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기독교지도자 시국선언준비위원회, 이언주 의원 초청 시국강연회 개최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저열한 막말은 없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도를 넘은 비난은 여전했다. 가짜뉴스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이언주 국회의원을 보기 위해 모인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기독교 지도자를 자처하는 목사와 장로들은 시종일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의 텃밭'인 부울경에서 때아닌 ‘시국강연’이 개최됐다. 25일 양산 온누리교회(담임 허남길 목사)에서 ‘부울경 기독교 지도자 시국선언 준비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행사에서 이언주 국회의원(무소속)이 연사로 등장했다. 이 의원 무려 ‘그리스도인의 시대를 보는 관점’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소개부터 남달랐다. 나라가 위중한 시국에도 소신을 지키고 행동하는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강사소개를 한 송영웅 목사는 “(이언주 의원은) 독하면서도 똑똑하다. 외로운 전사로서 기독교 나라를 위해서 가장 앞장서서 싸우는 사람”이라고 추어올렸다.
송 목사가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에서 제일 예쁜 사람은 누구냐? 현 시국을 잘 보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기 소신을 밝히면서 잘 대처하는 사람이 누구냐?”라고 질문을 던지자 청중들은 화답하듯 ''이언주' 이름을 연호했다.
“차별금지법, 동성애 반대하는 사람 차별하는 법”
이언주 “1948년은 대한민국 처음 탄생한 날”

청중들은 이 의원이 강단에 오르자 환호성을 지르며 열렬히 환영했다. 한미동맹과 반공, 동성애, 현 정부 비난 등 삼박자를 두루 갖춘 보수 기독교인들이 선호하는 내용으로 강연이 진행됐다. 강연 내내 이 의원의 격정적인 언사가 끝나기 무섭게 아멘과 박수가 따라왔다. 그 모습은 마치 아이돌 그룹의 팬 미팅 현장을 방불케 했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자신의 기독교적 배경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친정 부모님은 가톨릭이셨다. 결혼하고 제 사랑하는 남편이 기독교인이라서…”라고 소개하면서 신앙 양심에 비추어 봤을 때 동성애도 반대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저는 동성애를 찬성하지 않는다. 당연히 하나님께서 내려주신 원래 우리가 살아가야 할 질서에 반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동성애 행위를 반대하는 것이지 성 소수자를 핍박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반동성애진영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한 인식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차별금지법으로 인해 동성애를 반대하는 신앙 양심을 국가가 억압하고 처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차별을 금지한다고 하니까 피상적으로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례를 보니 저처럼 동성애 행위를 반대하는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으로 규정했다”며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금지한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더 심각한 차별을 하는 법이다. 저처럼 반대하는 사람을 핍박하는 법이었다. 국가의 권력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을 처벌하고, 내 양심이 억압당하고 굉장히 죄를 짓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미 다수의 매체나 전문가들을 통해서 반박되고 팩트 체크된 내용이지만, 대한민국이 1948년에 건국됐다고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현 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을 하나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교만’에 비유하면서 국정과제인 적폐청산 노력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금 나라가 어렵지만, 이 상황 자체도 우리한테 (하나님이) 시련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1948년은 근대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탄생한 날”이라고 했다.
특히 “문재인 정권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아주 그럴듯한 말로 들린다. 정권이 바뀌면 유토피아가 펼쳐질 것 같다”며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이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정치 권력이 그렇게 만들 수 없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영역을 넘보면서 ‘내가 세상을 창조하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교만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새로운 질서를 뭐라고 생각하나. 기존의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다 감옥에 처넣으면 그게 새로운 질서냐?”라고 반문하며 “권력을 자신들이 잡았다고 해서 세상을 금방 유토피아처럼 만들 수 있나. 생각해보면 얼마나 교만한 이야기인지 알 수 있다. 심지어는 그 방향이 맞는 것인가 의심된다. 보수를 ‘꼴통’이나 ‘꼰대’라고 하는 것도 저들이 만들어낸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안정망·복지 확대되면 국민이 나태해진다?
이언주, 제20대 총선서 ‘사회안정망·복지강화’ 8대 입법 추진 공약
사회안정망과 복지가 확대될수록 국민을 나태하게 만든다는 황당한 주장도 나왔다. 소위 ‘복지 포퓰리즘’, ‘좌파 포퓰리즘’으로 국민들을 현혹시켜 국가에 의존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로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질 게 걱정하지 마’라고 말하면서 국민이 국가만 쳐다보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가 경제적으로 다 의존하게 되면 어떻게 되나. 그 사람에게 종속된다. 이래라저래라 해도 거절할 수 없게 된다. 자유를 잃게 된다”고 했다.
이어 “국민 세금 가지고 하면서 마치 자기가 주는 것처럼 생색을 내면서 국민을 나태하게 만들고 자기한테 의존하게 만들고 그래서 종속시키고 노예로 만들게 된다”며 “그런 나라가 공산주의 국가다.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는 국경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앞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지켜내지 못하면 스스로 사회주의 노예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이 의원의 주장은 제20대 총선 출마 당시 자신의 공약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의원은 ‘경제민주화·사회안정망 강화 서민을 구하는 희망사다리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완화 ▲공공임대주택 확대 및 전월세 상한제로 주거안정망 강화 ▲어린이집 보육로 지원 현실화로 보육서비스 질 강화 ▲소득 하위 70% 어르신께 기초연금 30만원 지급 ▲보훈수당 인상 등 보훈정책 개선으로 애국복지 실현 ▲청년을 위한 저소득층 대학등록금 최대 200만원 세액공제 및 환급 ▲아동학대 예방·방지법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관철 ▲개인채무조정 합리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 제도 정비로 가계부채 해결 등 8대 입법 추진 약속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제20대 총선 공직선거 정책토론회 2부에서도 “소득계층간의 격차, 대·중소기업간의 격차, 가계와 기업간의 소득 격차가 심각한데, 결국 시장의 문제로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문제는 정치가 풀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세모녀 방지법 ▲영유아보육법 ▲대리점 보호법 ▲주택법·주택도시기금법 ▲공공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등 이 의원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킨 5대 제·개정 민생법률안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주장처럼 사회안정망과 복지 확대가 국민들을 나태하게 만든다면, 적극적으로 관련 입법에 앞장서고 홍보해왔던 과거의 자신에게 무엇이라고 변명할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약은 공약일 뿐이고, 상황에 따라 소신은 얼마든지 내팽개칠 수 있는지 말이다.
“일본으로부터 경제독립하자는 말 들으면 화가 난다”
조선해운업에 종사했던 부친의 일화를 소개하며 일본의 갑작스런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라는 일방적인 경제보복 이후 반일 기조를 취하고 있는 현 정부를 에둘러 비난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도 우리에게 이득이 많은 협정이었음에도 정부가 충분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가 처음에는 배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 기술들을 일본에서 배워왔다”며 “제가 어렸을 적 아버지가 일본 해운회사에서 온 손님들을 모시고 와서 밤늦게까지 같이 술을 마시면서 접대를 했다. 술이 굉장히 약하신 분인데도…”라고 말을 잇지 못하며 울먹였다.
이 의원은 “세상에 노력하지 않고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버지들이 그렇게 해서 만든 대한민국이다. 우리가 지금 일본을 욕하고 있다. 그 당시 우리 아버지들은 자존심이 없어서 그렇게 한 줄 아나. 잘 살아보기 위해서 몸부림친 것”이라며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피땀으로 저 같은 사람들도 공부하고 대학을 갔다. 그래서 저는 요즘에 일본으로부터 경제독립을 하자는 말이나 박정희 대통령이 한일청구권 협정한 거 가지고 욕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고 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를 사실인 양 주장하기도 했다. 최저임금 인상, 법정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이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경제정책의 결과로 기업이 도산하거나 외국인 투자도 줄어들고 있다고 청중을 호도했다.
이 의원은 “너무나 걱정스럽다. 많은 회사가 무너져가고, 나라를 떠나고 있다”며 “더 이상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을 투자하고 싶은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 돈이 계속 나라 밖으로 계속 나가게 되면 어떻게 되나. 남미의 잘 살던 나라들이 저렇게 기울어져 가고 이제 세계 최악의 빈곤국이 된 이유는 돈이 나라를 떠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무섭다. 이것이 바로 독재다. 이대로 가면 이제 우리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운명적으로 우리는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는 나라에서 태어났다. 더 좋은 나라로 번영시켜서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하는데 산업화 때의 근면 성실한 태도를 다 잊어버렸다”고 했다.
“민주화 운동 불순분자들이 정권 장악했다”
이언주, “조국 장관 임명 강행, 내년 개헌 노린 것”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경제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는 아니면 말라는 식의 의혹도 제기했다.
이 의원은 “북한과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교류가 아니라 원조다. 우리 세금으로 보조금을 주고 지원해 주는거다”라며 “그 공사는 누가 하나. 우리나라 업체가 하지 않겠나. (이권을 챙기기가) 땅 짚고 헤엄치기다. 저는 의심하고 있다. 결국에는 그 이권에 눈이 어두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는 이유도 내년 총선 이후 개헌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민주화는 자유주의운동이다. 그 운동 속에 불순분자들이 있었다”며 “사실은 사회주의로 가자, 북한하고 연방제 통일하자는 이런 사람들이 민주화운동인양 하면서 같이 섞여있었다. 민주화 운동을 할 때 딴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이제 정권을 잡고 나라를 끌고 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내년 총선 이후에 상황이 더 열악해지면 (정부는) 헌법을 개정할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삭제할거다. 그것이 조국이 내놨던 헌법 개정안”이라며 “(조국이) 이렇게까지 만신창이가 되면서까지 (법무부장관을) 꼭 하려고 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사범들을 와장창 집어넣어서 개헌선을 넘기기 위해서라고 저는 의심하고 있다”고 했다. 청중들은 이 의원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옳소’라고 외치며 박수로 환호했다.
강연을 마치면서 이 의원은 “함께해주신 많은 분께서 정말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해 달라. 이 자리에 모인 것도 우연이 아니”라면서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사명을 저의 사명으로, 여러분도 사명을 다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엔 질문자로부터 팩트체크를 당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 의원은 앞서 시국강연에서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태양광 사업을 두고 환경을 파괴하는 지속 불가능한 에너지 정책이며 태양광 사업자만이 이득을 얻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자신을 양산 온누리교회 집사이자 태양광 사업자라고 밝힌 한 질문자는 “어제 서울의 태극기집회도 갖다 왔다. 우파 매체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 때부터 태양광 발전 허가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는 작년부터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지금 현재 공사하고 있는 것들도 전 정권에서 (허가를 해줘서)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 더 깊이 살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