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호 없이 USB 꽂아 증거 오염 가능성도 제기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변호사 측에서 동양대 PC 관련 새로운 증거를 제시한 것.
정 교수 변호인단은 지난 12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의 핵심 증거였던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에 대해 검찰의 위법수집증거를 제시했다. 변호인단은 ‘별도의 포렌식 과정을 통해 검찰이 누락시켰거나 은폐했던 증거들을 발견했다’며 △PC의 정상 종료 △검찰이 숨긴 IP주소 △임의제출 전 USB 연결을 문제삼았다.
컴퓨터 다운됐다던 검찰··· 포렌식 해보니 정상 종료돼
변호인단은 그동안 동양대 강사휴게실 PC에 접근할 수 없었다. 검찰이 해당 증거물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검찰은 동양대학교 압수수색 당시, 강사휴게실 PC에서 조국 폴더를 발견, 정보를 추출하려 했으나 컴퓨터가 고장나 정보를 추출하지 못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래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PC를 받아왔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이번 포렌식 자료를 보니 정상 종료된 로그가 있고, 레지스트리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비정상 종료됐다면 안전모드로 켜져야 하는데, 안전모드로 부팅된 흔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즉 비정상 종료가 아닌 정상 종료가 됐다는 소리다.
임의제출로 받아 가려면 컴퓨터가 망가지거나 이상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망가지지 않은 컴퓨터를 망가졌다고 말하며 챙겼을 뿐만 아니라 변호인단의 접근도 막았다. 변호인단은 이제야 PC에 접근할 수 있었다. PC 수집부터 불법이었던 셈이다.
검찰, 의도적으로 IP주소 감춰
검찰은 정 교수가 2013년 6월 16일 방배동 자택에서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주장한다. “2014년 4월 이전에 22개의 137(방배동) 아이피가 확인되므로 강사휴게실 PC는 2013년 6월 16일 방배동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포렌식을 통해 22번의 접속 기록이 시기적으로 1년 가까이 공백이 있고, 그 공백에 끝자리 112인 IP, 즉 동양대학교로 추정되는 IP주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초기에 “2012년 선물을 받고 방배동에서 사용하다가 2012년 동양대로 옮겼고, 다시 2014년경 방배동으로 가져와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이번 증거는 당시 정 교수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해주는 자료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 피고에게 유리한 증거도 법원에 제출해 협력할 ‘검사의 객관의무’가 있음에도 검찰은 방배동 IP만을 증거로 내세웠다. 의도적으로 해당 사실을 숨긴 건 객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임의제출 받기 전 USB 꽂은 흔적 발견돼··· 증거 오염 가능성 제기
검찰은 강사휴게실 PC를 임의제출 받기 전 약 1분간 USB 드라이브를 해당 PC에 연결했다. 검찰은 PC 관리자였던 김모 조교를 내보낸 후 수사관들만 있는 상황에서 USB를 꽂았다. 증거는 발견 시점 이후 어떠한 외부 접촉 없이 당시 상태 그대로 보존돼야 한다. 증거 내용의 변질, 누락, 추가 등의 오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이 같은 행동은 ‘증거 오염’에 해당하는 중대한 위법행위이다. 증거 오염은 그 가능성만으로도 증거 능력 배제의 사유가 된다. 증거로 채택돼 판결이 이루어진 후에도 오염 가능성으로 판결이 뒤집히기도 한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2019년 9월 10일 동양대 교양학부 사무실에서 오후 7시 30분부터 정상 종료 전까지 1분 13초 동안 USB를 삽입해서 어떤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1분 13초 동안 어떤 일을 했다는 건 원본 오염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는 것이 변호인단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자료를 선별해서 가져가기 위해 포렌식 프로그램이 설치된 USB 장치를 연결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해명 역시 불법이다. 포렌식을 하려면 먼저 증거로 채택돼야 하는데, 증거로 채택되지도 않고, 영장도, 임의제출도 없는 상태에서 포렌식을 진행한 건 불법행위다.
이에 재판부는 5월 26일까지 포렌식과 관련된 피고인의 의견을 종합해서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