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은 복음사역 걸림돌”…교계 비판 커져
평화나무, ‘한기총 해체 운동’ 전개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전광훈 목사는 교계 안팎의 비판과 자제 촉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청와대 앞 릴레이 단식기도를 마친 전 목사는 13일 ‘인천지역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시작으로 외부활동을 재개했다. 14일에는 기독자유당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전 목사는 청와대 농성을 지속하는 가운데 ‘문재인 하야를 위한 국민소환 1천만 서명대회’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1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전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동맹 파기 ▲소득주도성장 및 대기업 해체 ▲안보해체 ▲원전폐기 ▲4대강 보 해체 ▲국제외교 문제 ▲사회주의(공산주의) 국가 추진 등을 한다며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을 멈추지 않았다.
선동 발언도 빠지지 않았다. 전 목사는 “이제 우리는 결단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계속해서 돌이키지 않고 헌법을 부정하며 국가를 해체하는 길로 간다면, 스스로 하야해야 할 것”이라며 “이승만 초대 대통령도 ‘국민이 원하면 하야해야지’ 라고 말하며 간단히 하야한 것처럼, 이승만 대통령을 본받아 스스로 하야하기를 거듭 촉구한다”고 했다.
끝으로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미룰 수가 없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정신인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한미동맹, 기독교 입국론으로 남북이 통일될 경우, 세계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세계 제 2의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며 “우리 모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최고의 강대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자”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하야하라”가 ‘우국충정의 목소리’
소위 보수 개신교임을 자처하는 일부 목회자와 단체들은 전 목사의 망언과 행태를 책망하기보다 적극 두둔했다.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행동(집행위원장 서경석 목사) 산하 애국기독인연합은 지난 10일 ‘전광훈 목사의 문재인 하야 촉구 주장을 지지한다’ 성명을 발표했다.
애국기독인연합은 “문재인 하야촉구 성명을 낸 전광훈 목사에 대해 좌파들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비난하고 있다”며 “전광훈 목사의 성명에는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전광훈 목사가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이유에는 우리도 전적으로 생각을 같이 한다”고 했다.
이들은 “문재인 집권 2년의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며 “언론의 자유와 삼권분립이 완전히 무너지고, 헌법재판소까지 청와대의 시녀가 되면서 좌파 독재가 완전히 정착되었다”고 주장했다.
애국기독인연합은 “오히려 개탄스러운 점은 나라가 대(大) 위기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가 침묵하고 있는 점”이라며 “그동안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보루 역할을 해 왔다. 그래서 한국교회는 마땅히 문재인 좌파 독재를 질타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가 11일 발표한 성명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언론회는 ‘교계 시국 성명, 대통령은 그 목소리를 들어야’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현재 대한민국은 위기에 처해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정권을 두둔할 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대통령과 정부는 끊임없이 김정은 정권을 감싸는 태도로 인하여 국민들은 물론 우방들에게도 오해와 분노를 사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회복시켜주어야 하는 의무가 우리에게 있음을 애써 외면하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연속된 발언과 한·미동맹을 해할 수 있는 언행들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지나친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주장한 전광훈 목사의 시국선언은 “우국충정의 목소리”로 치켜세웠다.
언론회는 “국가적 위기와 극복을 위하여 국민통합에 힘써야 하는 대통령이 지지 세력과 반지지 세력의 갈등 구도를 만들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지역과 계층 간의 갈등은 전에 없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사회, 국가 안보, 동맹국 간의 관계 등 어느 것 하나 불안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 모든 책임은 국민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현 정부와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가운데 나온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의 우국충정의 목소리를 듣고, 진실 앞에 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단체를 흔든다거나, 애국자 개인들에게 공격을 가하는 태도는 매우 잘못되었다”고 했다.
언론회는 ‘문재인 정부가 공산주의 국가를 만들려고 한다’는 전 목사의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주장도 동일하게 펼쳤다. 또 다수의 기독교인들이 현 정부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 모든 책임은 문 대통령의 언행과 정책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자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며 온 국민의 대통령”이라며 “이에 겸손하게 국민들의 외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정의 방향을 재정비하여 국민들을 안심시키라”고 했다.
“전광훈의 행위는 그리스도에 대한 배반”
목회자로서 무분별한 언행을 벌이고 있는 전광훈 목사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2012년 금권선거 사태 이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에서 떨어져나간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권태진 목사)은 13일 제8-2차 실행위원회 및 임시총회를 열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전광훈 목사와 거리를 두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교연은 “현직 대통령에 대해 시한을 정해 무조건 하야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으로 주장을 하는 것이 과연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쳐준 복음의 정신에 부합한지, 또 그 방법밖에 없었는지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개인의 정치적이고 편향적 돌출 행동이 자칫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요구하시는 선자자적 사명에 대한 심대한 왜곡으로 세상에 비쳐짐으로써 교회의 세상을 향한 복음사역 전반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우리 모두는 자각하고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과 권한을 오직 국민을 위해 바르게 사용하기 바란다”며 “정부가 역점 시행하는 정책과 방향이 미래보다는 과거에 머무르고, 이로 인해 국민적 갈등이 야기되는 모습을 보며 실망과 탄식을 넘어 민주주의의 퇴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정부의 경제 위기대응 정책 또한 국민들의 눈높이와는 큰 괴리감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대통령과 정부는 바른 역사관 위에 미래지향적이고 국민 통합적인 올바른 정책으로 오직 국민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며 국정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한기총과 유사한 논조로 문재인 정부 비판을 이어갔다.
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는 12일 자신의 SNS에서 “한기총은 교회협의 진보 성향에 대항하기 위해 전두환 군부독재체제의 요구에 부응하여 한경직 목사 등 보수 원로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조직”이라며 “반성할 게 많다. 하나 되길 힘쓰라는 주님의 권고와 그리스도의 몸이 하나라는 성서의 가르침을 압도해온 건 아닌지 통렬히 자문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아마도 그는 태어나지 않는 게 더 좋았을, 신학교에 가거나 목사가 되지 않는 게 더 좋았을 희대의 사이비 돈키호테로 보인다”며 “21세기 원죄론은 한기총을 비롯한 한국교회의 숱한 분열주의적 망동과 함께 다시 써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국내 기독교윤리학 권위자 중에 한 사람인 박충구 전 감신대 교수는 12일 “본 훼퍼를 자신과 같은 인물이라고 하는 자가 나타났다. 독재자 이승만을 숭상하고, 군사혁명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헌법을 정지시켰던 전직 일제 장교 독재자 박정희를 최고의 인물로 치켜세우는 자”라며 “이런 자의 흰소리에 멍청하게 ‘아멘’을 연호하는 영혼 없는 자들이 적지 않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전 교수는 전광훈 목사가 본 훼퍼의 뜻을 따른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 전 교수는 “본 훼퍼와 뜻을 같이하던 이들이 1934년 독일 고백 교회 운동을 제안하며 불의한 히틀러 세력을 지지하는 영적 오류를 지적하고, 이에 복종해서는 안 될 것을 선언했다. 소위 바르멘 선언문”이라며 “이 선언문은 그리스도의 이름을 정치 수단화하거나, 정치 수단을 그리스도의 것으로 여기는 정치적 우상숭배를 그 시대의 악이라고 선명하게 표명함으로써 히틀러를 하나님의 종으로 여기는 오류, 그리고 히틀러에게 대한 복종을 하나님에 대한 복종으로 오인하는 기독교인의 어리석음을 명료하게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광훈처럼 하나님의 교회를 자신의 지배 수단에 복속시키고, 하나님의 교회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으려는 행위는, 바르멘 선언문에 의하면 그리스도에 대한 배반이자 우상 숭배 행위”라며 “이승만과 박정희를 예찬하며 평생 공안 검사로 살아온 황교안이 다음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면서 스스로 예언자임을 참칭하는 전광훈이나, 그를 지지한다는 서경석은 ‘양의 탈을 쓴 이리’라 해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교계 원로들도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뉴스파워가 13일 보도한 <교계 원로들, 전광훈 목사에 회초리 든다> 기사에 따르면, 교계 원로들이 오는 18일 오전 11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이 기자회견에는 림인식 목사(예장통합 증경총회장), 장차남 목사(예장합동 증경총회장), 박종덕 목사(전 구세군 사령관), 박경주 주교(대한성공회), 김용도 목사(기침 증경총회장), 이동춘 목사(복음교단 증경총회장), 최복규 목사(예장대신 증경총회장), 전병금 목사(기장 증경총회장), 백도웅 목사(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용호 목사(예장고신 증경총회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평화나무, ‘한기총 해산 촉구 서명운동’ 시작
평화나무(이사장 김용민)도 12일 ‘내란선동 내란음모 전광훈 검찰 고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한기총 해산 촉구 2차 온라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평화나무는 한 달 동안 서명운동을 진행한 뒤 문화체육관광부에 해산 청원을 낼 계획이다. 서명은 다음 링크(https://bit.ly/2XH4vCk)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