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명성교회 세습문제를 종결짓는 수습방안이 25일 오후 4시경 나올 전망이다. ‘말씀으로 새로워지는 교회’를 주제로 한 104회기 예장통합 총회가 ‘세습으로 새로워지는 교회’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감돌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예장합동, 김태영 총회장)는 104회기 총회 셋째 날, ”전날 총회장이 임명한 수습전권위원 7명의 논의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며 ”원래 내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정족수가 부족할 것을 고려해 오늘 오후 4시경 수습전권위원회의 수습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4일 오후 회무시간, 서울동남노회 수습전권위원장 채영남 목사는 “7인의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을 임명해 명성교회수습방안을 작성하고, 폐회 이전에 토론 없이 정해 명성교회를 둘러싼 논란을 종결하겠다”고 제안했다. 이같은 조정안은 예장통합 기관지인 한국기독공보를 제외한 모든 언론사 기자들을 모두 내보낸 후 비공개로 표결에 붙였다. 결과는 총대 1142명 중 1011명(88.5%)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날 임명된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은 광주동노회 채영남목사(서울동남노회 수습전권위원장), 경안노회 권헌서 장로(헌법위원), 서울서북노회 김성철목사(규칙부원), 강원동노회 김홍천 목사, 평북노회 이순창목사, 충북노회 최현성 목사, 광주노회 이현범장로다.
김삼환 목사 존재감 발휘했나?
예장통합 총회 둘째 날인 24일 총회장소인 포항 기쁨의교회는 김삼환 원로 목사의 깜짝 방문에 술렁였다. 깜짝 방문한 김삼환 목사가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정에 호소하는 모습에 총대들은 동요하는 듯하다.
한 총대는 <평화나무>와의 인터뷰에서 “세습을 영원히 못하게 하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적당히 합의하는 쪽으로 종결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번 총회가 열리기 전부터 ‘은퇴 후 5년이면 세습금지법 적용에서 제외한다’는 헌법위원회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란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명성교회에 표면적으로 징계를 주는 모습을 취하면서, 뒤로는 ‘은퇴 후 5년이면 세습금지법 적용에서 제외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헌법위원회가 헌의한 이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2015년 12월 31일 은퇴한 김삼환 목사가 지금으로부터 1년 4개월이 지난 2021년 1월 김하나 목사를 다시 위임목사로 세습할 수 있도록 꼼수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위는 앞서 명성교회 수습안이 나온 후 이를 다시 보고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명성교회 수습안에서 이 시행 규정 신설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채 목사가 올해 총회에서 종결짓는 방안으로 수습전권위원 7인이 밀실에서 논의한 사항을 표결로 결의하겠다고 밀어붙인 것은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김삼환 원로목사의 총회 방문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진 채영남 목사는 “우리가 싸우는 동안 흑암의 권세가 어부지리로 우리를 집어 담는 환상을 봤다”며 총대들을 설득했다.
채 목사는 서울동남노회 수습전권위원장으로 지난 7월 25일 반쪽짜리 임시노회를 열어 서울동남노회의 신임임원을 다시 명성교회를 옹호하는 옛 임원들이 꿰차도록 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명성교회 세습 옹호에 앞장서온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예정연. 대표 최경구 목사)는 자체 운영하는 인터넷 언론을 통해 “역시 통합은 달랐다”며 기사를 내고 채 목사가 제안한 수습안을 반겼다.
김삼환 목사 사과 진정성은?

김삼환 목사의 태도는 분명 이전과 달라졌다. 김삼환 목사는 총회가 열리기 전날인 22일 “교계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다. 모든 건 제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명성교회 세습사태가 발생한 후, 사과는 처음이다.
그러나 그의 사과와 호소에서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세습'에 과민반응을 보이고 분노를 표출했던 김삼환 목사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올해 총회장까지 방문해 고개를 숙인 김 목사의 모습은 매우 당황스럽다.
뉴스앤조이 보도에따르면 앞서 김삼환 목사는 지난 103회기 총회가 열리던 중에도 새벽 설교시간(2018.9.13.)에 세습을 반대하는 이들을 강력하게 비판해 왔다. 김 원로목사는 “마귀가 역사해 새벽예배를 멸하려 한다. 교인들이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명성교회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모든 교인들이 들고 일어나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3회기 총회에서 세습금지법 개정안을 기각하고 총회 재판국원이 모두 교체됐을 때도 “교회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교회 대물림은 기업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회를 그렇게(기업 대물림처럼) 생각하는 것은 타락한 것이다. 흠집내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제보에 따르면 과거 김삼환 목사는 ”세습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공산주의자"라는 취지로 장로임직을 앞 둔 집사를 몰아세워 교회를 떠나도록 한 적도 있다.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대위는 23일 “총회를 하루 앞두고 김삼환 원로목사가 전격 발표한 ‘104회기 총대들에게 드리는 말씀’의 글은 사과문이 아니라 평성교회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삼환 원로목사의 사과문에는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사과하는지, 어떤 후속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
아니나다를까. 김삼환 원로목사가 총회장을 찾은 날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이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 사례를 언급하며 “없는 법까지 만들어 (명성)교회를 살펴달라”는 속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예장합동은 ‘예장합동 목사가 아니’라고 판결을 내린 대법원의 판결까지 무시해가며 2주 속성 과정으로 학력위조 논란에 휩싸인 오정현 목사를 구제해 주었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총대들에게 불법을 행하면서까지 명성교회를 살펴 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총대들을 향해 “그간 언론과 심지어 이단에게까지 많이 맞았다”면서 울먹이듯 호소했다. 그러나 실상 (명성교회로부터) 많이 맞았던 것은 명성교회 세습 반대를 외쳐온 단체 소속 성도들과 이를 취재하는 언론인들이었다는 사실은 매우 명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