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25년간 동양대 총장직을 수행해 온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학위위조 논란에 휩싸였다.
최 총장은 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에게 총장 표창장을 준 적도 없고, 결재한 적도 없다”고 발언했다. 그는 교육자적 양심까지 걸어가며 연일 조 후보자에게 불리한 진술을 쏟았으나 정작 본인이 받은 교육학 박사 학위가 가짜로 드러났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6일 조 후보자 청문회에서 최 총장의 학위와 관련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동안 동양대가 발행한 졸업증과 장학증서, 표창장 등에는 ‘동양대학교 총장 교육학박사 최성해’라고 표기돼 있다. 한국대학신문에 기재된 총장 프로필 등에도 최 총장은 동양대 개교 직전인 1993년 5월 워싱턴침례신학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2년 뒤인 1995년 5월 동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최근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인물검색 중 최 총장 학력란에 기재됐던 ‘교육학박사’가 ‘단국대학교 교육학 명예박사로’ 수정됐다. 관련 논란에 오히려 의심을 키운 셈이다.
그렇다면 그가 학위를 취득했다는 워싱턴침례신학대학교는 어떤 학교인 걸까. 워싱턴 DC와 로스앤젤레스 등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한결같이 신학대학에서 교육학 학위를 주는 곳은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며 의아해했다.
‘Washington’이란 이름이 들어간 신학대학을 검색한 결과, 1926년에 설립된 Washingto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1983년 한국인이 세운 Washington Theological Seminary, 1982년 역시 한국인이 설립한 Washington Baptist University 세 곳이 검색됐다. 이중 한 곳은 신학사와 목회학석사, 목회신학-문학석사만 수여하고 있었고, 다른 한 곳은 침례교가 아닌 장로교였다.
가장 유력해 보이는 곳은 1982년 개교한 워싱턴침례대학교(Washington Baptist University)로, 이곳은 2015년 Washington University of Virginia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는 8일 평화나무를 통해 “미국도 워낙 군소신학교나 사이비가 많다보니 대학관련 인준 기관을 통해 공신력을 갖는다”면서 “ABHE, CHEA, TRACS, 마지막으로 ATS라는 것이 있다. ATS는 북미주신학대학협의회라는 것인데 ATS에 가입되지 않으면 미국의 교육부에서도 정식 학위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다행히 미국 현지에서 2004년 4년제 인가를 받았다. 2004년 7월 29일 미주 한국일보 ‘워싱턴 침례대학 4년제 정식 인가’ 보도에 따르면 2014년 6월 ATS에 가입해 미국주류 신학교들이 인정하는 신학석사(M/Div), 기독교교육석사(MRE), 목회학박사(D/Min) 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고 되어 있다. 학교가 한인 사회에서는 꽤 정통이 있는 학교라고 인정하더라도 해당 학교에는 교육학 박사 학위 과정은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교육학 석사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도 종교교육학이 전부다.

또 교육부 인증을 받은 것도 최 총장이 학위를 취득했다는 1993년으로부터 10년쯤 후의 일이다. 최 총장에 대한 학위논란은 이게 다가 아니다. 최 총장의 학사학위가 단국대 졸업이 아닌, 수료라는 점에서 어떻게 대학원 과정을 밟을 수 있었는지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가 1990년부터 1993년까지 부목사로 일했다는 교회(Fort Dix Baptist Church)역시 전혀 검색되지 않는다. 김기대 LA평화의교회 목사는 “(미국에서 목사 안수는) 교단이 워낙 많고 교단마다 편재가 다르다”면서 “주류교단들은 워낙 엄격하고 까다롭지만 아무교단에서 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 목사로 재직했던 교회가 검색이 안되는 것으로 보아, 추정컨대 당시만해도 교회가 영주권이 잘 나오는 단체다보니 영주권을 따기 위해 부목사로 등록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2002년 12월 1일 여성동아의 최 총장 인터뷰 내용을 보면, 최 총장이 11년간 미국생활을 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영주권 획득이란 목적을 위해서든 아니든, 실제 목사 안수를 받고 부목사 생활을 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최 총장을 만나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8일 그가 협동목사를 하고있는 풍기 성내교회를 찾았다. 교회 성도들 사이에서도 최근 최 총장의 발언과 학위논란은 최대 관심사였다. 교인들은 “최 총장이 보수적인 정치색을 가진 사람이나, 평소 인품으로 미루어볼 때 최근 행동은 이해할 수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교회에서 최 총장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성내교회 A장로는 “최 총장이 협동목사로 오게 된 것은, 동양대학교에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오다보니 교회가 이들을 정착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며 “최성해 목사는 이름만 올려 놓았을 뿐 교회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야말로 협동 목사이기에 교회와 관계를 맺을 당시에도 어떤 검증도 필요치 않았다.
풍기 성내교회 최효열 목사는 협동목사로 관계를 맺으면서 교회의 검증이 없었느냐는 질의에 “서울에서 사역하다 지난 2월 초 성내교회 담임으로 와서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그가 언제부터 성내교회 협동목사였는지를 아는 사람도 없었다. 동양대학교 교수이자 교회 성도인 K장로는 "꽤 오래 전부터 협동목사로 교회와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연도는 알지 못한다"면서 모든 질문에 말을 아꼈다. 교인 수첩 등 교회 연혁에서도 그가 언제부터 성내교회의 협동 목사였는지는 기록돼 있지 않았다.
평화나무 취재진이 최 총장에게 “경북 영주까지 왔으니 잠시 통화라도 하고 싶다”며 문자도 남기고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은 닿지 않았다. 다만 같은 날 저녁 연합뉴스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인이 취득한 박사학위는 단국대 명예박사 학위가 전부임을 시인했다. 최 총장은 이날 "워싱턴침례대학교에 3학년으로 편입해 학사학위와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단국대에서 교육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며 "교육학 명예박사인데 직원들이 너무 길고 '명예'란 단어를 잘 안쓴다고 해서 뺐다"고 말했다.
다음 날 <평화나무>가 더 명확한 답변을 듣기 위해 학교로 재차 연락했으나 비서실로부터 “자리에 안 계시며, 드릴 답변이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최 총장이 박사 학위가 없든, 혹은 고졸이든 사립대 총장으로서 결격 사유는 아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대의 총장 선임 권한은 철저히 이사회에 있다. 4년 총장직을 수행 한 후, 중임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조차도 몇 번 중임해야 한다는 제한은 없다. 단, 이사장과 총장이 직계 가족 관계인 경우 사립학교법에따라 총장직 중임을 위해서는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학교 설립자이자 이사장이었던 최 총장의 아버지(고 현암 최현우)가 2014년 타계한 후로도 굳건히 25년간 총장직을 이어온 것을 보면 학교 이사회가 최 총장에게 호의적인 인사들이었을 것이란 합리적인 추측이 가능하다. 현재 이사장은 전 삼성전자 사장과 삼성미래전략실 사장을 지낸 김종중 씨가 맡고 있다.
그는 이번 논란을 '사과'도 아닌 '변명'으로 무마하려는 것일까. 학교이념으로 '선비정신'을 강조하며 교육자적 양심을 부르짖던 최 총장은 어디로 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