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문제 사회법정으로 끌고 간 것이 죄명
상태바
교회문제 사회법정으로 끌고 간 것이 죄명
  • 권지연 기자
  • 승인 2021.02.13 1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영락교회 장로 9명 시무 정지
권지연 평화나무 기자
권지연 평화나무 기자

부산영락교회가 장로 9명의 시무를 정지시키기로 결의했다. 교회 문제를 사회 법정으로 끌고 간 것이 문제라는 이유였다. 

부산영락교회는 지난 7일 공동의회를 열고 장로 9명에 대한 신임투표를 물은 결과, 9명 모두 신임투표수가 총수표수(592명)의 3분의 2를 넘기지 못해 시무가 정지됐다고 교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교회는 공동의회를 개최하기 전 교인들에게 발송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2020년 12월 6일 공동의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부산법원 서부지원) 외 사회법에 고소 고발을 하여 교회의 문제를 사회법정으로 끌고 가 교회에 문제를 일으킨 9명의 장로들을 2021년 1월 24일 제직회에서 결의하기를 이들의 신임을 공동의회에서 묻도록 당회에 안건을 상정하여 당회의 결의로 신임을 묻는 투표가 2월 7일 오후 예배 전후에 있다"며 "공동의회는 오후 예배 중에 있을 것이고 3분의 2 이상의 신임을 얻어야 시무를 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지난해 12월 공동의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이란, 부산영락교회 항존직 임기를 75세로 연장하는 안을 가결하는 공동의회를 열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부산영락교회가 소속된 교단(예장백석) 법을 따라 해를 넘기기 전에 항존직 임기를 연장하는 안을 교인들에게 묻는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내막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교회의 재정 불투명에 문제의식을 느낀 장로들은 지난해 윤성진 목사를 배임ㆍ횡령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토지를 담보로 받은 대출금 사용처 등의 재정상태를 투명하게 밝혀달라는 취지였고, 이전에도 이때문에 담임목사의 사임을 요구했다고 했다. 그래서 2017년 담임목사 70세 정년을 요구하고 동의하는 내용이 담긴 서류에 공증까지 받았으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항존직 임기 연장안을 가결하는 공동의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 탄원서에 서명한 교인은 장로 9명을 포함해 87명이었다. 

그러나 지난 7일 평화나무가 부상영락교회를 찾았을 당시 윤성진 담임목사를 대신해 인터뷰에 응해준 장로 A는 공동의회에서 장로 9명의 신임을 묻는 것과 관련해 "담임 목사님은 장로 4명에 대해서만 신임을 묻는 절차를 거치려고 했는데, 제직회에서 안건이 올라왔고, 교인들의 항의가 거세게 부는 바람에 9명에 대한 신임을 모두 물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잘못한 일이 있어도 교회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사회법으로 간 것은 문제"라고 거듭 주장했다.

부산영락교회가 교회의 문제를 사회법에 호소한 장로 9명의 시무를 정지한다고 홈페이지에 7일 공고했다.  (출처 : 부산영락교회) 
부산영락교회가 교회의 문제를 사회법으로 끌고 간 장로 9명의 시무를 정지한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7일 공고했다.  (출처 : 부산영락교회) 

 

공론화된 재정의혹과 관련해서는 어떤 입장일까. 그는 '교회의 재정문제가 없다는 것인가'라고 묻는 질문에는 "그러니까(문제가 없으니까) 교인들이 따라오는 것 아니겠나"라고 주장했다. 

A 장로는 또 "문제를 제기한 장로들이 요구하는 건, 담임목사 사임”이라고 했다. 이를 요구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자,  마치 재정 의혹이 있는 것처럼 부풀린 것이란 취지로 주장한 것이다. 재정문제가 쟁점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제기한 장로들의 주장은 다르다. 이들은 재정 의혹이 해소가 안 됐기 때문에 담임 목사의 사임을 요구했고, 재정 의혹이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터다. 

‘그렇다면 반론 차원에서라도 의혹이 일고 있는 재정문제를 일소할 수 있는 이른바 ‘감사 자료’ 같은 것을 제출해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A 장로는 어떤 답변을 내놓았을까. 그는 “내부 자료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경찰서에 제출했고, 문제를 제기한 장도들이 제출한 것보다 3배 많은 분량의 자료를 제출했다”고만 말했다.  

그러면서 “2021년 중으로 자료를 모두 정리해서 교인들에게 공개하겠다”는 과거 답변을 되풀이했다. 윤성진 목사 측은 평화나무를 통해 "교회가 받을 토지 보상문제가 끝난 후에 재정을 정리해 공개하겠다"는 답변을 한 바 있다. 

장로 A는 교회의 재정문제를 밝혀달라고 하는 이들에게는 숨은 속내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그는 "문제를 제기하는 장로 중에는 수년 전 교회 교육관을 짓는데 교회에 돈이 없다 보니 보상이 나오면 교회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10억3천만원 상당의 건물을 산 장로가 있다”며 "그런데 시간이 흘러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 교회가 다시 14억원에 인수하려 하니 18억 상당의 금액을 요구했다. 결국 이해관계자 맞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고 했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서 교회와 관계가 어긋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나머지 장로들은 이에 동조하며 따라간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장로들은 "현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한 장로는 2016년 9월 매물로 나온 14층짜리 오피스텔 매물 3건을 교회의 요청을 받아 투자자를 유치해 사도록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그리고는 2020년 말 양산복지법인 보상금을 받게 되면, 교회가 매매하겠다는 조건을 붙였다고 한다. 

그래서 2017년 3월 7일 2층 전체와 3층 일부(1185.26평방미터/358평)를 교회 교육관으로 쓰도록 임대차 계약을 설정했다. 취득세 등을 포함해 11억 상당의 물건을 사기 위해 투자자는 대출까지 받아야 했으나, 교회에는 보증금 없이 월 400만원을 납입하는 조건으로 대여해 주었다. 

소유주는 시세가 21억까지 오른 물건을 교회에 시세보다 저렴한 18억 정도에 내놓겠다고 했으나, 교회는 14억에 팔라고 했다. 중개업을 하는 장로는 "매수인과 매도인이 협상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교회가 일방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일 이냐"고 토로했다. 

이를 두고 장로가 교회를 상대로 돈벌이를 하려고 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윤 목사의 마음에 "타인의 돈과 명의로 산 건물도, 본래 내 것"이라는 황당한 심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지점이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장로들은 "당시 교회는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고, 물건을 살 마음도 별로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러 정황들을 따져 봤을때 교회의 재정의혹을 밝혀달라는 이들이나 항존직 임기 연장에 반대하는 이들이 윤 목사나 교회에 앙심이라도 품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게 해서 그들이 얻는 이익이 손해 잡히지 않는 까닭이다. 오히려 교회에서 받는 심리적 부담과 스트레스가 더 커보이는 탓이다. 

부산영락교회는 트라우마가 있는 교회다. 전임 목사의 성추문으로 내홍을 겪어야 했다. 이 사안은 대법원까지 가서 결국 전임 담임목사의 승소로 종결됐다고 한다. 이후 문제를 제기했던 전임 장로들은 모두 쫓겨났고, 교회는 교단을 옮겨야 했다. 과거와 같은 아픔을 겪고 싶지 않으니 집안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는 건,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라는 사람들. 그리고 수치스럽더라도 교회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잘못이 있다면 도려내자는 이들. 과연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장로직이 정지되는 수모라면 수모를 겪으면서까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아무런 연고없이, 혹은 악의적인 마음으로 교회를 어렵게 만들려 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내홍에도 끝내 임기를 연장하겠다는 담임목사의 진심이 더 궁금해질 뿐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비트코인 400억 주인공 실존, 그러나 성공담 이면 살펴야
  • 비트코인으로 400억 벌고 퇴사했다는 그 사람은?
  • 타인 ID 이용 백신맞은 국민일보 취재 논란
  • GS리테일 ‘메갈 손가락’ 논란 일파만파
  • "목사 때문에 이별당했다" 추가 제보
  • '남양주' 조응천, 서울은마아파트로 1년새 4억 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