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초청한 광주 A교회, "위기에 빠진 나라 위해 헌금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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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초청한 광주 A교회, "위기에 빠진 나라 위해 헌금해라"
  • 권지연 기자
  • 승인 2019.10.0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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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서구 소재 안디옥교회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2박3일의 일정으로 ‘국가금식기도대성회’를 열었다. 본래 기도성회 둘째 날인 4일 오후에는 황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오기로 약속된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일부 교회들의 정치적 행보가 심상치 않다. 교회가 ‘구국 기도회’를 빙자해 정치적 구호를 남발해 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적·물적 동원이 가능한 교회는 정치인들에겐 항상 무시할 수 없는 표밭이다.  

 
집회마다 강조 '헌금하세요' 

전광훈 씨(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가 주축이 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집회 때마다 헌금을 걷어 빈축을 사고 있다. 가짜뉴스와 정치구호가 난무하는 곳에서 하나님을 팔아 장사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전 씨가 청와대 앞에 설치한 천막에는 '헌금의 처분 권한을 전 목사님께 위임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헌금함도 비치됐다. 이런가운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초청해 논란이 된 광주의 한 교회는 '기도대성회'를 열고 위기에 빠진 나라를 위해 물질을 드려야 하나님께서 역사하신다고 강조했다. 

광주광역시 서구 소재 안디옥교회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2박3일의 일정으로 ‘국가금식기도대성회’를 열었다. 본래 기도성회 둘째 날인 4일 오후에는 황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오기로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김대성 목사(경기도 광주 소명중앙교회)가 강단에 올랐다. 김 목사는 남경산기도원(전라남도 장성), 아름다운기도원(충청남도 대전), 큰십자가기도원(경상남도 산청)을 운영하며 기도원 운동을 펼치고 있다. 

황 대표 대신 강단에 오른 김 목사는 성전을 가득 메운 성도들을 향해 "황교안 대신 김교안이 와서 성도들이 다 돌아가 버리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그런데 남아 있는 성도들을 보니 하나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다"며 안도감을 드러냈다. 

김 목사는 간증 형식의 설교를 늘어놓았다. 28년 전 믿었던 성도에게 교회 땅의 사용허가를 내주고 사기를 당해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했으나, 다시 복을 받아 지난주 네 번째 성전을 짓고 증축했으며, 잃었던 땅(1240평)의 2배를 더 얻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기승전 ‘축복’으로 이어지는 그의 설교에 성도들은 크게 감명받는 모습이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김 목사는 "갑자기 긴급 제안을 하고 싶다"면서 "오기 전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을 많이 했으나, 영발에 끌려 오다 보니 (교회) 밖에서 ‘황교안 물러가라’ 데모를 하는 모습을 봤다. 이 집회가 엄청난 집회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더니 한국교회 위기론을 꺼내 들었다. 그는 "경기도에서는 동성연애가 통과됐다"며 "대한민국에서 경기도에 인구가 가장 많이 분포돼 있다. 대한민국이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에서 동성연애가 통과됐다"는 김 목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청중석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는 경기도 청년 수당 정책을 비판하고, 현 정부가 무분별한 복지정책을 추진하면서 탈북자 인권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왼쪽) 전광훈 씨(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가 주축이 되어 3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집회에서는  '본 헌금은 전광훈 목사님의 모든 사역을 위하여 드려지며 헌금이 처분 권한은 전 목사님께 모두 위임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헌금 바구니가 돌았다. 또 '국민대회 헌금'이라고 쓰인 표지판을 든 청년이 서 있다. (오른쪽) 광주광역시 서구 소재 안디옥교회는 지난 4일 ‘국가금식기도대성회’를 열고, 구국을 위해 100만원 이상 헌금을 하겠다고 작정한 사람들을 앞으로 불러내 안수기도 하고 있다. (사진=평화나무)<br>
(왼쪽) 전광훈 씨(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가 주축이 되어 3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집회에서는 '본 헌금은 전광훈 목사님의 모든 사역을 위하여 드려지며 헌금의 처분 권한은 전 목사님께 모두 위임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는 헌금 바구니가 돌았다. 또 '국민대회 헌금'이라고 쓰인 표지판을 든 청년이 서 있다. (오른쪽) 광주광역시 서구 소재 안디옥교회는 지난 4일 ‘국가금식기도대성회’를 열고, 구국을 위해 100만원 이상 헌금을 하겠다고 작정한 사람들을 앞으로 불러내 안수기도 하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국가·교회가 위기이니, 100만원 이상씩 아끼지 말고 헌금하라”
“물질에 인색하면 늘 그 모양 그 꼴로 산다”

김 목사는 줄곧 "한국 교회의 위기 앞에 잠잠해서는 안 된다. 순교할지라도 하나님의 일을 해야 한다"며 행동을 촉구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하다"면서 헌금에 대한 설교를 장장 1시간 가까이 이어갔다.  

“공산주의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기독교이고, 이슬람주의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기독교입니다. 기독교만 공격하는 이유는 기독교 안에만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평등법이 통과되면 이런 설교를 못 해요. 예수에게만 구원이 있다는 설교를 못 해요. 그러면 다 무너져버립니다. 그런데 우리 기독교가 잠잠히 있어야 하냐고요. 누군가는 일어나서 외쳐야 하잖아요. 우리는 순교할지라도 하나님의 일을 하고 갈 길을 가야 하잖아요. 우리 힘으로는 약하니 이럴수록 결집하고 뭉쳐야 합니다. 기도로 뭉치고, 물질로 후원을 해야 합니다. (중략) 죄송하지만 누가 나한테 시켜서 했다면 저주받아요. 성령께서 감동 주셔서 하는 것이니까...나는... 100만원 이상 후원하겠다는 사람 자리에서 일어서!”

그는 성도들을 향해 "(헌금하기를) 머뭇거리지 말라"며 100만원 이상 작정 헌금을 자원한 성도들을 일으켜 세우더니, 일어난 사람의 수를 세기 시작했다. 김 목사는 80명까지 숫자를 세더니 "100명만 채웠으면 좋겠다. 물질 없이 하나님의 역사도 없다"며 헌금 강요를 이어갔다. 

100만원 이상 헌금을 하겠다고 그 자리에서 작정한 성도들을 위해서는 축복기도도 잊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성령께서 시키는 일이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하나님 내 심장이 뛰고 있는 것처럼 하나님은 살아 역사하고 계십니다. 대한민국을 버리지 않고 사랑하는 줄 압니다. 이 위대한 역사에 몸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물질도 드려서 함께 하고 싶은 충동이 우리 안에서 살아나게 해주십시오. 하나님 축복해주십시오. 천 배나 축복 해주십시오. 하나님의 상급이 있을지어다. (복의 문이) 열릴지어다" 

김 목사는 "내가 30년 넘게 경기도 광주에서 목회하는데, 물질에 약한 사람 치고 잘 사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며 "(물질에 인색하면) 늘 그 모양 그 꼴로 산다"고도 했다. 헌금을 작정한 사람들만 앞으로 불러내 안수 기도를 해주며 한 번 더 헌금을 독려했다.  

그는 그것으로도 부족했는지 전체 헌금을 걷겠다며 헌금 바구니를 돌리게 했다. 기도 제목은 사적인 것보다 나라와 교회를 위한 기도제목을 써야 한다고 했다. 

"기도 제목에는 사적인 제목보다 '대한민국을 지켜주세요' , '한국교회를 일으켜주세요'라고 쓰세요. '조국을 지켜달라'고 하려다가 요즘 조국 이름이 이상해져서 못 하겠어요"

교회 관계자는 헌금의 사용처를 묻는 질문에 "박 목사님께서 이런 일을 많이 하다 보니 돈이 많이 든다"며 "구국기도회 장소 사용료 지불 또는 소식지 배포 등에 쓰인다"고 말했다. 헌금이 특정 정당의 정치자금으로 흘러간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구국과 신앙을 빙자한 정치적 활동에 이용될 가능성은 커보인다. 

교회 측 변명, "황교안 대표 과로로 쓰러져 입원했다"

안디옥교회 박영우 담임 목사는 설교를 마친 김대성 목사에 대해 "김대성 목사님은 영권 있고, 능력 있고, 불 있는 목회자"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하나님께서) 쓰시는 종을 통해 여러분에게 복을 주기 위해 역사하실 줄 믿는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황 대표의 불참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성도들에게) 미안해서 변명도 못하겠다"며 "황교안 대표를 위해 기도를 많이 했다. 그런데 황 대표가 과로로 쓰러졌다. 아마 오늘 수술을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이날 제18호 태풍 '미탁'(MITAG)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부산 지역을 찾았다는 소식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저는 10월 3일 광화문 집회 다음 날 곧바로 태풍 미탁으로 큰 피해를 입은 부산 사하구 산사태 사고 현장을 찾았다“며 ”그곳에서 네 분이 돌아가셨다. 어떻게 하면 이분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너무나 가슴 아프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도 교회 측은 5일 아침 황 대표의 불참 이유를 묻는 참가자에게도 "과로로 입원했기 때문"이라고 거짓 해명 했다. 

사실 황 대표가 종교행사를 위해 광주를 방문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5월 어머니회와 오월을 사랑하는 모임(오사모) 등 5·18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30일 "5.18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망언까지 한 의원들을 감싸는 자유한국당 당 대표의 광주방문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하며 교회 앞에서 반대 집회를 예고하고 나선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자유한국당은 다음날인 1일 황 대표의 광주방문 일정은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교회 측은 계속 모르쇠로 일관했다. 당시 교회 측은 "황 대표가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길 리가 없다. 한국당으로부터 방문 취소 등의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교회 측은 당일에서야 교인들에게 "황 대표가 오지 않는다"는 소식을 알린 것이다. 

광주광역시 서구 소재 안디옥교회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2박3일의 일정으로 ‘국가금식기도대성회’를 열었다. 특별찬양시간에도 전광판을 통해 교회 헌금구좌를 알리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교회서 이승만·박정희 옹호 서적에 황교안 에세이집 판매 
교계 내 대표적 극우 인사 강사 섭외도 눈길

황 대표가 이날 집회에 참석해 정치적 구호를 외치며 지지자 결집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와 예측은 빗나갔다. 그렇다고 3일간 이어진 집회가 마냥 순수했던 것은 아니다. 

교회는 집회 참석자들의 이름과 연락처, 거주지역, 섬기는 교회 이름 등을 기재하도록 했다. 또 교회 내부에서는 이승만·박정희 등을 옹호하는 도서를 비롯, 황 대표가 2018년 펴낸 첫 에세이집 '황교안의 답', 이용희 교수(에스더기도운동 대표)의 '북한바로알기' 등을 판매했다. 

금식 성회 강단에 오르는 강사진 10여명 중에는 애니선교회 대표 이예경선교사, 에스더기도운동 이용희 대표 등 교계 내 대표적인 극우 인사로 알려진 인물들도 포함되어 있다. 기도 성회 내내 일부 정치권이 이용하는 정치적 수사가 난무했으나 성도들은 강사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아멘'으로 화답했다. 

광주광역시 서구 소재 안디옥교회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2박3일의 일정으로 ‘국가금식기도대성회’를 열었다. 교회 내부에서는 이승만·박정희 등을 옹호하는 도서를 비롯, 황 대표가 2018년 펴낸 첫 에세이집 '황교안의 답', 이용희 교수(에스더기도운동 대표)의 '북한바로알기' 등을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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