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를 휘감은 반동성애 광풍이 심상치 않다. 차별과 혐오를 배제하기 위한 논의를 막는 것은 물론, 특정 목회자 죽이기로 귀결되고 있다.
지난 13일자 국민일보 29면 하단에는 ‘동성애 반대’를 천명하는 광고 하나가 실렸다. 기독교대한 남부연회(대전유성지방, 대전대덕지방, 연무지방, 대전중앙지방, 대전동지방, 대전서지방) 명의로 실린 광고에는 ‘성적 타락’, ‘사탄의 교묘한 전략’ 등 온갖 무시무시한 표현을 써가며 동성애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혐오 발언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남부연회는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는 동성애와 그와 유사성행위를 보호받아야 할 인권으로 포장하여 성적 타락, 에이즈 확산,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모든 법 제정 및 동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인류를 죄악과 멸망으로 치닫게 하려는 사탄의 교묘한 전략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와 함께 책임을 통감하여 회개하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결의하였음을 알리는 바”라고 했다.
이들이 결의했다고 알린 내용은 새삼스러운 점은 없었다. 반동성애 진영의 논리를 그대로 갖다가 붙여넣기 한 수준이다. “차별금지법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며 국회는 동성애, 동성결혼, 동성 간의 성행위 및 기타 유사성행위를 조장하는 악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면서 “동성애를 성적 취향으로 인식하고 이를 인정한다면, 아동, 수간, 성폭행 등도 성적 취향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차별금지법의 본래 취지를 악의적으로 왜곡하기까지 했다.
그 다음 내용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최근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 처분을 받고 총회 재판에 상고한 특정 목회자를 겨냥한 듯 감독회장과 교단을 향해 “교리와 장정에 신설된 법대로 동성애자 및 동성결혼, 그에 동조하는 자들을 철저히 징벌하여 감리교단을 악으로부터 지켜내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감리회 법인 교리와 장정을 준수하고 ‘영정 청정지역’으로 보전해나가겠다며 “동성애나 동성결혼자 및 그에 동조하는 자는 서리전도사, 수련목회자 파송 및 개체교회 담임목회자 청빙을 하지 않을 것을 결의하고 또한 지방실행위원회의 임원자격도 앞의 조건과 동일하게 적용할 것을 결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성명서는 동성애자의 인권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교회는 동성애 문제를 인권이 아니라 복음과 영혼구원 문제로 접근해야 함을 밝힌다”는 단서를 달았다.

사실 확인 없이 비난하거나 논란 키우며 여론몰이
“광풍처럼 휘몰아치는 성소수자 혐오로부터 교회와 신앙의 중심 지켜달라”
감리회 소속의 한 목사는 당당뉴스에 동성애 반대를 목적으로 기고한 글에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특정 목회자를 비방하기에 바빴다.
A 목사는 지난 5일 당당뉴스에 기고한 ‘바울이 말하는 동성애’에서 “필자가 속한 감리교회는 폭풍전야(暴風前夜)와도 같이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태풍은 필시 폭풍우를 동반한다”며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5대 4로 통과시키면서 논란을 점화시켰고, 2019년에 감리교회 목사가 동성애 결혼식에서 축복기도를 하고 그를 지지하는 목회자들이 성명을 발표하고 각종 단체에서 인권상을 시상하면서 태풍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글의 마지막 대목이다. A 목사는 “감리교회 목사는 정직 2년의 징계 처분을 받았으면서도 또다시 동성 결혼식에서 축복기도를 하였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가 SNS를 통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당당뉴스에 항의가 잇따르자 해당 매체는 “이 부분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동환목사재판대책위원회의 정정요구가 있어 삭제함. 이동환 목사는 동성결혼식에서 축복기도한 사실이 없다고 함”이라고 수정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최근에도 이동환 목사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14일 진행된 감리회 중부연회(정연수 감독) 목사 안수식에 이 목사가 안수 보좌로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자 감리회 안팎에서 논란이 된 것이다. 감리회 교리와 장정에서는 “감독은 목사 2인 이상의 보좌를 받아 목사 안수례를 집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직 2년 처분을 받은 목회자가 안수 보좌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해석부터 이 목사에게 안수 보좌를 부탁한 목회자에 대한 비난도 도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감리회 게시판에는 이 목사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목사 안수식을 진행한 정연수 감독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정 감독은 “목사 안수 당사자인 J 목사를 연회의 자격심사위원회에 회부하여 장정에 위배되는 행위가 발견되었을 때에는 그에 따르는 책임을 정확하게 묻고 장정에 따라 단호하게 치리하겠다”고 했다. 이동환 목사에게도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묻는 모든 가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동성애 반대도 천명했다. 정 감독은 “저는 ‘동성애는 하나님의 창조 섭리에 위반되기 때문에 반대한다. 하나님의 창조 원리는 남과 여의 조화를 통해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이기에 동성애를 반대한다’라는 소신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목사”라며 “앞으로도 그 소신은 변함없이 지켜갈 것이다. 또한 현재의 장정에 명시된 동성애에 관련한 법규를 준수하겠다”고 했다.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도 19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감리회 모든 교회와 성도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 사건의 시비를 떠나 여러 이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불편함을 겪었음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 만약 실수가 나타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목사 안수 보좌 논란을 둘러싸고 횡행하는 정치적 선동과 혐오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대책위는 “1심 연회재판 이후 상고하여 2심 총회재판이 진행 중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 이동환 목사의 신분은 무죄”라며 “다만 기소된 시점부터 담임목사로서의 직임이 정지되는바, 시무하는 수원 영광제일교회 교인들은 2020년 6월 17일 이후부터 담임목회자의 집례와 설교 없이 예배를 드리며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담임목사’로서의 직임을 정지한다는 행정 명령을 지난해 6월 26일 소속 연회인 경기연회로부터 받았을 뿐, ‘목사’로서의 직임을 정지한다는 행정 명령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또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감리회 재판법 제34조(재판) 제7항 “재판위원회는 판결서에 제6조(벌칙의 효력)의 대상이 되는 구체적인 직임을 명시하여야 한다”임에도 구체적인 직임을 명시하지 않았다. 당시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피고인 이동환 목사를 정직 2년에 처한다. 재판비용은 모두 피고인 부담으로 한다”고 판결했을 뿐이다.
대책위는 “목사 안수 보좌를 문제 삼아 감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이들의 저의가 매우 의심스럽다. 중부연회 내 어떤 이들은 이를 빌미로 연회 평신도 단체장을 만나며 혼란을 야기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취하고, 어떤 이들은 헛된 영웅심에 도취되어 감리회 교리가 선언한 공정하고 진보적이며 포용적인 감리교회의 길을 호도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했다.
목사 안수 당사자인 J 목사를 단호히 처리하겠다고 밝힌 정연수 감독에게도 “힘없는 목회자를 희생양으로 삼지 마라”며 사상검증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J 목사 본인이 입장문에서 밝혔듯이 그는 이동환 목사의 모든 생각과 지향에 동의해서 안수 보좌를 요청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목사에게 성소수자와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밝히도록 몰아가는 행태는 또 다른 마녀사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준회원 허입 과정에서 이동환 목사나 성소수자에 관한 견해를 물으며 후보자들에게 사상검증을 했다는 소식 또한 저희는 접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이동환 목사의 안수 보좌 논란이 정치적 목적과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지적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2004년 1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서울연회 소속 K 교회 K 목사는 사회법으로 징역 3년, 벌금 750만원을 받아 재판위원회에서 ‘정직 6개월에 선고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위원회는 규칙에 있지도 않은 ‘선고유예’가 부끄러운지 ‘선고유예는 분명 유죄판결이다’ 라고 덧붙였다”며 “K 목사는 바로 몇 달 뒤 4월 서울연회에서 목사 안수 보좌로 선다. 당시 목사 안수 받은 이들의 목사 안수는 무효인가”라고 했다.
이어 “이번 서울남연회에서 온 국민이 아는 성범죄, 공금회령 의혹을 받은 어느 목사의 안수 보좌는 어떻나?”며 “큰 도둑은 놓아주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목회하는 이를 잡아두는 모습에 우리는 가슴을 친다. 이동환 목사를 내쫓으라고 소리높이는 세습한 이들, 불법한 이들. 부끄럽지 않나”라고 일갈했다.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는 감리회 모임’도 지난 1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교계에 광풍처럼 휘몰아치는 성소수자 혐오로부터 교회와 신앙의 중심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동환 목사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J 목사의 목사 자격 문제, 이를 둘러싼 사상검증 시도 그리고 성소수자 존중 문화에 대한 휘몰아치고 있는 교계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는 이동환 목사의 총회재판을 지켜보고 있는 차별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모든 감리교인들과 기독교 안팎의 모든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동환 목사 총회 재판뿐만 아니라 현 중부연회 목사안수와 관련한 일들을 처리해 나가는 모든 과정을 모든 감리교인들과 기독교 더 나아가 차별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다수의 시민 사회에서 지켜보고 있다”며 “예수님의 피 값을 헛되이 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교회와 종교 역할의 이정표를 배울 수 있는 귀한 배움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성숙한 교계 지도자, 성직자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와중에 이동환 목사는 지난 17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주관하는 제15회 무지개인권상 개인 및 단체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목사는 “아마도 재판을 받고 있으니까 더 힘내고 용기 내라고 주시는 차원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교회가 제일 혐오에 앞장서고 있는 상황인데, 교회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으로서, 목사로서 너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교회를 사랑의 집단으로 바꿔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 제가 믿는 신은 차별을 하는 분이 아니다. 하나님은 누구나 평등하게 사랑하시고 어떤 사람이든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시는 분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동환 목사는 21일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감수하겠다면서도 목사 안수 보좌를 부탁한 J 목사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이 목사는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는 건 단지 정직 기간에 있는 사람이 안수 보좌를 했기 때문이 아니고 동성애 프레임을 씌어서 반동성애 측에서 문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며 “안수는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고 거기에 감독님도 계셨다. 그 부분에서는 중부연회에서 분명히 책임을 지고 J 목사님의 자격에 대해서 문제가 생긴다든지 이런 일은 전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에 처한 상황이지만, 이 목사는 감리회가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계속해서 피력해왔다. 통화를 마무리하면서 자신을 둘러싼 온갖 음해와 왜곡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재판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목사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악의적인 비방만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조금 더 우리가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