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임비 30% 이상 증가라고?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성수동 수제화거리가 민주노총 개입이후 1년만에 170여곳이 문을 닫을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17일자 조선일보 기사를 두고 수제화산업 악화로 고통받는 소상공인과 노동자들의 어려움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제화지부 김종민 지부장은 18일 <평화나무>를 통해 “민주노총이 제화산업을 망쳐놓은 것처럼 보도했다"며 "기가 찰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수제화진흥원 관계자는 17일 “특정집단을 공격하는 듯한 기사 내용에 놀라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연락도 취재 봤다”면서 “(조선일보) 기자는 ‘본인이 취재한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기사는 성수 수제화 전체의 의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그러면서 “특정인의 이름까지 거론해가며 누군가의 이권이나 단체 혐오로 비춰지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4월 관악구 봉천동 탠디 사업장에서 민노총 제화지부가 주도해 파업을 벌인 이후 공임이 6500원에서 9000원으로 38% 올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후 성수동 세라제화 본사, 성수동 코오롱FnC 등에서 공임 인상 등을 주장하는 시위가 이어진 탓에 경기 불황에 시달리던 업체들이 인건비 상승을 견디지 못하게 됐으며, 결과적으로 경영자와 제화공 모두 길바닥에 나앉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아울러 조선일보는 “서울 성동구 집계에 따르면 성수동 수제화 업체는 2월 현재 325곳”이라며 “이는 지난해 초(약500곳) 대비 약 170곳이 사라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기사를 팩트체크 한 결과, 상당부분 왜곡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 보도 국내 최대 규모의 수제 구두 생산 단지인 서울 성수동 수제화 거리에서 최근 문 닫는 공장이 속출하고 있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을 중심으로 5㎞ 반경에 수제화 공장 300여곳과 부자재 판매상 200여곳이 몰려있는 산업단지다. 지난 1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찾아와 구두를 맞추고 상인들을 격려했다. 최근 복고풍 감성을 타고 카페와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일대가 크게 떴다. 동네 인기는 건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경기 불황도 계속됐다. 여기에 최근 제화공들의 공임(工賃·신발 한 켤레를 만들 때 제화공에게 돌아가는 비용) 상승이 덮쳤다. 삼중고에 시달리게 된 업체들이 수십 년 회사를 폐업하고 성수동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
조선일보는 “성수동 수제화 골목이 인기를 끌면서 임대료 상승이 심각해 진데다 경기불황에 제화공들에게 돌아가는 공임비 상승이 덮치면서 삼중고에 시달린 업체들이 수십년 일군 회사를 폐업하고 성수동을 떠나고 있다”고 짚었다.
성동구 성수동은 본래 인쇄 공장 등이 밀집한 준공업 지역으로 매우 낙후돼 있었다. 허름했던 동네가 생기를 찾은 건 성수동이 서울형 도시재상시범 사업에 선정된 2014년 이후부터다.
성수동은 원부자재 업체 등 수제화 공장이 밀집해 있는 독특한 분위기에 카페와 식당이 속속 문을 열면서 금새 입소문을 타고 뜨는 동네가 됐다. 교통이 편리한 이점도 한몫을 했다. 그러나 성수동 일대가 주목받으면서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2017년 국회기획재정위원회 간사였던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지역의 임대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 상반기 성수동 카페거리의 소규모 상가 평균 임대료는 4.18%나 올랐다. 이는 전국 평균(0.1%)은 물론 서울평균(0.3%)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성수동 수제화거리 E구역에서 수제화 공장과 소매쇼핑몰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A 수제화 대표는 “(성수동이) 수제화거리로 유명세를 탔으나 정작 수제화집들은 퇴점하는 분위기”라며 여전히 그 이유로 높은 임대료와 원부재자비 비용 증가를 꼽았다.
그는 “우리 공장은 1960년대 지어진 무척 낡은 건물에 위치해 있다. 임대료가 초반에는 매우 낮은 편이었으나 매년 10%씩 꼬박 올라 현재 임대료만 300만원을 내고 있다”면서 “메인거리는 훨씬 비쌀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건물주가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부자재집 대신 음식점이나 카페가 들어서는 추세”라며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서 떠나지 않고 있지만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B구역에서 서울시가 지원하는 매장에서 수제화를 판매하는?A씨는 “성수 수제화 상인들은 직접 판매보다는 백화점과 동대문, 인터넷매장, 지방 도매로 납품을 하고 있는데 중국산 대량유입한데다 전체 경기가 나빠지면서 수주 물량이 줄어들다 보니 영향을?크게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사장이 직접 중국에 가서 판로를 모색 중"이라고 했다.
또 “공임비가 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고 어려운 상황에서 임금 인상이 이뤄지다보니 이대로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면서도 "수제화 업계는 임금인상이 이뤄지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힘들어져 있었다. 산업 전반의 구조를 살피지 않고 민노총이 들어와 (수제화 산업이) 힘들어진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기사 서울 성동구 집계에 따르면 성수동 수제화 업체는 2월 현재 325곳이다. 지난해 초까지는 500곳 안팎이었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170곳이 사라졌다. 성수동 상인들은 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민노총을 꼽는다. 민노총의 개입으로 제화공들의 임금 투쟁이 잇따르면서 업체들이 인건비 상승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줄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조선일보는 “서울 성동구 집계에 따르면 성수동 수제화 업체는 2월 현재 325곳이며, 지난해 초 500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170곳이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성수동 수제화거리를 담당하고 있는 도시제조업거점반 관계자에 따르면 성동구청에서 성수수제화 거리 업체 현황을 공식 조사는 2017년 이후에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성동구청이 실태조사 용역을 진행하려 했으나 사업비 부족으로 미뤄졌다.
그는 “2017년 당시 등록업체 기준으로 성동구에서 실태조사 용역할 때 조사대상 업체는 493여개였고, 이중 응답을 한 업체가 380여개였다. 어떤 사정인지 모르나 응답이 없었던 업체가 110개 업체 정도 됐는데 미응답을 모두 폐업으로 볼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지역에 있는 분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면 수주량이 줄어 폐업한 분들이 많다는 말은 듣고 있는데 정확한 업체 현황은 조사를 진행해 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기사 제화 업체 공임 상승은 작년 4월 관악구 봉천동 탠디 사업장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민노총 제화지부가 주도해 파업을 벌였다. 회사 측은 제화공 공임을 켤레당 평균 6500원에서 9000원으로 38% 올렸다. 이후 성수동 하도급 구두 업체들에서 제화공들의 공임 인상 투쟁이 잇따랐다. 공장들은 30~50% 공임 상승을 약속했다. 당장은 하도급 직원들의 처우가 개선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노동자와 경영자 모두에게 독(毒)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선일보는 탠디 협력업체 제화공들의?공임 상승률이 38%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또 성수 수제화 공장들은 30~50%수준의 공임 인상을 약속했다고?보도했다. 그러나 실제 공임 인상률은 최대 20%를 넘지 않았다.
민주노총 제호지부에 따르면 제화공은 현재 2600명 정도로 추산되면 이중 700명 정도가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다.
김 지부장은 “구두 한켤례당 제화공에게 돌아가는 공임은 6500원-7000원 수준에서 탠디의 경우?1300원 올랐고, 성수동 제화공들의 경우?500원에서 많게는 1700원 올랐다. 인상률은 20%가 안된다”면서 “공임비를 30%이상 올리고 민주노총이 개입해서 제화산업을 망쳐놓은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무척 기가차다”고?반박했다.
<평화나무>의 인터뷰에 응해준 업계 관계자들도 “인상률은 20%”라고 말해 민주노총 제화지부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더 중요한 것은 공임비가 인상된 배경에 있다. 지난해 봄 탠디를 상대로 제화공들이 공임비 인상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할 당시 탠디 협력업체 제화공들의 공임은 8년간 단 한 차례도 오르지 않았다. 성수동 제화공들의 공임비는 무려 20년간 동결이었다. 제화공들은 모두 어둡고 열악한 환경에서 도급형태로 일해와다. 처우도 낮지만 퇴직금도 없었다.
반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탠디의 영업이익은 2007년 27억7000여만원에서 2017년 69억4000여만원으로 10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2007년 3480원에서 2017년 6470원으로 상승한 최저임금 인상폭과 비교해서도?영업이익 증가율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높은 백화점 수수료도 수제화 소상공인들과 제화공들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김 지부장은 “성수동 수제 상인들이 백화점에 납품하는 수수료는 38%-41%에 달한다"면서 "백화점 수수료가 오를수록 제화공 공임비는 줄어드는 구조여서 백화점 수수료 인하 운동도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