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에 등장한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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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음주의협의회에 등장한 ‘가짜뉴스’
  • 김준수 기자
  • 승인 2019.05.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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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복음주의협의회에 등장한 ‘가짜뉴스’
강승삼 목사, 민주화운동·세월호 참사·촛불혁명 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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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오늘날 현실에 절망하고 있는 크리스천 청년들의 상황을 살펴보고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논의하기 위한 발표회에서 난데없이 주제와 상관 없는 가짜뉴스가 등장했다.

가짜뉴스를 전파한 이는 지난 10일 충무성결교회(담임 성창용 목사)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이정익 목사) 5월 월례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에서 설교자로 나선 강승삼 목사다. 강 목사는 한복협 국제위원장,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이날 발표회는 김윤희 교수(한복협 부회장, FIWA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다. ‘헬조선을 외치며 절망하는 젊은이들에게 교회는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가’를 주제로 방선기 목사(직장사역연합 대표)와 김우경 변호사(청년의뜰 대표)가 발제했다. 강 목사는 발표회 전에 진행된 기도회에서 ‘위의 것을 찾고 위의 것을 생각하라(골3:1~4)’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했다.

강 목사는 “우리는 땅에 발을 딛고 살고 있지만 땅에 속하지 않은 하늘에 속한 자들”이라며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육체를 가지고 문제투성이의 땅에 살고 있다. 아담의 타락 이후 이 땅에 진정하고 영원한 평화와 희망이 없다. 오직 잠깐의 행복한 느낌과 쾌락의 유혹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들이 ‘땅의 지체(옛 자아의 행실)’를 버리는 가운데 한국의 현실적인 문제를 위해 기도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목사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헬조선을 외치며 절망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가 줄 수 있는 메시지는 본문의 말씀대로 위의 것을 주는 것이 최선이자 가장 큰 희망”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가 당면한 시급한 문제는 무엇일까. 강 목사는 ▲젊은이들의 근로의욕 상실 ▲공산주의 이념의 혼란 ▲무너지는 성이론 ▲부정부패의 문제 ▲민주화 문제 등으로 인해 젊은이들이 한국을 헬조선으로 여기고 절망하고 있는 원인으로 지목했다. 아울러 위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자료집 부록에 있는 가짜뉴스를 제시했다.

강 목사는 “여러분들도 다 그런 세월을 겪었다. 나도 6.25 사변이 터지고 가난해서 중·고·대를 야간으로 나왔다. 낮에 일하고 밤에 학교를 다녔고, 먹을 것도 없었다. 정말 어려운 삶”이었다며 “거기에 비하면 오늘날은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은 지옥이라고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이들의 좋은 일자리 찾기가 어렵기도 하지만 대부분 근로의욕의 상실에 빠져있다”며 “성경에 일하기 싫은 자는 먹지도 말라고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일하지 않는 자에게 마구 퍼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복협에서 제공한 자료집을 살펴보면, 강 목사가 설교시간에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위의 문장에 이어서 “북한에 퍼주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이렇게 되면 일하는 자만 바보가 된다. 이것을 고상한 말로 ‘무상복지’라고 한다”고 설교 문을 작성한 것을 알 수 있다.

헬조선은 공산주의·동성애 때문?

헬조선이 된 원인으로 공산주의도 호출됐다. 또 남한에 있는 ‘종북세력’이 건재한 이상 북한의 체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목사는 “지금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공산국가는 북한이다. 백성은 섬김의 대상이 아니고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살길을 찾아 탈북하고 있다. 이것이 그들이 꿈꾸었던 지상낙원의 현주소”라며 “그들을 편드는 남쪽의 종북세력이 있다. 이들이 있는 한 북한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애 문제도 등장했다. 소돔과 고모라, 로마제국, 잉카제국 등이 동성애로 인해 멸망했다고 했다.

강 목사는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범하는 엄청난 죄악이다. 망하는 나라의 말기 증상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성문란”이라며 “동성애가 성소수자 인권이라는 말을 앞세워 법으로 자유화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결국은 인류의 자멸로 이어진다는 것이 역사적인 교훈”이라고 주장했다.

“‘민주화’라는 괴물이 만능이 되었다”

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 촛불혁명을 폄훼하는 발언도 나왔다. 강 목사는 “민주주의가 ‘민주화’라는 괴물이 되었다”고 운을 떼며 지금의 민주주의가 ‘부정부패의 온상’이자 ‘약육강식의 정글 사회’가 되는데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강 목사는 “‘민주화’라는 괴물이 만능이 되었다. 강도가 민주화 유공자가 되고, 폭력이 민주화운동이 되어 가담자는 각종 혜택을 누린다”며 “배 타고 가다가 사고로 죽은 자들도 유공자 자격을 달라고 한다.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면 그것도 민주화운동이라고 한다. 이것은 나라의 등골을 빼먹자는 찰나적 이기주의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한국 기독교’라는 주제로 온누리교회 안수집사이자 고려대 교수의 글을 읽어보면 더욱 절망스런 땅의 문제임을 알게 될 것”이라며 “그분이 SNS로 보낸 것을 부록으로 실었다. (글의 내용이) 너무 맞는 것 같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참석자들에게 부록을 꼭 읽어줄 것을 재차 권유했다.

문재인 정부가 한국교회 탄압한다?

이 부록은 ‘수도권에 있는 대학교수이자 대형교회 중직자’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차별금지법 제정, 개헌, 친 난민 정책 등과 같은 공산주의 정책을 펼쳐 한국교회를 탄압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다. 지난해 카카오톡 채팅방을 중심으로 기독교인들에게 전파된 대표적인 가짜뉴스 중 하나다.

서울대 트루스 포럼에서 강연한 ‘무신론자 홍지수 작가’, 유튜브에 있는 이정훈 교수(울산대)와 영국의 반동성애 운동가 안드레아 윌리암스의 간증, 김영한 원장(기독교학술원)의 <젠더주의 도전과 기독교 신앙>을 참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발표자료 부록에 고스란히 옮겨진 가짜뉴스에서는 “좌파 수장(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으로 개신교를 몰아붙이던 이정훈 울산대 교수를 성령으로 회심시키셨다”며 “‘현대판 사도 바울’이라고 불리는 그는 성을 이용한 대규모 좌익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 오래전에 예견했다. 그리고 그 일이 지금 대한민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정훈 교수가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출신인 것은 맞다. 하지만 대표가 아닌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 교수는 여러 강연과 간증 집회에서 자신이 창립멤버로 종자연을 기획했다고 주장 했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

뉴스앤조이는 <혜성처럼 나타난 그는 현대판 바울인가(18.12.11)> 기사에서 종자연 창립멤버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 류상태 목사의 인터뷰를 실었다.

류 목사는 “종자연이 2004년 대광고 강의석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건 사실이다. 고려은단의 ‘JESUS LOVES YOU’ 간판 철거를 이정훈 교수가 기획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이 교수가 종자연 설립에 관여했다는 말은 거짓이다. 그는 2006년 말, 창립 멤버 김 아무개 변호사의 후임으로 채용된 연구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종자연은 이름 그대로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앞서 대광고 사건이나 고려은단 간판 철거 역시 개신교를 공격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며 “개신교뿐 아니라 불교나 가톨릭 등 다른 종교를 상대로 비판이나 소송을 진행한 적도 있다. 특정 종교를 비방하거나 대변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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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짜뉴스에서는 “현재 정부와 여당 국회의원은 대부분의 대형교회를 우습게 생각하고 있다. 정부가 무슨 짓을 하든지 반응도 없고, 아무 말도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교회를 완전히 무시하고 교회 탄압법(사회복지법, 차별금지법)들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주장을 계속 펼쳤다.

특히 “지금 대한민국 교회는 풍전등화의 상황이다. 기도만 드리고 성안에만 있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제발 일어나시기를 부탁드린다”며 국가인권기본정책(NAP) 반대집회 참석,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개헌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독려했다.

끝으로 “정부는 현재 교회를 탄압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그를 위해 문 대통령은 극렬 동성애 옹호자를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임명하였고, ‘민정수석이 뜨끔할 쓴소리도 해달라’며 힘을 실어 주었다”며 “그냥 보고만 있다면, 조용히 신사참배를 하던 교회와 우리가 무엇이 다르겠나. 정부의 탄압이 두려워 기도만 드리고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버림받은 자일지도 모른다”고 재차 권유했다.

‘가짜뉴스’ 전파 반복되지 말아야

한국복음주의협의회는 1981년 박조준 목사, 김준곤 목사, 정진경 목사, 이종윤 목사, 림인식 목사 등이 ▲건전한 복음주의적인 교회로의 성장 및 발전 ▲세계 복음주의 협의회 및 기타 복음주의 단체와의 상호협력 ▲아세아 복음화 등을 목적으로 창립한 단체다. 지금도 한국교회 원로급 지도자들과 각 교단을 대표하는 목회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오정호 목사(대전새로남교회), 임석순 목사(한국중앙교회), 최이우 목사(종교교회),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지형은 목사(성락성결교회), 허문영 대표(평화한국), 손봉호 교수(서울대 명예교수), 한정국 목사(세계한인선교기구연대), 김영한 원장,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원로), 박노훈 목사(신촌성결교회), 박성민 목사(한국대학생선교회 대표),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 이상화 목사(서현교회),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최성규 목사(인천순복음교회 원로), 최홍준 목사(호산나교회 원로) 등이다.

문제는 한복협의 대표 사역 중 하나인 월례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에서조차 버젓이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짜뉴스를 사전에 걸러내지도 못했을뿐더러 현장에서도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조차 없었다.

한복협은 한국교회가 건전한 복음주의적인 교회로 성장하도록 힘쓰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영향력 있는 목회자들과 평신도 사역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단체인 만큼 한국교회의 갱신과 연합에 독이 되는 기독교 발 가짜뉴스 대처에도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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