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같은 업무여도 비정규직 스태프가 하면 ‘창작’이고 정규직 스태프가 하면 ‘노동’인가!”
주요 방송사들이 밀집한 서울 상암동에서 울려 퍼진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다. MBC의 일방적인 계약해지로 부당해고를 다투고 있는 방송작가들이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앞두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반노동적 판결을 뒤집고 방송작가의 근로 실질을 제대로 따져 이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명확히 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는 19일 상암 MBC 앞 광장에서 ‘MBC 방송작가 부당해고 구제 및 근로자성 인정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유경 노무사(돌꽃 노동법률사무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 이미지 특임부위원장(전국언론노동조합), 진재연 사무국장(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안명희 대표(문화예술노동연대), 김기영 지부장(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박영직 지부장(MBC아트지부)이 함께했다.
해당 사건을 맡고 있는 김유경 노무사(돌꽃 노동법률사무소)는 “마산MBC 구성작가님들이 노동자성을 인정해달라고 싸운 지 올해로 공교롭게도 20년이 되는 해다. 10년간 동일한 장소에서 본인의 이익이 아닌 사용자의 이익을 위해서 동일한 업무를 했다는 사실 외에 또 다른 강력한 증거가 있을까 라는 질문을 수없이 했다”며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앞둔 심경을 전했다.
김 노무사는 “이분들은 10년 가까이 종속돼서 일했다는 것에 대해 강력한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며 “생방송 프로그램에 철저히 구속되어서 다수의 정규직들과 협업하면서 일하고, 심지어는 자유롭게 아이템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부장이나 차장의 성향에 따라서 지시에 의해서 원고를 작성하고 컨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방송작가들을 일방적으로 해고한 MBC와 사용자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준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에 아쉬움도 드러냈다. 김 노무사는 “뉴스투데이 팀에서 일했던 수많은 정규직들도 이 두 분이 단순히 업무를 혼자서,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원고를 넘기면 그만인 도급사업자나 프리랜서가 아니란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오로지 지노위와 사용자인 MBC만이 그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오늘 중노위가 또 다시 그런 비상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으로 꾸준히 방송작가 처우 개선에 목소리를 내온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도 “우리가 이렇게 방송작가들의 해고 문제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은, 이 해고가 비단 두 분의 문제가 아닌, 방송계의 뿌리 깊은 비정규직 노동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늘 두 작가님의 최종 심문 회의가 우리 방송계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울러 모든 방송사가 이제는 비정규직 문제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중노위 판정을 앞둔 당사자 김 아무개 작가는 “해고 통보를 받을 때도 울지 않았는데…”라며 발언 전부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 작가는 “주 6일을 새벽에 일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출근을 했고, 저희 가족들은 제가 맡은 방송이 나가서야 ‘아 애가 죽지 않고 방송국에 잘 출근했구나’ 그렇게 생각해왔다”고 했다.
김 작가는 “힘든 싸움이 될 걸 알면서도 용기내서 이 자리에 섰다. 이 일을 겪으면서 9년간 저희에게 지시했던, 일반 기자가 아닌 차장급 기자들이 몇 명인지 이름을 나열해봤다. 현 MBC 박성제 사장을 비롯해 총 49명이었다”며 “오늘 중노위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통해 반복되는 비정규직 남용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오랜 기간 해고자 복직투쟁을 거쳐 경영진이 된 박성제 사장을 비롯한 MBC의 구성원들은 앞에서는 공정 보도와 노동 인권을 이야기하면서 뒤에서는 비정규직을 입맛대로 해고하고 근로자성을 부정한다”며 “이러한 행태에 우리는 분노한다. 이들이 공영방송, 해직 언론인이라는 타이틀을 가질 자격이 과연 있는가”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