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위험성ㆍ가정불화' 호소에 귀 막은 한국교회
상태바
'전광훈 위험성ㆍ가정불화' 호소에 귀 막은 한국교회
  • 권지연 기자
  • 승인 2020.09.02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교단들에 연락해 전광훈 씨에 대한 위험성을 알렸지만, 한결같이 ‘왜, 전화했느냐’는 식이었어요. 모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귀찮아했죠.”

전라남도에 거주하는 교인, 이재식(가명, 45세) 씨가 평화나무의 문을 두드리며 극우적 신앙에 빠진 아내 때문에 괴로움을 토로했다. 

평온했던 이 씨의 가정은 전광훈 씨가 작년부터 반정부 집회를 이끄는 동안 매일같이 싸움터가 됐다고 한다. 이 씨는 “우리 가족은 사랑제일교회 교인도 아니고, 전광훈 씨와 밀접했던 사이도 아니”라며 “전혀 관계없는 보이는 사람으로 인해 가정이 겪은 불화와 고통은 너무 컸다”고 털어놓았다. 이 씨의 사연은 전광훈 씨를 제대로 이단으로 결의하지 않고 교인들이 맹신하도록 만든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목사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다음은 이재식 씨와 나눈 일문일답. 

- 전광훈 씨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게 된 것은 언제인가. 

개인적으로는 2018년 아내가 극우적 신앙에 빠져드는 것을 보면서다. 예전에 전광훈 씨가 청교도영성훈련원 집회를 열었던 얘기를 들어왔고, 말씀을 재밌게 하고 청중을 좌우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였다. 전광훈 씨가 목회자 교육도 많이 하는 것 같고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순수한 매력이 있구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당 활동을 하려는 모습이 보이면서 의구심이 들었다. 분단국가에서 반공 사상이 투철한 분들을 보면,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뉴라이트 사상은 더 위험해 보였다. 그래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몇 번씩 정당 창당하고 해도 ‘안 될 것 같은데’라면서 넘어갔다. 그때 당시에는 나도 신앙도 뜨거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되고 2017년-2018년경부터 가짜뉴스가 엄청나게 돌고, 전광훈 씨가 변승우 씨를 가까이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전광훈 씨는 2018년 8월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면서 변승우 씨와 함께 했고, 문재인 대통령 퇴진운동도 함게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더니 변승우 씨 교회 헌당과 임직 예배에 전광훈 씨는 물론 길자연, 지덕, 이용규 한기총 전 대표회장들과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장 같은 분들이 함께 갔더라.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 아내가 극우적 신앙으로 빠졌다고 하셨는데, 언제부터였나. 

집사람은 내 신앙의 멘토였다. 목사를 비판하거나 세상의 시선으로 교회를 바라보는 것을 매우 싫어하고 나도 그 당시에는 믿음이 불붙을 때였기 때문에 교회의 문제점이 보여도 외부에 알리거나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집사람이 2014년경 홍혜선 씨가 한반도 전쟁설로 논란을 일으켰던 당시 거기에 심취한 적이 있었다. 그래도 그때는 한 두 달 안에 봉합하고 정리가 됐는데, 이후로 계속 신비주의, 예언, 방언 축사같은 것에 심취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종교적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점점 극우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특히 해외에 거주하는 가족이 끊임없이 아내에게 가짜뉴스를 공유해 주는 것을 알게 됐다. 대부분 신비주의, 예언, 방언에 집착하며 반공주의와 결합한 메시지들이었다. 매우 위험해 보였다. 

이 씨는 아내가 공유받았다는 유튜브 채널을 줄줄 읊었다. 모두 평화나무가 예의주시했던 유튜브들이다. 이 씨는 가짜뉴스에 점차 물든 아내가 극우교회에 가게 되면서 전광훈을 옹호하는 담임목사의 말을 맹신하면서 전광훈 씨에게서 나타나는 이단성에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 유튜브에서 내는 메시지들은 어떤 내용이었나?

거의 다 반공주의에 대한 것들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산당이고 이 정권이 주사파 정권이라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반동성애, 반이슬람 등 배제와 혐오를 앞세운 내용이 많았다. 사랑의교회가 법적인 소송을 당한 것도 문재인 정권의 교회 탄압이란 내용도 있었다. 그래도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지는 않았다.

그런데 가족이 교회를 옮기게 됐는데, 유명한 극우적 교회였던 거다. 목사님께서 기도를 많이 하고, 북한선교에 앞장서는 교회라고 해서 가게 됐는데, 기승전‘빨갱이’ 설교를 해댔다. 주일 대예배 시간보다 수요예배 같은 시간은 더 심했다.

‘대한민국에 주사파가 50만명 있다’, ‘청와대에도 주사파가 있다’ 심지어 조국 장관이 임명된 날짜가 9월 9일인데, 신사참배 결의한 날짜가 9월 9일이라며 연결시키고 동영상을 시청하게 한다든지, 문재인 퇴진 1천만명 서명 운동도 펼쳤다. 예배를 드리다가 뛰쳐나온 적도 있다. 도저히 듣고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근거도 없는 얘기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강대상에서 선포하는 것이 용납이 안 됐다. 목사는 늘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서 ‘나라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광훈 목사의 광야교회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며 ‘나라가 공산화 되고 있다. 막아야 한다’고 외쳤다. 애국 집회라면서 집회를 계속 열고, 집회를 열면 타지역에서도 사람들이 몰렸다. 신유 은사(병 고치는 은사)가 있는 목사라면서 외부 강사가 오면, 신유의 은사를 베풀고 목사의 메시지에 교인들이 더욱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신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평신도가 봐도 부적절해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나는 힘들었지만, 아내가 보기엔 내가 못마땅했을 것이다. 그래서 몇 번 가출까지 하면서 아내에게 그 교회를 나가자고 했다. 그러나 소용없었고, 해외에 있는 가족들도 내게 ‘사탄마귀짓을 한다’고 했다. 

이 씨의 아내는 우려했던 것처럼 헌금을 갖다 바치거나 가정을 등지거나 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신천지에 빠진 가족을 보며 그 고통을 잘 알았던 이 씨가 갖는 공포는 매우 컸다고 한다. 아내가 궤도를 벗어나는 일은 시간문제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맞섰고, 매일같이 싸움이 벌어졌다고 한다. 

-아내와 불화는 어느 정도였나?

매일 싸웠다. 전화로 몇 시간 씩 싸우고, 만나면 싸웠다. 그러면 안 되는데 서로 몸을 밀치고 싸우기도 했다.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전광훈의 이단성을 짚어주기도 하고, 전광훈 씨가 가까이 하는 변승우 씨를 정통 교단에서 이단성 결의한 것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내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광훈 씨가 청와대 앞에 차려놓은 노숙천막, 일명 광야교회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 

-아내에겐 어떤 신념이 있었을까?

자신들이 하는 것을 3.1 독립운동처럼 생각했다. 3.1운동 당시에도 기독교, 천도교 등 종교를 떠나 힘을 합쳤는데, 나라가 공산화될 마당에 이단이면 어떻고 삼단이면 어떻냐는 논리였다. 게다가 전광훈 씨 옆에 지덕, 이용규, 길자연 같은 원로 목사들이 함께하고 김승규 전 국정원장처럼 명망있는 사람, 장경동 목사처럼 잘 알려진 사람들이 함께하니 더 신뢰하는 모습이었다.

가짜뉴스를 계속 접하던 아내였고 그래서 기도하는 교회가 없다, 나라를 사랑하는 교회가 없다고 생각하던 중 전광훈이 혜성처럼 나타난 거다. 그러니 아내는 전광훈을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지도자라고 굳게 믿었다. 

아내가 계속 빠져들 거라고 우려됐고, 그 세계를 아니까 너무 무서웠다. 게다가 아내는 매우 조용한 사람이다.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더 우려됐다. 서로 집에서 정치적 얘기를 하지도 않았던 아내와 나였다. 선거 때면 둘이 손잡고 가서 투표하고 오곤 했고, 물론 일상에서 투닥러리는 일들은 있었지만, 전혀 문제없는 가정이었다. 우리 가족은 사랑제일교회 교인도 아니고, 전광훈과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사람 때문에 매일같이 집안이 전쟁터가 됐고, 아이들도 불안해했다. 전광훈에 대한 원망, 가짜뉴스를 공유한 가족들에 대한 원망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러다 하나님을 떠날 마음까지 먹었다. 부끄럽게도 극단적인 시도를 두 번이나 했다. 

이 씨는 그동안 교회 목사를 찾아가서 항의도 해보고, 교단들에 문도 두드려 봤다고 했다. 그러나 교회의 담임 목사는 전광훈 씨를 옹호했고, 변승우 씨에 대해서도 “이단이 아니라 이설에 불과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교단들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연락한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 씨의 끈질긴 노력 끝에 이 씨의 아내는 이제는 전광훈 씨의 문제점을 깨닫고 부부 사이의 극적인 화해가 이뤄졌다. 그러나 여전히 극우적 성향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한 가정의 구성원일지라도 서로 정치적 성향, 가치관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가정의 불화를 촉발시킨다면, 그건 이미 종교가 아닌 것이다. 평화나무에는 이재식 씨 외에도 많은 가정의 호소가 들려왔다. 그 고통스런 외침에 응답하지도 못한 한국교회는 그야말로 몰락하는 모습이다. 더 이상 종교는 필요치 않아 보인다. 찾을 것은 예수그리스도, 그분의 정신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비트코인 400억 주인공 실존, 그러나 성공담 이면 살펴야
  • 비트코인으로 400억 벌고 퇴사했다는 그 사람은?
  • 타인 ID 이용 백신맞은 국민일보 취재 논란
  • GS리테일 ‘메갈 손가락’ 논란 일파만파
  • "목사 때문에 이별당했다" 추가 제보
  • '남양주' 조응천, 서울은마아파트로 1년새 4억 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