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나무 = 김준수 기자] 명성교회 세습을 허락해준 제104회 총회 수습안을 둘러싼 후폭풍이 교단 안팎에서 계속되고 있다.
서울동남노회가 4일 유경종 목사를 임시 당회장으로 파송한데 이어 명성교회 당회가 9일 대리 당회장에 김삼환 목사, 김하나 목사를 설교 목사로 세우기로 결의하면서 사실상 수습안을 파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초 수습안에서는 김수원 목사를 노회장으로 세운 뒤, 11월 3일경 임시 당회장 파송을 권고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김태영 총회장 명의로 13일 긴급 권고서신이 발표됐다. ‘십자가 화해의 정신으로 돌아가라’라는 제목으로 서울동남노회, 명성교회, 김수원 목사에게 “제104회 총회의 명성교회 수습 결의의 뜻을 따르시기 바란다”고 권고했다.
김 총회장은 “헌법 28조 6항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교단의 분열적인 양상을 염려하여 수습안을 채택했다. 이는 어느 누구의 조작이나 교묘한 정치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면서 “교단 분열양상을 극복하려는 총대들의 뜻이 담긴 결정이다. 일방의 유불리를 떠나서 총대들의 고심과 성숙한 뜻을 수용하고,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수습안이 ‘징계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김하나 목사가 위임목사 청빙 가능해지는 15개월이 지나기까지는 명성교회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총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김 목사를 설교목사로 세운 명성교회 당회의 결의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김 총회장은 “이 기간에 설교목사로 강단에 서는 일이 없이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며 “명성교회의 장로들이 1년간 상회(노회와 총회)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은 대형교회로서 한국교회 앞에 본이 되지 못한 것을 자숙하는 기간을 가지라는 의미”라고 했다.
서울동남노회와 김수원 목사에게도 총회의 수습안을 따라 분란을 종식시키기는 일에 힘써달라고 당부를 남겼다. 김 총회장은 “서울동남노회는 외견상 수습되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 같으나, 노회원 55퍼센트의 출석으로 임원을 구성하였고 여전히 절반 가깝게 노회에 불참하고 있다”며 “김수원 목사는 부노회장을 지냈으니, 그를 노회장으로 추대하여 양측이 참여하는 완전한 노회를 이루라는 뜻”이라고 했다.
끝으로 “총회의 결의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일을 피하시기 바란다. 명성교회나 서울동남노회는 주요사항을 결의하기 이전에 수습전권위원회와 사전에 협의하여 의견을 조율하기를 권고한다”며 “만일 수습전권위원회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그 책임은 이를 거부한 쪽에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란다. 총회가 하나 되어 한국교회의 겨울을 헤쳐 나가도록 힘써 기도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명성교회 수습안 철회하고, 세습방지법 강화해야”
교단 산하 교회와 목회자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제104회 총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수습안이 교단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은 물론, 기독교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철회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총회가 끝난 직후인 지난달 29일 정우겸 목사(완도성광교회)가 ‘명성교회 수습안 무효 운동 청원’을 노회에 제출한 것을 시작으로 홍인식 목사(순천중앙교회), 한용 목사(높은뜻하늘교회), 김주용 목사(연동교회), 안용성 목사(그루터기교회) 등이 같은 날 주일 설교를 통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당회 차원에서 명성교회 수습안 반대 의사를 표명하거나 수습안 철회를 노회에 헌의한 교회도 있었다. 서울예원교회(담임 최요섭 목사)는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의 위임목사가 될 수 있도록 결의한 것은 불법이므로 평북노회 이름으로 노회원들의 뜻을 모아 수습안 결의는 불법이고 무효선언을 해주시기를 헌의, 청원한다”고 했다.
높은뜻정의교회(담임 정재상 목사)도 10일 ‘제104회 총회 수습전권위원회 수습안 결의에 대한 무효청원’을 내고 소속 노회인 평북노회 명의로 ▲수습안 결의 무효선언 청원 ▲총회 헌법 제28조 6항 존속 및 세칙 강화 헌의 등을 요청했다.
제주한림교회(담임 김효근 목사)는 12일자 제주기독신문에 “한림교회 당회는 제104회 총회 명성교회 세습 관련 결의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광고를 냈다.
새문안교회(담임 이상학 목사)는 13일 “이 수습안은 예수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주인 되신다는 기독교의 신앙고백에 어긋나는 결정”이라며 “새문안교회는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 수습안의 문제점을 밝혀 적극적으로 지저지하지 못한 일에 대해 하나님과 한국 교회 앞에 회개한다”고 했다.
새문안교회는 “총회는 수습안이 초법적이고 절차상 중대한 흠결이 있으므로 신속히 철회해야 한다”며 한국교회의 갱신과 공공성 회복을 위한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높은뜻덕소교회(담임 오대식 목사)도 14일 “이번 제104회 총회에서 결의한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의 안에 대하여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평북노회가 수습안 결의가 무효임을 총회에 헌의하여 주시기를 청원한다”고 했다.
제주노회는 17일 소속 목사와 장로, 교인들을 대상으로 ‘예장통합 제104회 총회 명성교회 관련 결의 무효화 추진 준비모임’을 시작한다.
이들은 “교단헌법을 준수해야 할 제104회 총회가 오히려 헌법을 무너뜨리는 초법적 결의를 함으로써 명성교회 목회직 세습을 허용하는 결의를 했다. 이는 교회의 주인이 예수님이심을 부인하고 교회 사유화를 공공연히 인정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며 세습안 결의 무효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출신 목회자들의 명성교회 세습 반대 성명서도 줄을 잇고 있다. 81기, 82기, 94기에 이어 87기 목회자들도 14일 ‘명성교회세습관련 총회수습결의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목회자들은 “담임목회직 대물림은 교회의 공교회성에 어긋난다. 시대의 정신은 공정”이라며 “104회의 수습안이 적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목회자의 양심으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천명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총회 임원회가 이 수습안의 불법성을 조속히 시인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주시기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는 이미 지난 7일 서울동남노회 측과 김수원 목사까지 참여한 가운데 한 차례 모임을 진행했다. 다가오는 17일에는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 김수원 목사 측이 모두 참석하는 모임이 예정돼있다. 수습안 둘러싼 각자의 입장이 좁혀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교회개혁 평신도행동연대는 20일 명성교회 앞에서 세습철회를 촉구하는 예배와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명성교회 불법세습 10만인 반대 서명 운동’을 진행 중인 교회개혁실천연대도 28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명성교회 세습을 허용한 수습안의 불법결의 철회를 위한 목회자ㆍ평신도 촛불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