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선거제·개혁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자 하는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막기 위한 자유한국당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의안과 사무실 문이 부서진 경위에 대해 공방이 벌어졌다.
국회 미디어담당관실은 26일 <평화나무>를 통해 의안과 사무실 문이 부서진 경위에 대해 “경호권 발동에 따른 의회경호 담당관실 경위 직원에 의한 직무 집행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서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사무실 앞에 앉아 찍은 사진을 게재하며 “다 물리치고 이제야 소강상태를 맞아 자리에 앉았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게 민주당 사람들이 빠루로 두들겨 부순 의안과 출입문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아울러 “국회 기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수는 이들의 모습에서 섬뜩한 살기 같은 걸 느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언론에서도 문을 부순 주체가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라는 사진 보도가 올라왔다.
뉴스1(이종덕기자)도 이날 새벽 4시45분 올린 ‘국회 의안과 문 앞에서 힘겨루기하는 여야’라는 제목의 사진기사에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여야 당직자들이 26일 새벽 국회 의안과 문 앞에서 힘겨루기를 하고있다”며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안건 법안제출을 위해 쇠지렛대와 망치로 의안과 문을 훼손하며 진입을 시도하자,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와의 몸싸움이 심화 됐다”고 설명했다.
<평화나무>의 사실관계 확인 요청에 뉴스1 관계자는 “현장에 있는 기자가 사실을 확인하고 올린 것을 다른 사람이 재확인하려 드는 것은 실례하고 생각한다”며 “그(문을 부순) 사람들이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아니면 누구라고 말하는 것이냐, 심지어 얼굴도 다 있다”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서도 보도 내용을 수정해달라는 식으로 부탁을 하고 있다”며 “그래서인지 연합뉴스도 사진 설명에서 민주당 당직자의 소행임을 더 많이 올리고 있다. 11시 30분경에 같은 사진을 8장 송고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연합뉴스도 이날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 국회관계자들이 26일 새벽 여야 4당의 수사권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빠루’와 ‘망치’를 사용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점거한 국회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그러나 <평화나무>를 통해 밝힌 민중의소리 관계자의 설명은 달랐다. 문을 훼손한 것은 민주당에서 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장의 경호권이 발동된 사안이었다는 것.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공지 문자를 통해 "충돌 당시 국회 내 회의실 문을 열기 위해 망치 등 도구가 사용되었던 것은 한국당의 불법적 회의 방해로 인해 국회의장의 경호권 발동 등 국회 절차에 따라 국회 방호과 직원들에 의해 이뤄진 일"이라며 "민주당 당직자나 관계자는 일절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을 따려고 장비를 동원한 것은 민주당 당직자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 의원은 “의장님께서 이미 낮에 경호권 발동하셨고, 의안과 불법점거로 국회 공무원들을 감금하고 사개특위 개최를 위한 의안 접수 확인 등을 방해하고 있던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들에 대응해 방호과 70여명이 정당한 공무집행을 하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막아선 자유한국당측의 업무방해행위는 또다시 범죄를 구성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언론 소비자의 언론 기사 팩트체크는 불편한일일까.
기자가 확인한 사실을 다른 사람이 팩트체크하는 일은 실례라고 했던 뉴스1은 오후5시18분 사진 설명을 최종 수정했다.
뉴스1은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안건 법안제출을 위해 쇠지렛대와 망치로 의안과 문을 훼손하며 진입을 시도하자, 자유한국당 의원 및 당직자와의 몸싸움이 심화됐다”는 설명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보좌관 등이 이날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의안과 문이 훼손됐다”로 바꾸었다.
앞서 미디어담당관실은 오후 5시쯤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 의안과 사무실 문이 부서진 것은 경호권 발동에 따른 의회경호 담당관실 경위 직원에 의한 직무 집행인 것이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오보’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언론사가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언론소비자에게 ‘실례’라는표현을 쓰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언론소비자주권행동 이태봉 사무처장은 “기자들이 모두 기레기 소리를 듣는 마당에 언론사 기자가 쓰는 대로 다? 믿으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굉장히 안하무인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소비자입장에서 볼 때는 언론기사나 뉴스도 제조 상품과 근본적으로 같다”면서 “이의제기를 하고 따질 수 있는 것이 소비자의 권리다. 그리고 언론사는 이에 제대로 답변할 의무가 있다. 팩트체크를 요청하는 소비자게에 실례라고 하는 것은 우리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최근들어 검증없이 보도해놓고 문제가 발생하면 슬그머니 내리고 책임지지 않는 경우도 더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모두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언론사의 행태에 변화를 촉구했다.
세계적으로 넘쳐나는 가짜뉴스 속에서 ‘사실(Fact)’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가 수집한 사례로?미국에는 2003년에 설립된 펜실베이니어 대학 아넨버그 센터의 FactCheck.org, 2007년에 시작된 워싱턴포스트의 FactChecker, 템파베이 타임스의 PolitiFact를 이른바 미국 3대 팩트체커가 있고, 노르웨이의 팍티스크 (Faktisk)라는 팩트체크 기관은 정치인들의 주장에 대해 소셜 미디어에서의 논의를 주도했고 청중들을 선거로 이끌면서 빠르게 노르웨이에서 유명세를 타게 됐다. 아르헨티나에는 스페인어로 ‘검증된’이란 뜻의 체케아도(Chequeado)라는 팩트체크 기관이 있다.
미국 미디어 교육기관 Poynter이 2015년 설립한 전 세계 팩트체크 기관을 위한 포럼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International Fact-Checking Nework, 이하 IFCN)이 활성화하는 것도 전세계적으로 팩트체크 열기가 확산하는 추세를 반영한다.
IFCN은 미국언론재단(American Press Institute)과 제휴를 통해 팩트체커 양성을 위한 강좌를 진행하는데 팩트체크 기관에 근무하는 종사자부터 팩트체크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학습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언론의 팩트체크 영역이 특정인의 영역이 아니란 것이다.
특히 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 IFCN(International Fact-Checking Nework) 개최로 열린 글로벌 팩트는 ‘10%는 컨퍼런스, 90%는 네트워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팩트체커 간의 소통을 중시한다. 그만큼 열린태도와 소통이 진실을 찾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키로 작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