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 여성동문회 피켓시위 "여성 강도권 허하라"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가 23일 서울 강남구 충현 교회에서 막을 올렸다. 정오께부터 총대등록이 시작되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총대들로 총회장 안팎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러나 온통 남성 뿐, 현장에서 여성 사역자들은 안내를 하거나 여성 사역자의 지위 향상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교회 밖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예장합동, 여성총대 0명 불명예
시작 전부터 물리적 충돌에 욕설까지

올해도 예장합동의 여성 총대 숫자는 제로다. 스스로 장자교단을 자처하는 합동총회가 개혁주의신앙을 표방하면서 여성 목사 안수 불허가 성경적이라는 아집을 내려놓지 못하는 까닭이다.
총대등록이 시작된 정오쯤부터 교단 산하 신학대학인 총신대학교대학원 여성동문회 25명이 교회 앞에서 ‘여성 강도권 허할 것’, ‘여성 군선교사 도입 서두를 것’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여성 사역자의 지위 향상에 총회가 힘써줄 것을 촉구했으나, 교회 직원에 의해 교회 밖으로 쫓겨났다. 교회 직원은 총신 여동문회 회원들에게 총회 안에서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으니 심기를 건드리는 것은 좋지 않다는 취지로 여동문회원들와 활동을 자제시키기도 했다.
올해도 여성 안수 관련 헌의안은 올라오지 않았다.
장혜정 총신 여동문회 회장은 “그나마 지난 회기(103회기)에서 여성위원회가 임시로나마 조직돼 여성 사역자의 지위 향상에 대해 논하게 된다”며 “올해 총회는 어느때보다 기대를 가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총회 내 구성된 여성위원회 위원들도 모두 남성이다. 여성의 지위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예장합동에서는 여성의 지위 향상을 촉구하는 목소리조차 남성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김애희 센터장)이 총신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충현교회 마당에서 ‘첫 여성 안수식’ 퍼포먼스를 진행하자, 교회 직원이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스피커를 강제로 끄는 등 물리적으로 막아서는 일도 발생했다. 퍼포먼스가 계속 진행되자 화가 난 교회 직원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평화나무>가 퍼포먼스를 거칠게 저지하는 교회 직원에게 “교회의 뜻이냐, 총회의 뜻이냐”묻자, 그는 “교회의 뜻”이라며 “한 곳을 교회 마당으로 불러들이면 다른 단체들까지 들어오려 해 안 된다”고 끝까지 여성 안수식을 막아섰다.
이승희 목사 "교회의 권위에 순종" 강조
신앙고백으로 시작한 개막 예배에서 기도자로 나선 강의창 장로부총회장은 “하나님이 홀로 영광받는 총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장자교단으로 본이 되게 하시고 복음을 위해 협력하는 104회기 총회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강 장로부총회장은 “교회 위기의 원인을 교회 안티세력과 이단”으로 꼽고 회복을 위해 기도했다.
총회장 임기를 마치게 된 이승희(반야월교회) 총회장은 "지난 1년동안 교회와 민족에 희망이 되는 총회를 꿈꾸며 변화된 총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려왔다"며 "원했던 총회의 변화는 미완으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총회장인 나의 부족함과 모자람 때문이라고 자책하면서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회장은 또 “우리가 하나님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게 때문에 존경도 상실됐고 순종도 상관없는 모습이 되어버렸다”면서 “이번 회기동안 회무를 진행하는 모든 시간에 우리 서로 존경하자”고 권면했다.
아울러 “우리는 성도들에게 순종을 가르쳐왔다”며 “우리도 우리의 주장과 생각을 꺽어 버리고 총회와 교회의 권위 앞에 순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교했다. 올해 총회에 찬양을 위해 참석한 꽃동산교회 찬양대원 300여명을 향해서도 “이제 총회장 교회의 성도들이니 더 순종하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총회장은 103회기 총회에서 부총회장으로 선출된 꽃동산교회 김종준 목사가 당연직 총회장으로 선출될 예정이다. 부총회장 선거에는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가 단독 후보로 올라 이변이 없는 한 부총회장으로 선출될 전망이다.
한편 27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총회에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전광훈 대표회장)를 이단 옹호 단체로 규정해 달라는 헌의안이 올라왔다. 전광훈 목사 개인에 대한 이단성 조사 청원도 들어왔다.
지난 103회 총회에서 총회 신학부의 6개 복음주의 단체(교회개혁실천연대, 청어람, 기독연구원 느혜미야, 좋은교사운동, 성서한국, 복음과상황)의 사상 조사 청원을 결의한 데 이어 부산노회가 <뉴스앤조이>에 대한 총회의 신학적 연구 및 강력 대응' 헌의안을 올렸다. <뉴스앤조이>를 반기독교 언론으로 지정해 달라는 헌의안도 올라왔다. 아울러 "동성애·동성혼을 조장하고 비성경적 신학 강의를 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김근주 교수(기독연구원느헤미야) 특강을 금지시켜 달라는 헌의안 등이 올라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