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외면하던 언론에 유감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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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외면하던 언론에 유감을 표한다
  • 박종찬 기자
  • 승인 2020.02.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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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찬 평화나무 기자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주범이 신천지로 드러나자, 최근 언론에서는 신천지의 코로나19 대응과 아울러 신천지가 어떤 집단인지를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신천지가 외부 공지와 내부 명령을 달리하고, 신도 수와 명단 제출을 거부하거나 감추고, 방역 요청에도 건물 문을 잠그고,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자가 격리 조치를 무시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동선을 말하지 않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고, 이 대응이 신천지 집단의 체계, 교리,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덕분에 기독교계 이단·사이비 종교 전문가들과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신강식 대표) 등 피해자 단체가 빗발치는 언론들의 취재와 자문 요청에 바빠졌다. 특히 피해자 단체가 적극적으로 자료를 공유했다. 가족들이 신천지의 위장 포교로 속아 아직까지 신천지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피연 등은 신천지에 빠진 가족으로부터 고소를 받으면서도 각 신천지 센터, 신천지 본부, ‘복음방’, 이만희 교주 별장, 정권 교체 직후 더불어민주당 당사, 청와대, 교주 수사가 이첩되고 수개월째 수사 진행이 안 되는 안양검찰청 등지에서 기자회견과 시위를 이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신천지 사태 이전까지 언론에서 ‘신천지’는 금기어나 다름없었다. <PD 수첩> 등 시사 고발 프로그램에서 몇 차례 다루고 시민 피해도 잇따라 일반 시민들도 어느 정도 신천지를 알고는 있었지만, 정작 뉴스에서는 올라온 바가 딱히 없었다. 신천지가 매년 대관 문제로 기관들과 충돌하며 불법 집회를 열고, 성으로 포교한 행각이 드러나고, 탈퇴자가 집단 폭행을 당하고, 수많은 복음방과 센터들의 학원법 위반, 횡령·탈세·미행·납치·감금·폭행은 물론 조직적 선거 개입 등 굵직굵직한 범죄 사실이 드러나고 의혹이 제기되었어도 말이다. 

어쩌면 언론에 있어 ‘신천지’는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사람 ‘볼드모트’나, 직전 정권 비선실세였던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아버지인 교주 ‘최태민’과 같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1995년 드라마 <제4공화국>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최태민 목사가 박근혜의 후광을 얻고 지나친 짓을 하고 있다”고 언급한 뒤, 한 차량이 <제4공화국> 촬영장을 덮쳐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쳤다. 가해 차량은 음주 운전으로 보도되었다.

언론에 실린 신천지 옹호 기사들(사진=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홈페이지 사진 모음)
언론에 실린 신천지 옹호 기사들(사진=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홈페이지 사진 모음)

언론은 신천지 피해 가족들의 호소를 무시하는 대신 신천지를 홍보해왔다. 신천지의 입장을 반영한 기사를 싣거나 광고를 게재해온 것이다. 최근까지 신천지 홈페이지 첫 화면은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 경인종합일보, 경기일보 등에 나온 신천지 홍보 기사를 배치했었다. 대개 한 면을 다 채운 홍보 기사들이었다. 이외에도 신천지 홍보 기사는 경향신문, 프레시안, 서울신문 등에도 실렸다.

신천지를 단순히 홍보하고 칭송하는 것을 넘어, 신천지가 ‘강제개종’의 피해자라는 신천지의 입장 그대로 기사가 실리기도 한다. ‘강제개종’은 이단 상담 등으로 신천지를 탈퇴하는 것을 말한다. 신천지는 이 과정에서 납치, 감금, 폭행이 있다고 허위 주장을 이어오고 있다. 이와 같은 신천지 대변 기사는 지방 언론으로 가면 훨씬 심화된다.

신문뿐 아니라 YTN 등 방송에도 신천지나 신천지 매체 천지일보 광고가 송출되기도 했다. 버스 광고, 수원역 전광판, 기타 전철역 기둥 광고 등 신천지나 천지일보 광고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전피연 등은 언론·매체에 신천지 광고나 옹호 기사가 나올 때마다 신천지의 반사회성을 알리며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피해 가족들은 JTBC 사옥 앞에서 기다리다 퇴근하는 손석희 사장을 만나기도 했다. JTBC가 세월호 사건 취재에 적극 나서며 억울한 피해자들의 편에 서는 방송으로 유명한 때였다. 손석희 사장은 피해자들의 호소에 “신천지가 뭡니까?”라고 묻고 내용을 들었다. 하지만 이후 수년간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JTBC에서 신천지를 다루는 일은 없었다.

언론이 아쉽다. 2만 명이 넘는 자녀들을 돌려달라는 신천지 피해 가족들의 호소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가해 세력을 홍보해오다가, 코로나19 국면에 이르러서야 취재에 나서며 기독교계나 기독교계 언론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자료나 수년 전 보도했던 내용에 [단독]을 붙여가며 쓰는 모습에 씁쓸함을 느낀다. 관련 지식이 없어 한 언론은 전문가와 통화 후 신천지의 ‘다대오지파’를 ‘다대오집하’로 쓰기도 했다.

그런데도 피해 가족들은 언론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하루 빨리 반사회단체 신천지가 일반에 알려지고, 신천지에 빠진 가족들이 돌아오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경기도 자문과 언론을 담당하는 한 전피연 관계자는 “공영 방송에서는 기본 자료도 신기해하네요”라며 허탈히 웃었다. 그동안 언론 제보를 수년째 해왔던 터였다.

전피연은 2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신천지를 고발했다. 기자회견은 기독교계 언론을 넘어 처음으로 일반 언론에도 보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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