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에 솜방망이… 방통위 쫄보들에게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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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에 솜방망이… 방통위 쫄보들에게 묻는다
  • 이완배 민중의소리 기자
  • 승인 202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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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민중의소리 기자
이완배 민중의소리 기자

 

내 기억에 2006년은 동아일보 민주화 투쟁 역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기였다. 기자들이 총회를 열어 무능한 편집국장을 해임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자들의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회사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도 가득했다. 

그래서 여세를 몰아 그 해에 난생 처음으로 조직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힘 대 힘으로 붙어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기자 10여명을 규합해 모임에 청한 뒤 취지를 설명했고, 그들은 다행히도 그 취지에 동의해줬다. 
 누군가가 “조직 이름을 뭘로 해요?”라고 묻기에, “이름이라도 가볍게 짓자. 우리가 무슨 언더서클도 아니고, 너무 묵직한 이름을 사용하면 오히려 표적이 된다”라고 답했다. 과거 선배들은 언더서클 비슷한 것을 만들어 사주와 맞서려 했는데, 나는 그보다는 좀 가볍고 흥겨운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정한 조직의 이름이 ‘청계천 상가번영회’였다. 이명박이 청계천을 뒤집어 놓은 김에 청계천 끝자락에 위치한 회사의 상징성을 고려(응?)해 정한 이름이었다. ‘설마 이런 이름의 조직에 시비를 걸지는 않겠지’라는 안이한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이건 착각이었다. 사주가 이 이름을 듣더니 “이 새끼들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아일보를 일개 상가번영회에 비유해?”라며 길길이 뛰었다는 것이다. 상가번영회가 어때서? 
 한 부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 “너희들이 뭘 하는 것까지는 반대하지 않는데, 제발 이름이라도 좀 바꿔라. 회장님이 엄청 열받으셨다”라고 절박하게 부탁했다. 이런 걸로 싸우고 싶지 않아서 회원들의 동의를 거쳐 이름을 ‘신문연구회’로 바꿨다. 지금도 당시 동지들을 만나면 웃으며 그때를 회고한다. 
“에이, 그때 그냥 청계천 상가번영회를 밀어붙였어야 했어. 한국 언론 역사상 가장 재미있는 이름의 조직이 될 뻔했잖아”라며 말이다. 

모든 것이 역전된 2007년

나는 2007년 3월 그 회사를 그만뒀다. 여세를 몰아 벌인 여러 싸움이 패배로 돌아갔고, 몸도 마음도 피폐해졌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나약한 변명이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더 치열하게 싸웠어야 했는데 나약한 나는 지치고 말았다. 이후 방송 등에서 “우리 지치지 맙시다”라고 떠들고 다니는 내 모습이 가증스러웠다. “지치지 맙시다”라는 호소는 사실 나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반성문이다. 

회사를 나오고도 미련이 많았는지 가끔 후배들과 연락을 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물었다. 나는 못 해냈지만, 후배들이 더 좋은 신문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비겁한 기대도 가졌다. 

하지만 내 기대는 박살이 났다. 후배들에 따르면 2007년은 동아일보 민주화 투쟁 역사상 최악의 한 해였다. 그전까지만 해도 좋은 언론을 만들기 위해 뭔가 투쟁을 시도하면, 적어도 뜻있는 동료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있었다. 하지만 2007년은 정말 뭘 해도 동료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했던 시기였다고 한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올바름을 설명해도 많은 동료들이 “올해는 입 닥치고 있는 게 맞는 것 같아요”라며 시큰둥했단다.

“이유가 뭐야? 그래도 우리가 쌓아온 것들이 있는데”라는 질문에 후배들은 “올해 대선이 있잖아요”라고 답했다. “대선에서 동아일보가 편파보도를 한 게 한두 해 일도 아니고, 그게 그렇게 큰 문제가 돼?”라고 묻자 그들은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 달라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2007년 대선은 동아일보에게 과거 그 어느 대선과도 다른 의미를 가졌다. 이유는 당시 이명박이 자신이 집권하면 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흘리고 다녔기 때문이다.

1980년 신군부 세력에게 동아방송을 빼앗긴 동아일보 김씨 일가는 방송사를 되찾아오는 것을 숙원으로 여겼다. 문제는 신문의 영향력이 급감하면서 기자들조차 ‘방송사를 갖는 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살길’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이명박 당선 = 종합편성채널 획득’을 기정사실화한 회사 분위기는 공정 보도에 관한 투쟁의 동력을 삽시간에 날려버렸다. 2007년 대선, 동아일보는 종합편성채널 획득을 위해 공정성을 엿 바꿔먹었다.

MBN의 승인 취소 보류와 종편의 생존

아니나 다를까 이명박은 정부 출범 직후 한나라당 주도로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통과시켜 종합편성채널을 신설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여간 이런 약속은 더럽게 잘 지킨다. 그 뒤로는 다 알다시피 대선 공정성을 엿 바꿔먹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신문이 종합편성채널을 획득했다. 이후 한국 방송 지형은 엉망진창이 돼버렸다. 

이 긴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4대 종합편성채널은 애초부터 존재해서는 안 되는 방송사였다는 이야기다. 보도의 공정성을 유력 대선 후보에 팔아먹고 세운 방송사에 그 어떤 정당성이 있다는 말인가? 그들이 밀어준 대통령 이명박은 온갖 비리를 저질러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다시 감옥에 수감됐다. 일국의 전직 대통령이 17년 형을 선고받을 정도의 범죄를 저질렀다면, 국가에는 수조, 수십조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뜻이다. 

이 엄청난 손실의 원죄가 종편 따내겠다고 딸랑거렸던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에 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응당한 죗값을 묻는 것이 실로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자본금 형성 과정에서 저지른 불법 행위에 대해 6개월 방송정지라는 솜방망이 처벌로 MBN에게 면죄부를 줬다. TV조선과 채널A 역시 각종 이유로 수차례 면죄부를 받았다. 남발한 면죄부가 총 몇 장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방통위에 하나만 묻자. 도대체 이들에게 이렇게 관대한 이유가 무엇인가? 단칼에 베어 버리기에는 그들이 너무 큰 방송사여서 그런가? 

미국의 유력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는 2016년 대선후보 경선 때 무려 월가를 해체하자고 주장했다. 종편 따위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한 세계의 지배자 월가를 박살 내자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기자들이 “진짜로 대통령이 되면 월가를 해체할 거냐?”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물론이지!(Absolutely!)”였다. 누구는 월가도 해체하자고 덤비는데, 애초부터 존재해서는 안 됐을 종편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방통위는 뭘 하는 조직인가? 이번 달 30일에 방통위가 또 MBN 등 몇몇 종편에 대한 심의한다는데 기대가 1도 되지 않는다. 이 한심한 쫄보들이 한국 언론의 정상화를 얼마나 후퇴시키고 있는지 계산도 서지 않는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 방통위 쫄보들아. 알기는 아나? 당신들은 지금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단 말이다!

이완배 민중의소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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