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의 딸 조 모 씨가 고등학생 시절 의학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특권이라며 맹비난해 온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아들 특혜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나 원내대표의 아들 교육 특혜의혹에 조목조목 반박했으나,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조국 장관 공격했던 나경원, ‘엄마 찬스’ 아들 스펙 관리 의혹
나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조 장관의 딸 조 모 씨와 관련한 특혜의혹을 주장하며 "고등학생 때 단 2주 인턴 과정으로 의학논문 제1저자로 올려주는 스펙 관리, '남의 자식은 안 돼도 내 자식은 된다'는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최근 "나경원 대표의 아들도 고등학교 시절,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야말로 ‘나로남불’(내로남불을 변형시켜 나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말)에 휩싸였다. 나 원내대표의 아들 김 모 씨가 고등학교 재학 중 서울대 의대 교수의 연구실에서 인턴으로 일한 뒤, 미국의 한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의공학 포스터 연구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고, 이를 이용해 예일대에 진학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당시 김 씨가 쓴 논문형식의 포스터로 제목은 '광전용적맥파와 심탄동도를 활용한 심박출량의 타당성에 대한 연구'로 제목도 어렵게만 여겨진다.
김 씨는 논문은 의생명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회의인 IEEE EMBC(전기전자기술자협회 의생체공학컨퍼런스)에서 발표됐다.
나 원내대표의 아들이 보기 드문 뛰어난 수재라서 가능한 일이었을까. 해당 포스터에 교신 저자로 참여한 윤형진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는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나 원내대표의 부탁을 받고 김 모 학생을 돕게 됐다는 경위를 밝혔다.
윤 교수는 10일 CBS와 서면 인터뷰에서 “‘미국 뉴햄프셔에서 개최하는 과학경진대회에 (아들을) 참여시키고 싶은데 이를 위한 연구를 도와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평소 친분이 있던 나경원 의원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또 "학생은 여름방학 기간이던 2014년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저희 실험실에 출석해 연구를 수행했다"며 "비교적 간단한 실험연구었다. 학생은 스스로 데이터 수집과 분석 등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생이던 조 양이 2주간 인턴 생활을 한 후, 의학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것과 비교할 때, 김 군의 인턴 생활은 1주 정도 더 긴 3주에 불과하다. 김 군은 그 결과를 과학경진대회에 출품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EMBC에 포스터 발표를 하게 된 것이다.
김 씨는 또 같은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비실험실 환경에서 심폐 건강의 측정에 대한 예비적 연구에 제4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발표된 논문에 김 씨와 함께 공동저자로 등재된 인물은 물론 서울대 의공학과 소속 학생들이다. 고교생 연구자는 김 씨가 유일했다.
윤 교수는 포스터 제출 당시 김 씨의 소속이 미국의 사립 고등학교가 아닌 서울대학교 대학원으로 잘못 기재된 것은 ‘착오’라고 해명했다.
아래는 한국당의 해명과 주장,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의 분석 내용을 비교한 것이다. 우리는 어느쪽 주장을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직접 비교해 보자.

한국당의 해명 “본인 몸에 센서부착 연구·1장짜리 영문 포스터일 뿐”
자유한국당은 11일 나 원내대표의 아들 특혜 의혹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A4용지 6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발표했다. 나 원내대표의 아들이 미국 명문고에 재학 중 자기 몸에 센서를 부착하는 형태의 실험과 자체 데이터 분석 과정을 거쳐 직접 경진대회에 출품·발표하는 등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했으며, 해당 발표문은 이 전체 과정의 일부일 뿐이라는 내용이 골자였다. (나 원내 대표의 아들은) 조국 법무부장관 딸의 경우처럼 SCIE급 국제적 수준이 아니라, 1장짜리 영문 '포스터'(발표문)에 해당하며 해당 실험이나 경진대회도 고등학생의 수준에서 평가받은 결과의 수상 실적이라는 것이다.
우 교수는 “조 씨의 경우 학교에서 학부모들과 학생들을 연결하는 인턴 연구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부형 사이인 조 씨의 어머니와 단국대 교수의 부인이 연결돼 인턴프로그램이 시작했다”면서 “그러나 김 씨의 경우 고등학교에서 추진하거나 대학에서 추진한 인턴이 아니라 개인적 부탁으로 시작된 인턴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과학경진대회에 나가려는 목적으로 인턴을 할 수 있도록 나 의원이 주선한 것으로 파악되는 점을 간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 교수는 또 “김 씨의 성적은 대학, 특히 예일대 같은 사립대 입학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우 교수는 또 “조 씨가 2주간 인턴 생활을 하며 한 일은 자료 분석과 간단한 통계적 비교를 한 일로 추정되며, 김 씨도 상당히 간단해 보이는 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조국 장관은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되면서부터 시작된 딸과 관련한 의혹에 거듭 머리를 숙였다. 조 장관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후보자 검증 기자간담회 중에도 “혜택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조작하지는 않았으나 그 자체가 혜택을 받지 못했던 분들에게는 화가 나는 일이라 생각한다”면서 “불철저한 아빠였고 그 점에 대한 비판은 달게 받겠다”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23일 “한국인터넷투명성 보고팀과 함께 분석한 결과 지난 총선 때 중앙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1166건의 게시 글을 삭제했다”며 “이 가운데 나 의원 관련 게시 글이 후보자 중 가장 많은 192건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나경원 적극적 법적 대응에 언론 위축됐나?
5대 일간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조국 딸 제1저자’와 ‘나경원 아들 제1저자’로 검색 비교해 보았다. 기간은 원내대표의 아들과 관련한 논란이 늦게 터진 점을 감안해 9월8일-24일까지로 설정했다. 조선일보 2건, 동아일보 4건, 중앙일보 10건이 검색됐다. 모두 나 원내대표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양비론을 펼치는 기사였다.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각각 2건씩 검색됐다.
조선일보
"조국 딸과 전혀 다르다"… 나경원, 아들 '1저자' 논란 해명(9.11)
네티즌 "나경원 아들도 컨퍼런스 발표문1저자, 예일대 입학 활용 의혹"(9.10) 중앙일보
나경원 “이중국적·원정출산 아니다…4인 자녀 함께 특검하자”(9.24)
나경원 측 "97년 서울대병원서 출산, 1년간 美 출국 없었다"(9.23) 조국→나경원→文…끝없는 물타기, 급기야 "모두 특검하자"(9.23) 나경원 "아들 한국 국적 맞다"…검찰 '특혜 의혹' 수사 착수(9.17) 시민단체 "자녀들 부정입학 의혹"···나경원도 고발 당했다(9.16) "조국 딸과 다르다"···나경원 아들 '1저자 논란' 핵심 쟁점 넷(9.11) 나경원 아들 '연구 제1저자 논란', 서울대는 침묵 대응(9.11) 이준석 "조국 딸 1%설은 가짜뉴스…나경원 아들은 진짜 전교 1등"(9.11) 나경원, 아들 제1저자 논란에 "실험·포스터 아들이 직접 했다"(9.10) 동아일보
교육부, 나경원 아들 ‘서울대 인턴’ 특혜 의혹 조사 착수 (9.16)
서울대병원, ‘나경원 아들 1저자’ 심의절차 들어간다 (9.11)
이준석 “조국 딸 외고 1%설 가짜…나경원 아들 진짜 수학 1등” (9.11) 나경원 아들, 학술회의 발표문 제1저자 논란(9.11) 한겨레
시민단체, 나경원 ‘자녀 부정입학 의혹’ 검찰 고발(9.16),
나경원, 고교생 아들 논문 제1저자 청탁 의혹에 “물타기” 반박(9.10) 경향신문
나경원, '아들 논문과 딸 입시 의혹'으로 고발당해(9.16)
[아침을 열며]‘형편에 맞는 꿈’은 꿈이 아니다(9.15) |
나 원내대표의 초·중등교육법 위반을 지적하는 기사를 썼다가 고발당한 KBS 이화진 기자는 20일 공개된 KBS 유튜브 채널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에 출연해 이렇게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