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전문가들, '자가진단키트' 꺼내든 오세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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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전문가들, '자가진단키트' 꺼내든 오세훈 우려
  • 신비롬 기자
  • 승인 2021.04.1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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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아직 정해진 건 없어..관련 부처와 협력 중"
오세훈 시장의 발언으로 화재가 된 자가진단키트(출처=연합뉴스)
오세훈 시장의 발언으로 화재가 된 자가진단키트(출처=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코로나 신규 확진자 증가세가 지난 2차, 3차 코로나19 대유행을 떠올리게 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라는 검증되지 않은 방법을 꺼내든 오세훈 시장을 향해 세간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3월 말까지만 해도 400명대를 유지하던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숫자가 4월 들어 600~700명대로 치솟았다. 지난해 8월 2차 대유행 때 최대 신규 확진자 숫자가 441명, 11월 3차 대유행 때 최대 신규 확진자 숫자가 583명이었던 걸 고려한다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전해철 2차장은 15일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오늘 확진자 수는 600명대 후반으로 예상된다”며 “여전히 600~700명대를 이어가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염려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오 시장은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와의 상생의 뜻을 밝힌 것.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 시장이 꺼낸 자가진단키트는 정확도가 매우 떨어지는 검사방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오세훈, ‘자가진단키트’ 상생방역 패러다임 제시

오세훈 시장은 12일 비대면 브리핑을 통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률적인 ‘규제 방역’이 아니라 민생과 방역을 모두 지키는 ‘상생방역’으로 패러다임을 바꿔 가겠다”며 “서울시 차원의 매뉴얼을 마련하고, 다음 주 시행 방법과 시기 등을 중대본과 협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 시장이 주장하는 상생방역은 자가진단키트를 기반으로 한다. 오 시장은 “중대본 회의에서 중앙정부에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촉구했다”며 “자가진단키트 활용을 전제로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이 시행된다면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영업시간 연장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식약처를 향해 “자가진단키트에 대한 신속한 사용승인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14일 자가진단키트 도입을 위한 자문단 회의를 위해 예정된 부서별 업무보고까지 취소할 만큼 자가진단키트 도입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상생방역'을 제시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출쳐=연합뉴스)
'상생방역'을 제시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출쳐=연합뉴스)

 

자가진단키트 정확도 떨어져, 의학계 우려의 목소리

오 시장의 이 같은 방향성에 의학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의사신문은 15일 ‘자가진단키트 도입 서두르는 서울시··· 전문가 의견은 들어보셨나요?’라는 기사에서 “‘간이검사키트’는 현장에서 30분 이내에 신속하게 양성·음성 여부를 판별할 수 있고 검사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정확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6일 ‘대한진단검사의학회’도 공식 성명을 통해 “민감도가 낮은 간이진단키트로는 PCR 대비 약 천 배에서 만 배 정도 바이러스 검출량이 많아야 진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홍영준 원자력병원장은 14일 의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흥업소 등에 출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일반인용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한다는 것은 다소 위험한 발상”이라며 “진단키트 자체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나마 간이검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꼬집었다.

설대우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도 12일 TBS ‘특보 코로나19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많은 전문가가 ‘자가진단키트의 품질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이걸로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이렇게 이야기한다”며 “자가진단키트가 확실히 작동해 그걸 기반으로 확진자를 찾아내고 그걸로 탄력을 주겠다는 건데, 전제에 문제가 생기면 이 전체가 어그러진다”고 주장했다.

설 교수는 “오 시장이 하려는 건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를 돕는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방역을 잘해줌으로 그분들이 안심하고 영업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분들을 살리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 역시 13일 “자가검사키트를 전제로 한 이런 출입은 현재로서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더더구나 지금의 상황은 매우 위중한 상황으로 여기에 대한 검토 단계로는 너무 이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TBS '특보 코로나19 LIVE'에 출연해 오세훈 시장의 정책을 비판하는 설대우 교수(출처=TBS)
오세훈 시장의 상생방역을 비판하는 설대우 교수(출처=TBS)

 

아직 정해진 건 없어, 관련 부처들과 계속 협의할 것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박유미 방역통제관은 15일 자가검사키트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었다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방영해 자가검사키트의 도입 방법이나 적용대상 등 관련하여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홍보담당자는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정부와 식약처, 질병청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들과 계속 협의를 할 것”이라며 “12일의 첫 발표는 어떻게 보면 ‘우리는 이렇게 해야 한다,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의지를 표명을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진행된 메시지나 방법들은 계속 검토 중인 상황에서 나간 메시지가 혼재 돼서 보도되다 보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들이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세훈 시장은 12일 거리두기도 새로운 매뉴얼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각 시설별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정 업종만 혜택을 받으면 안 되니 방역적으로 수용 가능한 부분을 주말동안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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