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이진영(가명) 씨는 이번 설 명절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전광훈 씨에게 미혹된 어머니와 말타툼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 씨는 23일 <평화나무>를 통해 “홀로 사는 엄마(75세)가 전광훈 씨 집회에 자꾸 돈을 가져다 바치고 있다”며 “이러다간 집도 땅도 다 갖다 바칠 기세”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엄마는 월세에 보험금 등에 자식들이 매달 드리는 용돈까지 합해 매월 300만원으로 풍족하게 생활하셨는데, 어느 순간부터 돈이 없다고 하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저금해 두었던 돈도 다 바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 돈을 엄마가 마음대로 쓰는걸 두고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라고 하소연 했다.
이어 “‘(자식들에게) 나라를 살리려면 광화문 집회에 나가야 한다’고 강요하면서 자식들에게 ‘빨갱이’라고 말하는 통해 최근 들어 말다툼이 잦아졌다”고 했다. 또 “최근 아버지 기일에 전광훈 측 젊은 목사를 집에 초대하는 바람에 아버지 기일에도 참석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씨의 어머니는 왜 전광훈에게 빠지게 됐을까. 이 씨의 어머니는 전 씨가 찬양해 마다않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강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전 씨에게 돈까지 가져다 바치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어 보인다. 출석하던 교회의 그릇된 기복주의 신앙관과 가르침이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이 씨와 이 씨의 어머니는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꽤 유명한 목사의 교회에 다니고 있었다. 이 씨는 목사의 건축헌금 설교가 도를 넘어섰다고 했다. 교인들이 몇 배로 복 받을 것을 믿고 무리해서 건축헌금을 했다가 빚을 지고 탕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회를 나오게 됐다고 한다. 이 씨는 문제 의식을 지니고 교회를 나왔지만, 이 씨의 어머니는 달랐다.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만큼 ‘복’ 얘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 씨의 어머니는 전광훈의 설교를 가장한 정치적 언어를 걸러낼 힘을 갖지 못했다. 전 씨는 자신이 반정부 집회가 열릴 때마다 애국헌금이라며 돈을 걷어 왔다.
출석하던 교회가 건강한 교회였다면, 어머니가 전광훈에게 미혹될 가능성도 적지 않았을까 하는 이 씨의 아쉬움은 한국교회 전체에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인 방인성 목사는 교인들이 헌금의 의미를 제대로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우선 ‘구약’에서는 절기 헌금이 있었다. 그러나 ‘신약’에서는 하나님께 제사를 올리는 헌금의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께 이미 받은 은혜에 감사해 어려운 이웃과 나누기 위해 드리는 ‘연보’의 성격으로 기록되어 있다.
방 목사는 “목사들이 헌금을 축복과 관련시켜서 강요하다시피 하는 것은 명백히 성경에 없는 것이고, 기독교 신앙에도 맞지 않다”며 “하나님께 축복을 받기 위한 헌금은 복 받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그 헌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투명성에는 눈 감게 된다. 목사가 헌금을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재정 운용이 불투명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국헌금이라는 명목 자체는 그럴듯해 보이나, 헌금에 제목을 달아 걷는 것 자체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방 목사는 "헌금에 제목을 달아 걷는 것은 헌금을 걷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한국교회가 애국헌금이든 건축헌금이든 수십 가지 이름을 붙여서 헌금을 걷는데 이는 매우 조심해야 할 일이다. 그 자체가 성도들에게 헌금을 강요하는 일이 되고, 헌금하지 않으면 하나님께 벌을 받거나 복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웃과 나누기 위한 ‘연보’의 의미로 드려진 돈은 공동체가 함께 논의하고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사용해야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