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9월은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가장 분주한 시기다. 지난 한 해의 교단 살림을 돌아보고 다음 한 해를 준비하는 총회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을 시작으로 예장대신·고신이 총회를 마무리했다. 23일부터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한국침례회 24일부터는 예장합신 등이 총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은 17일부터 20일까지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교회다운 교회 칭송받는 교회’를 주제로 제69회 총회를 개최했다. 전국 34개 노회에서 파송한 총대 520명 중 517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장에 신수인 목사(양산교회), 부총회장에 박영호 목사(새순교회)가 당선됐다.
총회 현장에서 발표된 예장고신 교세 현황에 따르면, 전년대비 교인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45만2932명에서 42만3425명으로 전년대비 2만9678명이나 감소했다. 이에 반해 교회 수는 24개 증가한 2019개, 목사 수는 73명 늘어난 3861명이었다. 시무장로의 수도 지난해보다 86명 증가한 4135명을 기록했다.
교단 산하 전국 노회에서 올라온 수많은 안건들을 논의하는 가운데 실소를 자아내는 결의도 있었다. 결혼식을 진행할 때 가능한 목회자를 주례자로 세워 예배당에서 예식을 해야 ‘성경적인 결혼식’이며 서약 없는 결혼은 결혼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 채택된 소위 ‘성경적 결혼식 지침’은 지난해 제68회 총회에서 남마산노회·경북중부노회·부산동부노회·부산서부노회·부산중부노회 등이 헌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가 1년이나 연구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총회 현장에서는 총대들 간의 토론 한번 없이 통과됐다.
교수회는 “혼인식에서 하나님은 단지 구경하는 분이 아니라 신랑과 신부에게 서약을 요구하고 그들의 서약을 들으며 두 사람을 실제적으로 하나가 되게 한다”며 “주례 없는 결혼식이란 하나님 없는 결혼식을 의미하며, 이와 같은 결혼식을 추구하는 이들은 본질적으로 실천적 무신론자”라고 했다.
다음은 뉴스앤조이가 지난 17일 보도한 <[고신3] “주례 없는 결혼식은 하나님 없는 결혼식”> 기사에서 7개로 구성된 결혼식 지침을 요약한 내용이다.
- 혼인은 반드시 공적 서약이 포함돼야 한다(혼인신고 없는 동거는 부당한 행위).
- 혼인식은 ‘하나님께 대한 서약’을 포함하기 때문에 교역자가 주례를 주관해야 한다.
- 교회는 혼인 서약의 엄중성을 잘 가르쳐야 한다. 주례 없는 결혼식은 참가자에게 가볍고 즐거운 마음을 주지만, 결혼의 엄숙함과 영적 성격을 간과하는 면이 강하다.
- 교회는 서약 없는(혹은 주례 없는) 혼인식에 맞서 싸워야 한다. 화려하고 값비싼 결혼식을 하지 않도록 안내해야 한다.
- 목사와 당회는 혼인식 의미를 젊은 청년에게 잘 가르쳐야 한다.
- 혼인식은 예배당에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현실적으로 어려우면 일반 예식장도 가능).
- 목사의 주례는 목회적 돌봄 행위다. 결혼식은 남녀가 목사 앞에서 신앙적 삶을 설계하고 약속하는 과정이다.
이외에도 ▲예장순장과 통합 추진 ▲목회자 최소 생활비 대책 ▲고신순교자 기념관 설립 추진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독소조항·동성애 합법화 저지 등을 중점사업으로 채택했다.
다가오는 예장통합 총회…명성교회 살리기에 올인하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제104회를 앞두고 친명성 측의 노골적인 명성교회 살리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한주이기도 했다.
시작은 명성교회 지킴이를 자처하는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예정연)가 끊었다. 예정연은 16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104회 총회를 위한 기도회’를 개최했다. 총회를 위한 기도보다는 그저 명성교회의 불의를 감싸기 급급했다. 예정연 회원들과 명성교회 교인들은 명성교회의 부자세습 옹호하거나 재판국 판결 비난했다. 심지어 세습금지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왔을 정도다.
뉴스앤조이는 16일 <“명성교회는 왜 바보처럼 가만있나, 교단 탈퇴하라”> 기사에서 “명성교회를 지키기 위해 출범한 예정연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 104회 총회를 일주일 앞두고 기도회를 개최했다”며 “예정연이 내건 현수막에는 '104회 총회를 위한 기도회'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지만, 기도회에서는 명성교회 부자 세습을 옹호하는 발언과 총회 재판국을 규탄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예정연 대표회장인 최경구 목사는 “이번 총회에서 총대들이 70% 이상 지지 안 해 주면 명성교회는 교단을 탈퇴해야 한다”며 “명성교회가 나가서 연금재단 만들고, 연금 보장해 주겠다고 하면 (목사들이) 같이하게 돼 있다. 명성교회는 왜 이런 일을 당하고도 바보처럼 가만있는가”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명성교회가 속해있는 서울동남노회도 빠지지 않았다. 현재 서울동남노회 임원회는 대다수가 세습을 지지하는 친명성 인사들도 구성됐다. 제104회 총회에 파송한 총대들의 면면도 친명성 인사들로 이뤄졌다.
서울동남노회는 16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총회와 세습 반대 측을 비난하고 매도하기 바빴다. 이들은 “우리는 우리가 잘못한 것에 대한 비판과 권고는 언제든지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면서도 “법과 원칙에서 벗어난 비방이나 비판에 대해서는 그것이 총회의 결정이라도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미 위임식까지 끝난 목사를 법적 근거도 없이 여론에 휘둘려서 정서적인 주장만으로 교회에서 시무하지 못하게 끌어내린다면 교회가 어떻게 되겠나”라며 “노회는 불법이 아닌 이상 지교회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노회의 사명과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중에 교단도 한몫 거들었다. 예장통합 헌법위원회(위원장 이현세 목사)가 총회에 ‘담임목사 사임 후 5년이 초과하면 청빙할 수 있다’는 시행령 신설을 청원했다. 사실상 조건부로 세습을 허용하자는 뜻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17일 <예장통합 헌법위, ‘담임목사 은퇴 5년 후 세습 가능’ 청원> 기사에서 “그동안 헌법위는 목회지 대물림을 금지하는 교단 헌법 28조 6항이 미비하다고 주장해 왔다”며 “헌법위는 이번 기회에 시행령 16조 1의 5항 ‘담임목사 사임 후 5년이 초과하면 청빙할 수 있다’는 안을 만들어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이현세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총회도 살리고 명성교회도 살려야 한다. 10만 명이 다니는 큰 교회는 1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며 “앞으로 통합 교단에서 그런 교회가 나올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나. 이제 마무리해야 한다. 이 문제로 또 싸울 수는 없다”고 밝혔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둘러싸고 교단 내 갈등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곧 총회장을 이임하게 되는 림형석 목사는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림 목사는 지난달 27일 교단지인 한국기독공보와 진행한 특별대담에서 “총회를 섬기는 동안,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과 뜻을 따르고, 총회의 결의들을 지키기 위해 힘썼지만, 화평한 교회를 만들지 못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면서도 “그래도 하나님의 은혜로 어려운 일들이 잘 해결되기도 했다”는 주요 업적으로 ‘서울동남노회와 명성교회 문제가 총회결의를 지키면서 수습국면으로 들어간 것’을 꼽았다.
이어 “성장을 거듭하던 한국교회가 지금 큰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이것은 하나님이 주신 또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순교의 신앙으로 교회를 지킨 우리 신앙의 선조들을 기억하며, 진실하고 순수한 신앙으로 돌아갈 때, 한국교회는 여전히 민족의 소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예장백석, 끝내 분열…‘예장백석대신’ 출범
대한예수교장로회 백석과 일부 목회자들이 결국 갈등의 골을 좁히지 못하고 분열 수순을 밟았다. 2015년 예장백석과 대신이 전격적인 통합을 결정하고 불과 4년 만에 예장백석·대신·백석대신·대신(복원) 등 4개의 교단으로 분리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뉴스앤넷은 20일 <백석 합류 ‘대신 이탈측’, 백석과 결별 후 ‘독립’> 기사에서 “한국교회를 떠들썩하게 하며 행해진, 예장 대신총회 이탈 측과 예장 백석총회의 교단 통합이 파국으로 끝났다”며 “통합 후 ‘백석대신’이라는 교단명을 사용하던 예장 백석총회가 교단명에서 ‘대신’을 지우고 ‘백석’으로 환원하자 불만을 품고 별도의 총회를 구성해버린 것이다. 장종현 총회장 체제에 반발하는 백석총회 이탈자들과 함께다”고 보도했다.
지난 19일 라비돌리조트에서 총회를 개최한 목회자들은 총회의 이름을 ‘백석대신’이라고 정했다. 예장백석과 대신의 통합 정신을 잇는 취지다. 예장백석대신의 총회장은 예장백석 총회장을 역임한 유만석 목사(수원명성교회)가 추대됐다.
유 목사는 취임사에서 “막판까지 이런 날이 오지 않길 바라며 기도했다. 하지만 하나님의 또 다른 섭리와 경륜이 어디 있는지, 결국 우리 모임을 발족하게 하셨다”며 “여러 회원이 (내 거취를) 우려한다는 말도 들었다. 오늘 이 총회가 세워지지 않았으면 개인적으로라도 내가 몸담았던 총회를 떠났을 것이다. 홀로 외로운 길을 가더라도 그런 체제에는 남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예장고신, 전광훈 이단성 조사 결의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의 이단성 조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 목사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에서 이단 혹은 참여 금지를 결의한 변승우 목사(사랑하는교회)를 한기총에 영입하고 이단사이비대책위원 신사도대책분과위원장을 임명해 ‘이단 옹호’ 논란을 자초했다.
국민일보는 19일 <예장 고신, “한기총 이단옹호단체 규정 1년간 연구해보기로”> 기사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총회장 신수인) 측이 이단 옹호 및 반기독교적 모습을 보인 일부 교계 유관 기관에 관한 판단을 당분간 유보키로 결의했다”고 보도했다. 예장고신은 ▲한기총의 이단 옹호 여부 조사 ▲정동수 목사(사랑침례교회) 이단성 연구 등을 1년간 시행할 예정이다.
뉴스앤조이도 19일 <[고신9] 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 이단 옹호 조사> 기사에서 “예장고신은 9월 19일 오전 회무에서 ‘한기총 이단 옹호 단체 규정 및 전광훈 대표회장 이단 옹호자 규정 청원’을 이단대책위원회에 1년간 맡기기로 결의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