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비대위, 대표회장 사퇴 촉구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거듭된 막말과 ‘문재인 대통령 하야’ 주장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전광훈 목사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교계 원로들이 나서 쓴 소리를 했다.
진보와 보수 할 것 없이 교단을 초월해 모인 교계 원로들의 공식 입장을 발표한 만큼 기자회견을 계기로 전 목사의 정치세력화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교계 원로들은 18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크게 염려하고, 크게 통회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위해 한국교회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사유화시킨 전광훈 목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자리였다.
기자회견에는 세간의 관심을 증명하듯 기자회견이 열린 조에홀에는 교계 언론을 비롯한 공중파, 일간지 취재진 수십 명이 몰렸다.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는 김고광 목사(수표교교회 원로), 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 은퇴목사),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 김영태 목사(예장통합 전 총회장), 김재열 신부(대한성공회 전 교무원장), 민영진 목사(대한성서공회 전 총무), 박경조 주교(대한성공회 전 의장), 박종덕 사령관(한국구세군 전 사령관),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 백도웅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전 총무), 백장흠 목사(기성 전 총회장), 성명옥 목사(예장통합 전국여교역자협의회 전 사무총장), 손봉호 장로(서울대 명예교수), 신경하 감독(기감 전 감독회장), 안재웅 목사(아시아기독교협의회 전 총무), 유경재 목사(안동교회 원로), 유춘자 장로(한국여신학자협의회 전 총무), 윤경로 장로(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이사장), 이동춘 목사(기독교대한복음교회 전 총회장), 이명남 목사(예장통합 원로), 이용호 목사(고신 전 총회장), 이정익 목사(기성 전 총회장), 임헌택 사관(구세군대학원대학교 전 총장), 장차남 목사(예장합동 전 총회장), 전병금 목사(기장 전 총회장), 정숙자 목사(기장 원로), 정주채 목사(예장고신 원로), 정지강 목사(대한기독교서회 전 사장), 조병창 목사(예성 전 총회장), 홍성현 목사(예장통합 원로),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원로) 등이 이름을 올렸다.
참담한 심정으로 기자회견을 준비했다는 원로들은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복음을 이용하고 있는 전광훈 목사를 강하게 규탄했다. 또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 아니라고 했다.
원로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기독교 복음의 진리를 왜곡한 ‘거짓 메시아들’이 무수히 등장하여 혹세무민하고, 많은 이들을 부당한 희생과 몰락의 길로 내몰았다”며 “소위 한기총 대표회장의 최근의 정치 야욕적 망발은 교회를 오로지 수치의 대상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특히 최근 전 목사의 잇단 돌출 발언과 행동을 ‘정치적 이단 사설을 주장하고 선전 선동하는 행태’로 규정하고, 전 목사가 교회와 성직자가 가져야할 최소한의 공공성을 벗어나 복음과 신앙을 왜곡시켰다고 지적했다.
원로들은 “전광훈 목사가 세속적 욕망으로 정치에 나서려 한다면, 교회나 교회기구를 끌어들이지 말고, 목사라고 내세우지 말고, 한 개인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며 “자신의 정치적 욕망이나 신념을 위해 교회를 욕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 자신을 파멸로부터 막는 길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헌법에 보장된 ‘표현, 언론, 출판, 집회결사’의 자유는 중요한 기본가치다. 하지만 이 자유는 모두를 위한 공동체적 자유”라며 “‘아니면 말고’의 ‘막가파식’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 단지 무책임한 방종”이라고 강조했다.
‘반공주의’와 ‘냉전적 적대주의’의 극복도 강조했다. 원로들은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이념화하고 체제화하여 서로 원수관계가 되면, 우리는 원수관계의 종으로 전락하고 만다”며 “서로 다르기에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 존재하고, 그 다양성이 서로 화합하여 공동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독교회는 바로 이런 일에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민영진 목사는 “언론이 목사들을 꾸짖어줬으면 좋겠다”며 “사실보도를 하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목사들이 제 길을 갈 수 있도록 안내해달라”고 했다.
김명혁 목사는 “기독교나 목사가 독재자의 잘못에 대해서 비판은 할 수 있어도 전광훈 목사처럼 적대적, 파괴적으로 하면 지나친 것”이라며 “다 죽이고 망하게 하겠다는 건 복음이 아니다. 서로 견해가 다르지만 (한국교회가 북한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래야 사회도, 북한도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이게 바로 복음”이라고 했다.
한기총 비대위 “전광훈 목사, 대표회장직 사퇴하라”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광훈 목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비대위는 “전광훈 목사는 운영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불법과 독단적인 운영으로 한기총을 본인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철저히 이용했다”며 “전광훈 목사는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현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6월안에 대표회장직을 사퇴하라”고 했다.
비대위는 전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에 취임하면서 ▲불법적인 긴급임원회 개최 ▲비상적인 망언과 막말 ▲혐오스런 비하 발언 ▲집회 및 행사 참석 강요 ▲강압적 운영 ▲주요 교단 명의 도용 등이 벌어져 연합기구로서의 역할을 상실시켰다고 지적했다.
김인기 목사는 “전광훈 목사는 교리적이나 이념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신봉하도록 강요하고 강압적으로 한기총을 운영했다”며 “교주 중심적인 단체와 같이 폐쇄적인 집단으로 한기총을 이끈 전광훈 목사는 더 이상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수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비대위는 “지난 4개월 동안 전광훈 목사의 전횡으로 볼 때 더 이상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며 “만일 비대위가 요구하는 시한인 6월까지 대표회장직을 사퇴하지 않을시 임원 및 교단장과 회원은 중대한 결정을 할 것”이라고 했다.
전 목사가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비대위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김 목사는 “(한기총 내부에서) 탄핵의 움직임도 있다. 임시총회 소집도 고려하고 있다”며 “교단이 많이 이탈해서 중소교단이 대부분이다. 이번 기회에 한기총이 쇄신되고 거듭날 수 있도록 비대위가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