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시청, 아동 성추행·음주 민원에도 미온적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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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시청, 아동 성추행·음주 민원에도 미온적 태도
  • 신비롬 기자
  • 승인 2021.03.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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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신고 후 15일 지나서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연락
“아이가 상담받기 싫어한다”며 상담 치료 안 해
경기도 감찰실 관계자 “같은 공무원이지만 부끄럽다”
남양주 시청 모습(출처=남양주 시청 홈페이지)
남양주 시청 전경(출처=남양주 시청 홈페이지)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지난해 원장이 아동들을 성희롱·성추행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남양주 소재 K 그룹홈이 폐쇄조치까지 됐으나, 이후에도 원장과 피해 아동들과의 분리조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양주 시청의 미온적인 태도가 문제로 떠올랐다. 

해당 시설에 자녀를 맡겼던 A 씨는 “시설만 폐쇄됐지 아직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라며 평화나무를 통해 호소해 왔다. A 씨는 “지난해 8월 19일 여학생들만 있는 K 그룹홈에서 성희롱과 성추행, 아동 음주 문제가 발생해 시청에 신고했으나, 시청은 약 15일가량이 지나서야 행정 조치에 들어갔고, 12월이 돼서야 시설이 폐쇄됐다”며 즉각적인 조처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또 “시설이 폐쇄된 후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아동 전문심리상담 치료도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언론에 보도된 남양주시 그룹홈 문제 되짚어보면... 원장의 과도한 스킨십·· 아동과 함께 술 마시기도

K 그룹홈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지난해 8월경이다. 해당 그룹홈에서 약 2년간 생활했던 한 학생이 퇴소하면서 원장이었던 박 모 목사의 언행을 폭로한 것이다. 이 학생은 박 목사가 아이들의 신체를 과도하게 만졌고, 입이나 뺨에 뽀뽀하거나 특정 신체 부위 크기를 언급하는 등 성적인 농담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룹홈은 가정해체나 방임, 학대 등의 이유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아동보호 시설이다. K그룹홈에는 10대 여아 7명이 생활했다. 

원래 여성아동보호 시설 직원은 여성이 맡는 것이 원칙이나,  K 그룹홈 운영위원회는 박 목사가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이라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원장으로 임명했다고 한다.

사건이 발생하자 K 그룹홈 운영위는 빠르게 조사에 착수했고, 박 목사가 아이들의 몸을 공공연하게 만졌다는 다수의 증언을 확보했다. 또 박 목사가 아이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운영위는 원장 박 목사를 성추행 혐의로, 그룹홈 대표 안 모 목사와 그의 아내는 성추행 방조 혐의로 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언론에서도 크게 다뤄졌다. SBS ‘궁금한이야기Y’는 2020년 9월 11일 방송에서 해당 사건을 내보냈다. 영상에서 박 목사는 아이들과의 터치는 친밀감의 표시였다며, “무조건 터치했다고 다 성추행이냐”고 반박했다. 사랑하는 마음에서 했을 뿐 성적인 의미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아동 음주에 대해서는 “청소년 보호법 차원에선 잘못한 게 맞지만 아이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매개로 사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2020년 9월 11일 방송된 궁금한이야기Y
사랑으로 스킨십했다는 원장(출처=SBS)

이 밖에도 YTN, 매일경제, 일요신문, 뉴스앤조이 등 많은 언론이 해당 사건을 보도했다. 시청도 K 그룹홈의 성추행과 성희롱, 청소년 유해 약물(주류) 제공 등을 모두 인정, 후원금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12월 10일 폐쇄 명령을 내렸다.

 

남양주시, 민원 신고 후 15일 지나서야 움직여

상담 치료ㆍ분리조치 등 소극적 대처 

그러나 남양주 시청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남양주 시청은 민원인들의 민원에 즉각 대처하지 않고 늦장을 부렸는 원성을 사고 있다. 

K 그룹홈의 문제를 파악한 운영위원회는 8월 19일 남양주 시청에 민원을 넣었으나 시청은 그로부터 약 보름 정도 지난 9월 3일경부터 행동에 들어간 것. 즉각적으로 대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약 15일간 방관한 셈이다.

또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신고가 접수되고 시설이 폐쇄될 때까지는 물론, 폐쇄된 이후에도 아이들의 심리상담 치료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A 씨와 운영위원회는 시청에 아동들의 심리상담 치료를 진행해 달라고 계속 요청했으나, 여성아동과는 ‘알겠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심리상담은 지금껏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아동들이 상담 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은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아이들의 욕구를 확인한 다음 본인들이 전문적으로 상담을 받고 싶다고 요청해야 상담이 진행된다. 아이들의 욕구를 확인했을 때 상담을 받는 것을 거부했다. 그래서 진행을 못 했다”며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아이들의 요청이 있어야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범죄 피해자들의 치유와 회복을 돕는 성교육상담센터 ‘숨’의 정혜민 대표는 ‘일이 이렇게 커졌는데도 제대로 된 상담조차 진행되지 않은 건 이상하다‘며 의아해했다.

정 대표는 “언론에도 많이 노출됐고, 심각한 문제로 다뤄졌다. 그랬으면 이 사건이 발생한 시청은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일단은 심리적인 상태를 지켜보면서 제대로 된 상담 치료를 들어가야 하지 않나, 왜 이럴때만 아동의 자기결정권이 중시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친부모 또는 가족 간에 문제가 생겨도 아동을 보호기관으로 분리시키는 것이 원칙”이라며, "백번 양보해서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치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건 아이들을 무방비 상태로 내버려 둔 것과 같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원 가정에서 상처받아 그룹홈에 간 아동들에게는 그나마 그곳이 자신들의 보금자리였을 것"이라며 "결국 이 아동들에게 누구도 믿고 의지할 어른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이 슬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분리조치 후에도 원장이 돈 관리?

이유 물으니 "대답할 의무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A 씨는 자녀의 통장을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남양주시청이 그룹홈 아동에게 지급하는 생계비와 보조비를 분리조치 후에도 K 그룹홈 대표 안 목사에게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A 씨가 강하게 항의하자 그제야 처리됐다.

그렇다면 시청은 왜 이런 대응을 한 것일까? 이유를 듣기 위해 남양주시 여성아동과 아동시설팀에 연락했으나 제대로 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박 모 팀장은 “답변할 부분이 없다”며 “그런 내용으로 전화할 거면 전화를 끊겠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경기도 감찰실, “민원에도 즉각 대응 안 해, 이는 업무 소홀이자 직무 유기”

이들의 늦장 대응 이유는 경기도 감찰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도 감찰실 관계자는 “‘남양주 공무원들이 사법적 절차가 끝나고 그 결과를 보면서 움직이기 위해 행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했다. 운영위가 경찰에 해당 그룹홈을 신고했으니 그 결과가 나온 후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 감찰실은 "민원인들이 아동학대 민원을 넣고, 빨리 행정적 초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남양주시 공무원들은 즉각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업무에 소홀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원인들이 요구한 건 사법적 처분이 아닌 행정적 처분이다. 행정적으로 '영업정지'라던지 '영업장 폐쇄'를 통해 아동 분리를 할 수 있다. 그게 어렵다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연계해 조사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걸 안 했다”며 남양주 시의 해명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감찰 과정에서 남양주시 공무원의 거짓 진술도 발각됐다. 남양주 시청은 감사받을 당시, 민원인들이 민원을 넣자마자 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에 연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양주아동보호전문기관에 확인해 본 결과, 바로 연락한 것이 아닌 9월 4일에 처음 연락했다. 행정 전화로 연락했다는 남양주 시청 공무원의 말과는 다르게 행정 전화에는 아무런 내역도 남아 있지 않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녹취록을 통해 9월 4일에 처음 연락한 사실이 밝혀졌다.

남양주시 공무원들이 지적받는 미온적 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감찰실 관계자는 ‘위법이 분명한 아동 음주에도 남양주시가 미온적인 대처를 보였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 관계자는 “8월 26일 아이들이 낸 탄원서를 보면 ‘자신들이 음주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럼 그걸 본 담당자들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기관에 연락하고 연계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행동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양주시에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해야 하므로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고 답변하는데, 마트에서 (미성년자에게) 술 한 병만 팔아도 그 마트는 영업정지다. 그런데 아이들이 술을 먹었다고 증언했는데도 바로 현장 조사조차 나가지 않았다는 건 직무유기 아니냐”며 그렇기에 징계를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주 사실을 인정하는 원장(출처=SBS)
아동 음주 사실을 인정하는 원장(출처=SBS)

이 관계자는 또 남양주시 공무원들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지방공무원법 제48조를 보면 공무원들은 성실하게 일을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민원이 접수됐는데도 담당과장이 현장에 나가지 않은 것에 대해 정말 자괴감을 느낀다"며 한숨을 뱉었다.

경기도청은 남양주시 해당 공무원에게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남양주 시청은 경기도청의 징계를 인정하지 않고 재심의를 신청한 상태다. 아직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지 못하는 모양새다. 경기도청 감찰실 관계자는 ‘남양주시와 경기도가 갈등을 빚고 있는 지금, 이 문제마저 정치적으로 해석될까 두렵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남양주시, 그룹홈 운영 목사 봐주기 논란도 제기 

K 그룹홈의 운영위원 중 한 명은 남양주 시청이 안 목사의 편의를 많이 봐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설장 허가가 나려면 사회복지사 경력이 3년이 돼야 한다. 그런데 K 그룹홈의 대표 안 목사는 그 자격이 안 되는데도 시청에서 시설장 허가를 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지적하자 시청은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이게 말이 되느냐"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또 "안 목사의 아내가 운영하는 '우리동네 청년연구소'라는 공간대여 사업장이 그룹홈과 공모 사업을 하는 것처럼 꾸며 돈을 챙긴 것 아닌지" 의심했다. 

이와 관련해 안 목사의 입장을 청취하고자 연락했으나, 안 목사는 “지난번에 기자와 통화했는데, 기자가 자기 마음대로 기사를 쓰더라. 그래서 변호사와 이야기해 인터뷰나 사실확인도 변호사를 통해서 하기로 했다”고 말하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한편 경찰은 그룹홈 전 원장과 박 목사와 안 대표의 성추행과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안 대표는 이외 사문서위조, 보조금 부정수급 등의 혐의와 관련해서도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됐고, 사기, 횡령, 배임 혐의로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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