 일어나지않나. 기독교가 주관자가 돼 움직이고 있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기독교가 원내에 진입하려고 해도 안 됐는데 이제는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며 “그게 연동형 비례제다. 얼마나 감사한가. 기독자유당 기독교인 다 뽑고, 나머지 분들은 자유통일당 찍고 그러면 비례제 우리가 다 할 수 있지 않나.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라고 두 정당의 지지를 호소했다.
선관위는 이 같은 고 목사의 설교 발언을 선거법 위반으로 보고 지난달 말 ‘공직선거법 준수촉구’ 처분을 내렸다. 고 목사의 해당 발언이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법 제83조 제3항)는 규정에 위반된다고 본 것이다.
또 고 목사가 마이크를 사용해 이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은 “누구든지 선거법 규정에 의해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거운동을 위하여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없다”(법 제91조 제1항)는 규정 위반이라 보았다. 아울러 고 목사의 이 같은 행위가 선거운동 기간 개시일인 4월 2일 이전에 이루어졌기에 ‘선거운동 기간 위반 죄’(법 254조 제2항)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단법인 평화나무(이사장 김용민)는 지난달 13일, 선거법 위반 언행 혐의가 있는 목회자 12명을 경찰서와 선관위에 고발(신고)하였다. 이들 중에는 고병찬 목사도 포함됐다.
고 목사는 3월 20일 설교에서 평화나무가 자신을 고발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저는 솔직한 얘기로 감옥 한번 가고 싶다. ‘옥중에 매인 성도나 양심은 자유’, 진짜 옥중에 가서 양심의 자유 한번 얻고 싶다. 잘난 체하고 똑똑해서 그런 게 아니라 제 생각은 이건 뭔가 잘못됐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진짜 안전한데, (방역을) 더 철저하게 하는데 왜 교회를 이렇게 잡으려고 할까”라며 “답이 나온다. 그래서 싸우는 것이다. 언제는 교회가 칭찬 들었나”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를 위한 모이는 예배 중단 권고를 두고 ‘교회 탄압’이란 프레임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자신을 마치 신앙 양심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감옥에 갇힐 위기에 놓인 사람처럼 호도했다.
고 목사는 선관위 조사 이후인 3월 29일 설교에서는 “(선관위 조사 때문에) 위축이 되려고 한다”며 “고발 하니까. 그게 돈이 들어간다. 그런데 하나로 싹 이겨야 되겠더라. 그래서 선관위에 ‘저는 사실 큰 교회도 아니고 돈이 없다. 고발하면 저는 그대로 (감옥에) 들어갈 것이다. 들어가서 선관위 위원장님 위해서, 지도계장님, 내가 평생 기도해 드리겠다. 평생 기도해 드리겠다. 나를 제발 좀 고발해 달라. 나는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교인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 말을 들은 선관위 관계자가) 가만히 있더니 ‘제가 하여튼 지혜롭게 하겠습니다’ 하고 가시더라”라고 했다.
한편 선관위의 ‘선거법 준수촉구’ 처분은 “현재 선거법 위반 사실은 존재하나 경미한 경우로 행위자가 즉시 법 위반 사실을 수용하는 등 개전의 정이 현저한 경우”에 하는 행정 처분이다. 하지만 선관위가 ‘선거법 준수촉구’로 그쳤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동일 사안을 놓고 경찰이나 검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재판에 넘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