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박근혜 쫓아냈다" 헌법재판소 맹비난
평화나무 기본 정보도 모르면서 비방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제가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 발표했더니 난리가 났어요. 목사님들은 90% 이상이 (내게) 너무너무 잘했다는 거예요. 사실은 자기가 (시국선언을) 하려고 했는데 대신해줘서 고맙다는 거예요. 어떤 사람은 자기가 하려고 했는데 먼저 했냐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9일 사랑제일교회 예배도 가짜뉴스와 정치적 선동으로 물들였다.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 1일 릴레이 단식 성회를 시작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후 교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전 목사는 이날 예배 시간 내내 정치적 발언을 그치지 않았다. 전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 대통령을 내려놔야 한다”며 “영국 메이 총리가 (당대표) 사표를 낸 것처럼 지도자는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면 사표를 내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 대한 자질 논란이 교계 안팎에서 터져 나오는 현실은 직시하지 못했다. 전 목사의 시국선언 이후 한기총 내부에서도 전 목사의 대표회장직과 목사직 사퇴하라는 성명이 나왔다.
임원회의 의결 하나 없이 전 목사의 일방적인 시국선언 발표는 매우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교계의 우려를 넘어 한국 개신교 전체에 수치심을 안겼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날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를 내란죄로 처리해 주세요’라는 청원도 올라온 상태다.
멀쩡한 박근혜 쫓아냈다?
전 목사는 이날 자신이 과거에 했던 발언 뒤집기 신공을 펼쳤다.
전 목사는 이날 3부 예배에서 낙태 문제를 거론하며 지난 4월 66년 만에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을 맹비난했다. 전 목사는 “낙태는 칼로 사람을 죽이는 범죄행위”라면서 “헌법재판소가 뭘 안다고 떠들어. 웃기는 짬뽕들이야. 이번 판정 때문에 몇 년 안에 200만에서 500만의 살인행위가 배 안에서 일어나게 된다. 이건 간접 살인자다. 당장 법복 벗고 감방 들어가세요”라고 막말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 탄핵당한 전 대통령 박근헤 씨의 탄핵 판결 역시 잘못된 판결이라는 듯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전 목사는 불과 몇 년 전 같은 강단에서 박 씨에 대해 분노에 가까울 정도의 막말을 쏟아 냈다.
뉴스앤조이 보도에 따르면 전 목사는 2016년 10월 30일 사랑제일교회 주일 예배 시간에 박 씨를 두고 “악령과 가까이 하는 여자 데리고 뭐 하겠다는 건가. 국민을 속이고, 전광훈 목사까지 속였다”며 “선거할 때마다 목사들에게 기도해 달라 빌어 놓고, (청와대) 들어가서는 딴 짓하고. 내가 열 받아서 죽겠다. 앞으로 악령과 가까이 하는 사람은 절대로 청와대에 들어가면 안 된다. 무조건 쳐내야 한다. 대한민국은 예수님이 세운 나라, 주님이 세운 나라다”라고 성토했다.
전 목사는 당시 국무총리를 지내던 황교안 대표에게도 원망의 화살을 돌렸다.
그는 “황교안 장로 정말 멍청하다. 신학까지 한 사람이 총리로 들어갔으면… 한두 번 연락한 게 아니다. 심지어 6개월 전 황 총리에게 칼을 빼라고 했다. 박 대통령 저렇게 하면 망하니, 쫓겨나더라도 칼을 빼라고 했다. 황 총리는 보혜사를 못 받은 거다. 힘이 없다. (국기 문란에) 참여는 안 했겠지만, 그런 불의를 쳐낼 힘이 없는 거다. 보혜사 없으면 시체야 시체”라고 질타했다. 참고로 해당 영상은 현재 편집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이날 "촛불세력이 멀쩡한 박근혜를 내쫓았다"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농단은 박근혜의 100배"라느니, "(문재인 대통령이) 멀쩡한 황교안 장로를 (감방에) 집어넣으려고 하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열거했다.
목사가 강대상 위에서 자신의 입장을 빈대떡 뒤집듯 쉽게 뒤집고 번복하는데도 성도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근거 없는 비방으로 문재인 대통령 명예훼손
전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님, 박근혜 대통령이 있는 고 방으로 들어갈 준비 하쇼”라고 발언하며 “대한민국 경제는 망했고, 이 상태로 가면 대한민국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 책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는 듯 근거 없는 비방을 쉬지 않고 이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간첩이라고도 했다. 전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에서 "제가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 신영복 선생님"이라고 언급한 것을 거론하며 “통혁당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신영복을 존경한다는 것은 간첩질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간첩질을 한 것은 한두 건이 아니다”라며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 선생의 공적을 재조명한 것도 문제 삼았다.
약산 김원봉 선생이 박헌영 계열이고, 문 대통령이 북한이 주장해 온 고려연방제를 선거 공약으로 내 놓았는데 고려연방제는 박헌영으로부터 나온 것이어서 결국 문 대통령이 간첩질을 하고 있다는 것.
영화 '암살'을 통해 이름이 대중에게 더 많이 알려진 약산 김원봉 선생에 대한 성급한 평가는 차치하고라도 문 대통령이 과거 대통령 후보 당시 고려연방제를 선거 공약으로 내 놓았다는 것은 대표적인 가짜 뉴스다.
전 목사는 교인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김원봉 선생의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고, 교인들에게 물어본 후에도 김운복 내지는 김원복으로 발음하는 등 그 수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원복(김원봉)을 알겠어? 비서가 주는 원고 몇 번 읽어보고 하는 거지. 원고 써주는 그놈들이 나쁜 놈들이야. 국민에 대한 모독이여. 국민들도 말을 못해. 왜? 감방 갈까 무서워서. 나는 해요. 나는 감방을 즐기는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한기총 내 반대는 1명 뿐?
전 목사의 시국 선언에 반발하고 있는 '한기총을 사랑하고 기도하는 모임(한사모)' 소속 총회 대의원 145명은 8일 성명을 내고 전 목사를 향해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내려놓고 재신임을 받든지, 한기총 대표회장직과 목사직을 사표 내고 정치가가 돼라"고 요구했다.
한편 전 목사는 한기총 내에서 자신의 시국 선언에 반대하는 사람은 1명뿐이며, 반대자 145명은 언론이 조작한 숫자라는 주장을 냈다.
한기총 내에서도 145명의 명단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기총에 따르면 한기총 회원(교단 총대)약350명이며, 이중 임원은 80여명, 임원과 위원장까지 합하면 120명을 넘어선다. 이중 전광훈 목사가 대표회장이 되면서 끌어들인 인원은 20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한기총 내부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전광훈 목사의 광폭 행보를 우려하는 이가 실제로 한기총 내 단 한 명뿐이며 모두 뜻을 함께한다는 전 목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기총 해체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한기총 내부 임원들은 입장 표명에 말을 아꼈으나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이 단 한명 뿐이라는 전 목사의 주장에는 대체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전 목사는 자신과 가장 드러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한기총 내 인사가 원하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자신을 공격하는 것으로 몰아갔다.
그는 “내가 한기총 대표회장이 되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목사가) 한기총의 신문, 언론을 다 내게 맡겨달라고 요구해 증경대표회장들에게 조언을 구했다”며 “그 결과 그 목사는 이단 출신에 목사 안수를 어디서 받았는지도 확실치 않아 절대 요구를 들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에 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더니 자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 목사의 설명은 정당성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전 목사는 8개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 내지는 교류를 금지한 변승우(사랑하는 교회) 목사를 받아들여 눈총을 샀을 뿐 아니라 변 목사를 이단사이비대책위원으로 임명했다.
또 전 목사는 이날 자신의 시국선언 지지 표명을 한 인천 사랑침례교회 정동수 목사의 발언이 담긴 영상 전체를 교인들에게 보여주었다. 정 목사는 킹제이스 성경만이 오류가 없는 유일한 성경이라고 주장해 주요 교단으로부터 참여 교류 금지된 바 있다.
평화나무 기본 정보도 모르면서...
평화나무에 대한 비방도 빠지지 않았다. 전 목사는 이번에도 “평화나무라는 단체가 문화체육관광부에 한기총 해산 청원을 냈다”며 “이는 시국 선언을 내기 전에 한 짓”이라고 열을 냈다. 그러면서 평화나무는 박원순 (서울 시장)과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주진우 기자 4명이 만들었다고 했다. 이중 사단법인 평화나무를 설립한 사람은 김용민 이사장 한 명 뿐이다.
앞서 전 목사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평화나무를 용공단체로 몰아세우면서도 평화나무에 대한 기본 정보를 문장의 구와 절 단위로 틀려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김문수, “전광훈 하나님의 영 받아 결단”
전 목사는 “(문 대통령이) 주체사상 안하고, 소득주도성장 포기, 원자력발전소 다시 시작하겠다고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가가 사라질 가능성이 많다”고 재차 거짓 선동을 했다. 그러면서 “한국 최고 전문가인 김문수 지사님 앞으로 모시겠다”며 지지를 요청했다.
이에 김문수 전 경기지사 역시 전 목사의 요구에 기꺼이 응했다. 김 전 지사는 “(전광훈) 목사님이 하나님의 영을 받아 이런 결단을 내리셨는데 제일 걱정은 사랑제일교회 빼고 어느 성도가 이 말씀에 따라오려 할 지 묻고 싶다”며 “지지자가 전체 교회의 9%만 되어도 이긴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앞 릴레이 단식에 참여하지 못하더라고 목사님들이 각 교회에서 전 목사의 시국 선언이 자신과 교회의 뜻이라는 점을 교인들에게 인식시켜주기만 해도 게임은 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지사는 전 목사를 향해 “귀한 걸음하고, 결단하는데 이기셔야 한다”고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전 목사는 “6일 현충일 문 대통령의 추념사 뒤에 시국선언을 발표했다면 효과가 없었을텐데 직전에 발표한 것은 100% 성령의 역사”라고 주장하며 “함께 생명을 던지고, 돈이 필요하면 재산을, 기도가 필요하며 목숨을 걸고 기도하길 각오한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부채질 해다. 전 목사가 교인들을 향해 “좌파, 빨갱이를 능가할 수 있도록 같이 가자”고 외치자, 예배당에 우렁찬 ‘아멘’ 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