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명성교회 일부 교인들이 교회의 교회답지 못함을 지적한 목회자의 설교에까지 소송을 남발하면서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김주용 연동교회 담임목사는 지난 9월 29일 주일설교 강단에서 교회 세습으로 떠난 성도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한 후, 명성측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으로 최근 경찰 고발당했다. 김 목사의 설교를 문제 삼은 고발인은 명성교회 장로 6인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목사는 에스겔 27장 14절과 마가복음 16장 15절에서 16절 말씀을 본문으로 '교회회복'을 주제로 설교하면서 “세상에서 얻어 터지고 상처를 입고 고통에 빠진 것은 그 교회 목사와 그 아들이 아니라, 교회가 교회답지 못한 것을 눈으로 확인해 가슴이 먹먹한 채 출석하는 수많은 교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우리 교단은 교회의 세습 때문에 4년간 23만명이 줄었다. 500명 출석하던 교회 500개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또 "저출산으로 교육부 자녀들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만, 청·장년부 교인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법 위에 있는 힘 있는 목사, 하나님 위에 있는 대형교회 목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이 때문에 19일 경찰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와 연동교회 측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교인들 사이에서도 명성교회의 대응에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 목사가 9월 29일 설교 이후 김 목사에게 명성교회 지지자들로부터 항의 문자와 전화가 테러 수준으로 쏟아졌던 것으로 보인다는 측근 제보도 이어졌다.
명성교회는 총회 이후 줄곧 ‘세습 문제가 모두 종결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소송전은 곧, 명성교회 부자 세습 문제가 여전히 교단 내 주요 갈등 사안이라는 점을 명성 측이 자인하는 꼴이 됐다.
교계 한 관계자는 “김주용 목사에 대한 명성교회 장로들의 고발은 힘없는 목사를 본보기로 삼아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시도가 아니겠느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사실상 명성교회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교단 104회기 총회가 명성교회 부자 세습의 길을 터준 결의를 강행한 것을 두고 비판하거나 성명을 낸 교회는 한둘이 아니다.

명성교회의 변 “우리는 얻어맞고 자빠졌다”
명성교회는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주장을 펼쳐나가는 중이다.
명성교회 A 장로는 김 목사 고발 건과 관련해 묻는 <평화나무> 취재진의 질의에 “총회에서 질책할 것은 질책하고 혼낼 것은 혼내고 하나 되자고 하는 차원에서 결정을 내렸다면 당분간은 그 부분에 대해 지켜보고 기도해주는 것이 믿는 사람들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무조건 아무렇게나 써재끼고 흠집 내는 언론들과 부화뇌동해서 (설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로님들은 교회를 지키고 (교회) 구성원들의 신앙을 감싸줄 의무를 지녔다고 생각해 고발하기로 전체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A 장로는 ‘앞으로도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비판하는 설교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교회를 악의적인 방법으로 무너뜨리려고 하는 일이 있다면, 참다 참다 안 되면 하소연하고 호소할 수 있는 일은 그 일(사회 법정에 고발하는 방법)밖에 없다. 우리는 얻어맞고 자빠지고 계속 그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습’이란 용어 자체에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A 장로는 “크리스천 언론인들이 한국 교계에 득이 되도록 바른 소리를 하는 것은 좋다”면서도 “굳이 왜 세습이라는 용어를 써서 믿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거부감과 안 좋은 인식을 심어주는 일에 선봉이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목회 승계 또는 계승, 리더십 교체라는 좋은 말이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남을 자꾸 흠집 내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 몸에 치유가 불가능한 흠집이 생기는 것을 엄청 많이 봐왔다”고 덧붙였다.
A 장로는 분명 <평화나무>를 통해 명성교회 장로들이 할 일은 교회 구성원의 신앙을 감싸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명성교회 이 모 수석 장로 등 3명은 명성교회 세습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거나 방송을 했다는 이유로 명성교회 안수집사 3명 등을 고소했다.
명성 측은 안수집사 3명이 명성교회를 비방하는 게시물을 블로그에 올려 모욕을 주었고,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히 거짓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앞서 7월 26일 명성교회 비자금 의혹 감사 청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부자 목사의 회개와 K 집사의 비자금 관련 발언 조사, 명성교회의 투명한 재정관리 확립 등을 당회에 요청한 바 있다.
정 모 집사는 당시 진상조사요청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교회를 찾았다가 폭행을 당해 어깨뼈가 벌어지고 인대가 끊어져 봉합 수술을 받아야 했다.
명성교회 관계자는 <평화나무> 취재진이 질의할 때마다 "그 사람(정 집사)이 혼자 쇼를 한 것이다. 폭행은 없었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 상황이 담긴 CCTV에는 정 집사를 누군가 넘어뜨리고 목을 조르는 모습 등이 포착됐다는 것이 정 집사의 주장이다. 현재 강동경찰서는 사건 경위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집사는 “그동안 명성교회로부터 수많은 취재진과 세습에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이 폭행을 당했는데 적반하장으로 나오니, 너무 황당하다”고 질타했다.
김삼환ㆍ김하나 부자 목사는 많게는 수십년간 함께 신앙생활 해 온 교인들끼리 소송을 주고 받는 이 상황에도 교인 갈등을 봉합할 의지조차 엿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명성교회 측 인사들이 고소·고발을 남발하면 할수록 소송비용 출처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여론이 커질 것이란 분위기도 감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