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남성 돌아오게 하려면 페미니즘 중심주의 버려야"
민주당 비상대책위, "민심경청투어 준비 중, 질책 직접 듣겠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4·7 보궐선거 패배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원인 파악에 나섰지만 ‘헛물만 캐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탄핵 이후 19대 대선부터 지금까지 파죽지세로 선거 승리를 거머쥐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4·7 보궐선거에서 쓰라린 패배를 맛봐야 했다. 접전 끝에 진 것도 아니고 압도적인 차로 패배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율은 39.18%로, 57.50%의 지지를 받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와 18.32%나 차이 났다. 박형준 부산시장 당선자는 무려 62.67%의 지지를 받아 34.21%의 지지를 받은 김영춘 후보와 28.73%의 격차를 벌렸다. 서울시의 경우 25개 구에서 단 하나도 이기지 못했다.

30세 이하 남성 70% 이상이 국민의힘 찍어·· 돌아선 20·30대 남성들
이번 보궐선거의 최대 이변은 20·30대의 변화였다. 그동안 진보성향으로 분류됐던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이 아닌 국민의힘 오세훈을 선택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 남성은 무려 72.5%가 오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남성도 63.8%가 오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언론, 조국, 부동산, 성 평등’·· 돌아선 민심 분석하는 민주당 관계자들
김종민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일각에선 언론의 편향성을 문제로 꼽았다. 김 의원은 8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언론의 편파 보도는 오래됐지만, 이번 선거에선 그 정도가 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오세훈 후보나 박형준 후보의 문제에 대해 “언론들이 꼼꼼하게 따져줘야 했다”며 “이 사실관계에 대해 꼼꼼하게 아는 분들은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걸 마타도어다, 네거티브다, 흑색선전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것이 언론에 많이 실리게 되면 국민들이 이런 걸 다 따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에 대해서만큼은 공정하게 따져 줄 언론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인숙 의원은 성 평등 의제를 지적했다. 권 의원은 개인 SNS에 “전 시장들의 권력형 성범죄로 치러지는 선거였다”며 “무엇보다도 성평등이 중요한 의제여야 했던 선거였다”고 썼다. 그러면서 “여성 청년들의 뜨거운 절규에 응답하지 못했던 모자람이 너무나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노웅래 의원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거 패배 원인을 LH와 부동산, 김상조 실장 문제라고 진단했다. 노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느낀 건 부동산 문제, 세금 문제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많은 불만을 가졌던 것 같다”며 “결정적인 건 아무래도 김상조 실장의 내로남불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조국 사태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의 갈등도 꼽았다. 조국 사태와 추·윤 갈등 과정에서 당이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다는 것. 그는 “개혁을 한다면서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건 당연히 브레이크를 걸어야 하는데 사실상 뒷받침했다”며 “그런 부분이 쌓이고 쌓였다가 결국 LH 투기, 김상조 실장의 위선적인 전셋값 인상 이런 게 폭발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현직 의원은 아니지만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전 의원 역시 나름의 진단을 내놨다. 김 전 의원은 8일 자신의 SNS에 “제대로 된 성찰과 혁신을 위해선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며 “바로 조국 사태와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문제, 부동산 실책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2030 의원들은 9일 입장문을 내며 “이번 재보궐선거의 참패 원인을 야당탓, 언론탓, 국민탓, 청년탓으로 돌리는 목소리에 저희는 동의할 수 없다”며 △박원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조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 △조국 전 장관 사태 △정부 여당 인사들의 재산증식과 이중적 태도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 우리 청년의원들이 더 겸손하게, 성실하게, 용기를 내겠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민주당, 기대에 부응하는 민주당을 국민에게 돌려 드리겠다”고 밝혔다.
“20·30대 남성 돌아오게 하려면 페미니즘 중심주의 버려야”
민주당 관계자들의 진단과 다른 의견도 곳곳에서 올라오고 있다. 이들은 민주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며, 민주당의 맹점인 ‘젠더 이슈’, ‘페미니즘’을 지적했다.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진행자이자 미르미디어 이동형 대표는 지난 8일 김용민TV와의 인터뷰에서 20·30대 남성들이 돌아선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60대 이상 고연령층은 국민의힘, 2050 젊은 층은 민주당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50년은 더 투표할 20대들이 다 국민의힘에 몰표를 줬다. 그럼 미래가 없는 것”이라며 일갈했다. 그는 이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 먼저 페미니즘 중심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금 시대가 달라졌고, 국민 인식이 변화했으며, 제도도 많이 바뀌었다”며 “20대 남성들은 남자라고 혜택받은 게 없다.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다. 그런데 계속 페미니즘 중심으로 여성 우대정책을 펴면 먹히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민주당 지지자들이 20대 남성들을 다그치기만 했지, 달래주진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동계 올림픽 하키팀을 예로 들며, 그 일로 실망한 청년들을 향해 훈계하고 가르치려 했을 뿐 달래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서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청년들은 위로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
이 대표는 이 외에도 △방역문제 △부동산 정책 △1가구1주택 세금 문제와 대출 △재난지원금 등 여러 이유를 설명하며 민주당의 패배 원인을 분석했다.
이선옥 작가 역시 8일 김용민TV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예견하고 경고했던 이야기가 현실로 일어났다”며 이번 보궐선거를 평가했다. 이 작가는 “20대 남성은 그동안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할 도구가 아무것도없었다”며 ‘국민의힘이 청년세대를 잘 공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페미니즘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감동한 20대 남성들이 많다”며 “민주당이 20대 청년들을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경합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20대 남성을 대상으로 보여준 태도나 전략이 민주당보다 더 훌륭했다는 것.
이 작가는 “이번 선거 패배에서도 교훈을 찾지 못한다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쓴소리를 했다.
‘진보너머’라는 단체도 9일 낸 ‘민주당, 현실도피는 그만합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젠더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 초반 70~80% 가까운 지지를 보냈다가 지금 가장 강력한 비포세력이 된 20대 남성은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이들이 아니”라며 “일베와 같은 한 줌의 패륜적 남초 커뮤니티 탓만 하기에는 훨씬 광범위한 세대적 여론”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와 민주당이 펼친 여성할당제 정책과 워마드 류의 혐오주의자들이 페미니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세금을 받아 순회 강연한 점 등을 꼬집었다.
또 “이 와중에 정작 성 추문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민주당 진영의 인사들이 ‘역사의식 없다, 경험치가 낮다’는 식의 되도 않는 훈수나 늘어놓으니 22%도 아깝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20대 남성들은 과거 가부장의 특권을 누리는 데 관심이 없다. 단지 누군가에 대한 특별한 우대정책이 아니라 ‘공정한 룰’이라는 보편화된 세상을 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젠더 정책을 원인으로 꼽는 추세다.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한 커뮤니티에는 현 정부를 ‘페미 정부’라고 비판하며,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여성 위주의 정책을 강하게 질타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조국 한 사람을 감싸다 민심이 돌아선 게 아니다’, ‘현실감각이 결여됐다’, ‘20대 남성을 지배한 이슈는 젠더’ 등의 글들이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출범을 알리며 “민심경청투어를 빠르게 준비하여 국민의 질책을 직접 듣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공정한 사회, 누구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안전한 사회, 함께 잘사는 표용 사회 등 당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고, 국민이 신뢰하는 사랑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변화와 쇄신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