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ㆍ김하나 살리는 것이 교단이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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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환ㆍ김하나 살리는 것이 교단이 살 길?
  • 권지연 기자
  • 승인 2019.09.2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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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가 6월30일 설교에서 "영적 부흥을 자꾸 비판하고, 영적 부흥을 자꾸 양적에대 그러면(비교하면) 사람들은 싸우고 대한민국은 더 싸우는 나라가 된다"고 설교하고 있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이 끔찍하고 불의한 부정에 사람들은, 특히 젊은이들은 더욱 실망할 것입니다”
 
올바른 교회의 모습으로 회복되기를 바라며 세습 반대를 외쳐온 교회세습반대운동(이하 세반연)은 26일 사실상 명성교회 세습에 길을 터 준 총회에 유감을 표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김태영총회장)의 104회기 총회 마지막 날 회무시간 채영남 목사(서울동남노회 수습전권위원장)의 제안으로 급조된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 7인의 수습 방안이 발표됐다. 수습안의 골자는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는 총회재판국의 재심 판결을 수용하되, 김삼환 목사 은퇴 5년이 지난 시점에는 세습을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명성교회는 2021년 1월 1일부터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를 위임 청빙 할 수 있다.
 

 

 
명성교회 대외협력을 맡고 있는 김 모 장로는 입장을 밝혀달라는 <평화나무>의 요청에 “우선 하나님게 머리 숙여 기도하고 자숙한 후에 입장을 발표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평화나무>가 재차 “추후 밝힐 입장에는 교회 세습 문제로 상처 입고 떠난 교인들에 대한 사과 또는 방안 등이 담기느냐”고 묻자, “상처 입고 교회를 떠난 교인들이 있다면 아버지께서 하나가 되게 해 줄 것이다”라면서 피해자는 명성교회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그동안 매를 많이 맞은 사람은 누가 뭐라 해도 기도하는 사람들이고 교회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 오다시피한 담임목사(김하나 목사)였어요"
 
이는 올해 총회 장소인 포항 기쁨의교회에 예고 없이 찾아와 “명성교회가 그동안 언론과 이단에게까지 많이 맞았다”며 울먹인 김삼환 목사의 주장이기도 하다.
 
김 장로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도하는 교회, 달라지는 교회, 한국을 빛내줄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명성교회 세습에 반대해 온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와 김수원 목사 등이 "세습금지법 폐기"에 대해 향후 언급하지 말자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총회 마지막 날까지도 세습금지법 개정안과 관련한 논의는 계속 이어졌다. 
 
26일 오전 회무시간 총회는 헌법위원회(황형찬 위원장)의 보고를 받아들여 '담임목사 은퇴 5년 후 세습 가능 청원'도 1년 더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24일에는 세습금지법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1년 더 연구하기로 했다. 
 
 

명성교회 임시 당회장 선정에 관심

명성교회 임시 당회장직을 누가 수행하게 될지에 관해서도 벌써부터 관심이 뜨겁나. 그러나 누가 명성교회의 당회장이 되든, 여전히 명성교회는 김삼환·김하나 목사의 손바닥 안에 있을 공산이 크다. 

수습전권위의 결의를 통해 2019년 가을 정기노회에서 노회장으로 추대하기로 한 김수원 목사는 올해 11월 3일경 명성교회에 임시 당회장을 파송해야 한다. 그러나 그 임시 당회장은 명성교회가 추천한 인물을 노회가 승인하는 형식이다.

김수원 목사는 “명성교회가 3개월 안에 임시 당회장을 추천하지 않으면 노회가 정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명성교회가 추천한 인사를 노회가 거절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김삼환·김하나 택한 총회,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 

교단이 올해 헌법보다 앞선 결의로써 명성교회 세습의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스스로 퇴행하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는 비판 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총대들은 급조된 명성교회수습전권위의 수습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수습안 발표가 총회 마지막 날로 미뤄지면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기우에 불과했다. 총대 1500명 중 1204명이 참석했고, 이중 920명(76.4%)이 수습안에 찬성했다.
 
명성교회 편에 섰던 재판국과 헌법위원회, 규칙부 등의 보고를 모두 거부하고 명성교회 세습은 불법이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던 예장통합 총대들의 마음이 1년 만에 명성교회 쪽으로 기운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김태영 총회장이 총회 둘째 날인 24일 기자들과 나눈 대화에서도 잘 드러난다.
 
당시 김 총회장은 “명성교회 부자 세습 문제는 총대들이 결정할 것이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따라야 한다”면서 “좌를 선택하든 우를 선택하든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를 바란다. 이 일로 교단이 매몰되거나 분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쌓인 피로도가 크다는 것이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로 갈라진 교단의 모습이 총회의 위신과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세를 위축시키는 요소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삼환 목사의 깜짝 방문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 채영남 목사(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의 발언에서도 김 총회장과 비슷한 생각이 읽힌다. 채 목사는 7인의 수습전권위원의 수습안을 제안하면서 "명성교회와 (김삼환) 목사님은 그동안 총회의 자랑거리이자, 큰 힘이었다. (그런데) 그 교회가 못된 교회, 못된 목사로 전락해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싸우는 동안 흑암의 권세가 다가온 환상을 봤다. 이대로는 안 된다며 여기서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호소했다. 이후 김삼환 목사를 발언대 위에 세우더니, 명성교회 수습안을 소개하며 총대들에게 받아들여 줄 것을 요청했다.
 
채 목사는 총회 마지막 날 수습전권위원회의 수습안을 공개하기 전에도 “더는 총회가 명성교회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는 취지로 총대들을 설득했다.
 
그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신 형제들끼리 싸우고, 싸움이 밖으로 번지면서 아버지와 집안을 망신시키고 있다”며 “이번에 꼭 해결해서 원수들이 공격하지 못하게 하자"고 강조했다.
 
여기에 김삼환 목사가 머리를 숙이면서 감정에 호소하자, 총대들의 마음은 바람에 이는 갈대처럼 흔들렸다.
 
결국 통합교단은 명성교회가 탈퇴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따위는 씻을 수 있게 됐다. 명성교회가 막강한 자금력으로 교단 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총회장학재단 보고에 따르면 명성장학기금은 20억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총회장학재단 중 가장 큰 규모의 기금을 운영하는 곳이 바로 명성장학기금이다.
 
총회장학재단 김영철 이사장은 25일 보고하면서 장학재단기금으로 명성교회가 20억을 헌금하고 있다는 점을 총대들 앞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온누리교회는 (명성보다 한참 부족한) 8천만원을 헌금한다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밖에도 통합 측에 따르면 지상7층 지하2층 1천평규모의 친환경 건물로 신축된 총회창립100주년기념관 설립에 명성교회가 헌금한 돈이 30억가량이고, 울릉도에 신축 중인 100주년기념관에도 명성교회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다못해 교회들이 십시일반 헌금해 매년 개회하는 총회 역시 명성교회 헌금 액수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2018년 열린 103회기 총회 개최 시 명성교회는 2천만원을 헌금했다. 총회헌금 참여에 이름을 올린 2863교회 중 단연 가장 많은 액수다.
 
교회동반성장위원회보고서에 따르면 명성교회는 진주노회에 2760만원, 충북노회에 7560만원을 지원해 왔고 올해도 지원할 예정이다.
 
통합교단은 명성교회의 자금력을 잃지 않은 대신 씻을 수 없는 불명예와 신뢰 추락, 교단의 불투명한 미래를 얻게 됐다. 명성교회의 회복을 바라는 성도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한 채 김삼환·김하나 부자만을 살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교회를 걱정하는 성도들과 세상의 우려를 “원수들의 공격”이라며 담을 쌓는 모습이다.  '말씀'으로 새로워지는 대신 '세습'으로 새로워진 교회의 모습에 젊은 세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통합은 이제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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