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비판하면) 하나하나 벌떼같이 달려들어야” 교인 선동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104회기 총회의 무리한 봐주기로 사실상 명성교회 세습의 길이 열렸다. 김삼환·김하나 목사는 총회 직후 교회 중직 또는 성도들 앞에서 “이번 총회에서 세습 문제가 종결됐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명성교회는 지난 29일 예배 주보와 명성교회 소식지인 ‘밝은 소리’ 1면을 통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이뿐 아니라 김하나 목사는 3부 예배 설교에 앞서 관련 소식을 화면에 띄운 후 “무슨 말을 하기도 조심스러운 때”라고 운을 떼고는 “104회기 총회에서 수습전권위원회가 구성되는 안에 총대 재석 1142명 중 1011명이 찬성했고, 수습전권위원회가 제안한 수습안이 총대 재석 1204명 중 920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와 총회의 현안이었던 명성교회에 대한 모든 문제가 종결됐다는 것이다.
수습안에는 지난 8월 5일 총회 재판국의 ‘명성교회 세습 무효’판결을 수용할 것. 명성교회에서 제기한 재재심은 취하할 것. 향후 2021년 1월 1일부로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 위임목사로 청빙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올해 가을 노회에서 명성교회 세습반대를 위해 애써온 김수원 목사를 노회장으로 추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단, 김수원 목사는 노회장 재직 시 명성교회에 어떤 불이익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단서가 달렸다. 또 누구라도 법을 잠재하고 결정한 사안에 교회법과 사회법에 의거해 고소·고발·기소제기 등 일절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김삼환 목사는 총회를 마친 다음 날인 27일 구역장 교육 모임에서도 “그동안 우리교회가 가지고 있었던 (세습) 문제는 총회를 통해 해결됐다”며 “딱 1년 만에 이렇게 된 것은 기네스북(감)이다. 성령이 역사하시고 기도해 주시는 것”이라며 자축했다.
김삼환 목사의 이날 발언에서는 그의 속내가 여러 각도에서 읽힌다. 그간 ‘세습’이란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김삼환 목사는 총회를 앞두고 매우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총회 둘째 날인 24일에는 총회 현장을 직접 찾아 총대들에게 머리를 숙여가며 “명성교회를 잘 살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그의 사과와 호소가 세습을 관철하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날 김 목사의 발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삼환 목사는 이날 본인이 저자세로 나서면서 교단과 척을 지지 않고 총대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오정현) 사랑의교회 (목사)는 대법원에서 판결을 내려 (예장합동) 목사가 안 된다고 하는 것을 총회가 법을 만들어 다 살려줬다”며 “그런데 우리 총회는 오히려 (세습금지)법을 만들어서 (명성교회를)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잘했다가 아니라 나갈 데 없다고 하는 약자의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 본심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8월 5일 ‘명성교회 세습 무효’ 판결을 내린 총회 재판국원들에 대해서는 “나쁜 놈들, 그 재판부는 우리 판결 내리고 얼마나 고난이 많은지 모른다”라고 말했고, 세습에 반대해온 목사들에 대해서는 “교회가 잘 되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것은 같은 목사라는 사실을 이제는 (성도들이) 알아차렸으면 좋겠다. 목사라는 강도는 더 나쁜 강도”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교인들이 교회를 잘 지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직은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김삼환 목사의 불안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삼환 목사가 2021년 김하나 목사 청빙 이전까지 본인의 입맛에 맞는 임시 당회장을 세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내심 걱정된다는 듯, “(세습에 대해 밖에서) 무슨 말을 할 때는 이제는 여러분이 크게 떠들어야 한다. 전 교인들이 더 강력하게, 이제는 하나하나 말할 때마다 벌떼같이 달려들어야 한다. 여러분이 어머니와 같이 교회를 잘 지켜달라”고 강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