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재력앞에 무릎꿇은 총회, 처음부터 계획했나?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김삼환ㆍ김하나 부자 목사의 세습을 사실상 허용해 준 올해 총회에 명성교회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올해 총회의 결정은 교단 법 위에 명성교회의 재력이 있음을 세상에 알린 사건으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노회들이 밥을 얻어먹어도 다 우리 편 아니다”
명성교회 측이 각 지방 노회마다 목적을 가지고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접근한 사실이 확인됐다. 친명성으로 구성된 서울동남노회 임원과 총대들이 각자 친분 있는 총대들에게 접근해 밥을 사고 인정에 호소하는 방법이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104회기 총회현장에서 제보자 A씨는 <평화나무>에 “총대들이 거의 다 알고 있는 얘기”라면서 “웬만한 노회들에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연락이 갔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있다. 맨투맨으로 접근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미 노회들의 총대 선출이 있던 지난 4월부터 명성교회의 포섭 작업이 꾸준히 진행됐다는 것이 제보자들의 공통된 진술이다.
<평화나무>가 이름이 언급된 몇몇 노회들에 ‘명성교회 측 인사들로부터 식사 대접을 받은 적이 있는지’ 확인해보았으나 모두 한결같이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B노회의 노회장 C씨로부터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서울동남노회 관계자로부터 식사를 하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으나 명성교회 세습문제가 종결된 후로 미루자”고 “(식사 제안을) 거절했다”고 털어놓았다. 순수한 교제를 목적으로 한 식사 자리는 아닌 것 같아 거절했다는 것이다.
<평화나무>는 서울동남노회 최관섭 노회장과 명성교회 측에도 확인을 시도했다. 최관섭 노회장은 직접 대면해 물어보기도 하고,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내 거듭 확인을 시도했으나, 시종일관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명성교회 관계자 D씨는 “자매결연을 맺은 노회들끼리 식사하는 경우는 있으나, 노회들에 접근해 식사를 제공한 일은 없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걸려온 수화기 너머에서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D씨의 음성이 또렷하게 들렸다, “노회들이 밥을 얻어먹어도 다 우리(명성교회) 편이 아니라”면서 누군가에게 푸념을 늘어놓는 D 씨의 한숨 섞인 음성이었다.
명성교회는 미자립교회 또는 홀 사모 돕기에 적극적이다. 명성교회는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을 때마다 항상 이러한 명성교회의 역할을 강조해 왔다. 최근 총회를 앞두고도 명성교회는 노회들에 ‘어려운 교회들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명성교회의 요청에 진통을 겪은 노회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명성교회의 나눔과 섬김이 마냥 순수하지 않다는 사실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회도 살리고 명성교 살리고"...그러나 한국교회는 죽었다
교단 내 헌법(28조 6항 세습금지법)까지 무시하며 사실상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해 준 104회기 총회도 철저히 김삼환·김하나 부자 목사를 위해 계획적으로 움직였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의 수습안에는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해 갖은 어려움을 겪은 김수원 목사를 올해 가을 노회부터 노회장으로 추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단 김수원 목사는 노회장 재직 시 명성교회에 어떠한 불이익도 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애초에 수습전권위원회가 수습방안을 논의할 당시 명성측은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으로 추대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김수원 목사 노회장 추대건 뒤에 달린 단서조항은 명성측을 달래기 위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총회를 마친 다음날인 27일 명성교회 구역장들 모임에서 이번 수습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누가 노회장이 되더라도 명성교회의 불이익이나 어려움에 대해서는 일절 행사하면 안 된다는 것이 도장 찍혔다. 만일 이것을 어길 때에는 우리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 명성교회를 해롭게 하는 어떤 행위도 못 하게 되어 있다. 그건 나하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 조항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 자리를 얻기 위해 총회에서 수습전권위원회를 세워 결의하는 안에 적당히 합의해주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김수원 목사는 수습전권위원회의 수습안에 합의한 적이 없다.
김수원 목사는 “수습전권위원 7명이 수습안에 사인을 마친 후에야 수습안을 겨우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수습전권위가 명성교회측과 연락을 할 때마다 수습 안이 변경됐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수습전권위가 세습 문제를 정의로운 관점에서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김삼환·김하나 부자 목사를 끌어안으면서 총회 분열을 막는 데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수원 목사의 법률대리인 오총균 목사는 “이번 총회에서 선출된 신임 재판국원 대부분이 친명성으로 구성됐다”며 "명성 측이 요구한 재재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김하나 목사의 위임 청빙을 2021년으로 유예시키는 수습 안을 정한 것은 교단 분열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해석했다.
총회가 명성측이 요구한 재재심을 받아들일 경우, 새롭게 구성된 재판국이 명성측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은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통합교단으로써도 명성교회의 재력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총회장학재단 김영철 이사장은 25일 회무시간에 “장학재단기금으로 명성교회가 20억을 헌금하고 있다”는 점을 총대들 앞에서 굳이 언급한 것도 교단 내 명성교회의 위치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총회의 결정을 많은 한국교회 성도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갈등은 봉합은 커녕 더 커지고 말았다.
김삼환 목사 "포항시기독교연합회가 움직였다"
채영남 목사의 제안으로 수습전권위원 7명이 총회현장에서 급조된 점, 수습전권위원 7명을 총회장이 마음대로 선정한 점, 수습전권위원장인 채영남 목사부터 명성교회에 우호적인 입장이었던 것부터 이미 짜 놓은 각본대로 움직였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총회 장소가 서울에서 포항 기쁨의교회(박진석 담임목사)로 갑자기 옮겨진 것도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하는데 유리하도록 한 포석이었다는 사실이 김삼환 목사의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는 구역장들 앞에서 총회장소 변경에 대해 언급하면서 “합동과 통합, 교단을 초월해 우리 교회(명성교회)를 지지하게 했다. 명성교회 하나 되는 일에 적극 협조하는 일을 포항 기독교 연합회가 했다”고 말했다.
올해 총회는 본래 영락교회(김운성 담임목사)에서 개최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통합 측은 영락교회 김순미 장로가 장로부총회장 후보로 나서면서 총회 공고 마감일을 앞두고 급히 변경하게 됐다고 이유를 댔다. 부총회장 후보자가 시무하는 교회에서 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임원선거조례 시행세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총회 장소가 변경된다는 소문은 교단 차원에서 장소변경 공고를 내기 이전부터 이미 돌고 있었다.
<평화나무>가 관련 사안을 확인하기 위해 통합총회 사무실을 방문했던 지난 7월 13일 교단 관계자는 “그런 소문이 있지만 변경건을 확인한 바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당일 저녁 교단 관계자로부터 “총회 장소가 포항으로 변경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교단 내부의 지침이 정해지기 전부터 소문이 먼저 퍼졌다는 점도 총회 장소가 옮겨진 배경에 의심을 키우는 요소였다.
김하나 목사는 명성교회의 개입 의혹에 대해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고 부인한 뒤, 더 이상의 인터뷰를 거절했다.
앞에서는 사과, 뒤에서는 “나쁜 놈들”...김삼환 목사 사과는 '쇼?'
김 원로목사가 올해 총회를 앞두고 이례적인 사과문도 발표하고, 총대들 앞에서는 울먹이듯 "명성교회를 잘 살펴달라"고 호소했으나 모두 계산된 ’쇼‘에 불과했다는 비판 여론이 뜨겁다.
김 원로목사는 이날 구역장들 앞에서 “합동측은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를 살리기 위해 (없는) 법도 만들어서 살려주는데, 우리 총회는 오히려 (세습금지) 법을 만들어 죽이려고 한다”면서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 내가 나가라 그래도 나갈 데가 없다. 약자의 모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로목사는 이어 “명성교회가 안 되는 것을 바라는 존재는 같은 목사들”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지난 8월5일 ’명성교회 세습 무효' 판결을 내린 재판국원들에 대해 “나쁜 놈들”이라고 악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 재판부는 우리(명성교회 세습무효) 판결 내리고 얼마나 고난이 많은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명성교회는 물론, 총회는 “누구도 교회법으로나 사회법으로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수습안에 못 박고 명성 세습문제가 교단과 교회를 모두 살리는 방향으로 종결됐다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세습을 강행해 교단의 세습금지법을 무력화하고 명성교회 정상화를 가로막은 이번 총회 결의에 대한 비판 여론은 식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