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광화문에서 잔치 벌이자"던 고병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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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광화문에서 잔치 벌이자"던 고병찬 목사
  • 김준수 기자
  • 승인 2020.08.1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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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들에게 전광훈 주도 ‘문재인 퇴진 8.15 범국민대회’ 참석 독려
방역당국 집회 참석 확인에 “혼자만 갔다” → “함께 간 교인들과 검사받았다”
다행히 확진자 없지만 인근 주민 여전히 불안 호소
고병찬 목사 맘카페 댓글 언급하며 “싹 다 스캔해 고발할 것”
‘문재인 퇴진 8.15 범국민대회’가 끝난 이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이 시작됐을 무렵, 동화면세점 주차장 쪽에서 ‘운정참존교회’ 조끼를 입은 다수의 참가자들이 뒷정리를 하는 모습. (사진=평화나무)
‘문재인 퇴진 8.15 범국민대회’가 끝난 이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이 시작됐을 무렵, 동화면세점 주차장 쪽에서 ‘운정참존교회’ 조끼를 입은 다수의 참가자들이 뒷정리를 하는 모습.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문재인 퇴진 8.15 범국민대회’에 교인들을 대동해 참석한 교회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 맘카페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일자, 방역에 협조한 사례도 발생했다. 

19일 평화나무에 제보한 파주 지역 주민에 따르면, 지역 맘카페를 중심으로 운정참존교회(고병찬 목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그제야 집회에 참석한 교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자는 고 목사가 지자체 관계자에게 처음엔 자신만 집회에 참석하고 교인들의 참석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지만, 이후에 입장을 바꿔 집회에 참석한 교인들과 함께 코로나19 검사를 받겠다고 하는 등 방역 활동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고병찬 목사는 지난해 전광훈 씨가 광화문광장과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벌일 때 전 씨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대표적인 목회자 중에 하나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교인들에게도 투표를 유도해 평화나무로부터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되기도 했다.

이 제보자는 “집회 전 예배 영상을 보니 8월초부터 코로나19가 급증하는 것을 두고 음모론이라고 하더라. 교회 탄압과 8월 15일 집회를 막기 위해서라는 주장이었다”며 “1,000만명이 모여야 된다고 하면서 야외예배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하고 후기 영상까지 올렸다”고 했다.

운정참존교회가 집회 참석자 명단을 제출하지 않는 등 방역 활동 협조에도 소극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 제보자는 “명단도 제출하지 않고 이틀 동안 제대로 협조하지 않았다. 어제 오후에서야 검사를 받고 오늘 결과가 나온다고 들었다”며 “통화도 했는데, 자신들이 코로나를 퍼뜨린 것도 아닌데 무슨 잘못이냐고 하면서 합리화를 하더라.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했다.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한 이 제보자는 “운정참존교회가 이런 교회인 줄은 전혀 몰랐다. 맘카페를 살펴봐도 가끔 갈만한 교회로 추천하는 글 정도밖에 없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유튜브 영상을 보니, 정부 비판과 가짜뉴스가 너무 많았다. 누가 봐도 정치적인데, 본인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고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간다고 하더라. 논리적 비약과 정신 승리하는 모습이 심각해보였다”고 했다.

맘카페 게시글 중에는 운정참존교회 교인의 자녀가 올린 내용도 있었다. 이 글쓴이는 “15일에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부모님이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다. 보건소로 검사 받으러 가자고 하니깐 증상이 없는데 왜 가냐고 하시더라. 증상이 나타나면 일반 병원에 갈 거라고 하셨다”며 “극단의 조치라도 취하고 싶지만 자식인지라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고 한계가 크다”고 했다.

평화나무가 운정참존교회를 관할하는 운정2동 행정복지센터에 문의한 결과, 지난 18일 고병찬 목사의 사모와 연락이 닿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교인들 모시고 갔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목사님) 혼자만 갔다는 말만 했다"며 "교인들과 함께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는 부분은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 오늘이나 내일 중에 결과를 확인해보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교인들 중에) 알아서 갈 사람이 있으면 갔겠지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개별적으로 갔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고 했다. 혹시나 가신 분이 계시면 보건소에서 꼭 코로나19 검사를 받으시라고 안내를 부탁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퇴진 8.15 범국민대회’에 고병찬 목사뿐만 아니라 운정참존교회 교인들이 함께 참석했다는 사실은 집회 다음날인 16일 주일예배 유튜브 영상의 댓글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목사님 성도님들 어제 정말 감사합니다~’, ‘목사님 뵙고 싶었는데… 그래도 참존교회 간판만 봐도 반가왔어요’, ‘목사님, 성도님 어제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광화문에서 함께 했습니다’, ‘목사님 뵙고 싶었는데~ 세종대왕 상 앞으로 갈수가 없어서. 다음번 야외예배 때 뵙기를’ 등의 댓글을 확인할 수 있다.

평화나무 취재진도 집회가 끝나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이 시작됐을 무렵, 동화면세점 주차장 쪽에서 ‘운정참존교회’ 조끼를 입은 다수의 참가자들이 뒷정리를 하면서 기념사진 촬영중인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8.15 집회’ 참석 독려하며 “최하 1,000만명 모여야”

고병찬 목사는 ‘문재인 퇴진 8.15 범국민대회’를 앞두고 예배 때마다 전교인 야외예배를 드리자는 명목으로 집회 참석을 독려했다. 지난 7일 금요예배에서 ‘모든 것을 잃어도 아깝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한 고 목사는 “8월 15일에 야외예배 드리러 가자.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야외예배 한다”고 교인들에게 광고했다.

집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14일 금요예배에서도 광고는 계속됐다. 집회 당일인 15일에 선발대를 포함해 총 3팀으로 나눠서 출발한다고 안내했다. 교회에서 함께 가지 못하는 교인들에게는 집회 장소인 광화문으로 오라고 했다. 고 목사는 ‘8월 15일은 광화문 세종대왕 앞에서 야외예배드립니다’ 제목의 영상에서 집회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자가 갑자기 늘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집회를 열지 못하도록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조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집회 금지 처분도 비난했다. 고 목사는 “우리 (지역)만 그러지 않을 거다. 다른 지역도 갑자기 다 그럴 거다. 이상하지 않나? 이 정도면 국민들이 눈치를 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랑제일교회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수 없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당시 14일 기준으로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19명이었다. 19일 12시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는 623명에 달한다. 고 목사는 “그 교회 우리도 몇 번 가봤지만 (확진자가) 나올 수 없다. (방역이) 철저하다”며 “우리가 4만명 모이려고 (집회에) 가겠나? 최하 1,000만명이 모여야 한다”고 했다.

고 목사는 “우리를 전교인 야외예배를 (드리러) 가는 거다. 준비물도 많다”며 “바나나도 500개를 준비했다. 주변에 다 나눠주자. 김밥도 200개 들고 간다. 잔치를 벌이자”고 했다. 그러면서 “기독교인이 애국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은 당연한 거다”며 “우리 교회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동성애 반대,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공산주의ㆍ사회주의ㆍ주사파 반대, 한국교회 회개운동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이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집회 다음날인 16일 주일예배 설교에서도 집회 참석 후기를 전했다. ‘구원받은 십사만 사천’이라는 제목으로 설교를 전한 고 목사는 “비가 엄청 내렸는데 사람들이 움직이지도 않고 정말 대단했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종교시설 집합금지 명령도 비난했다. 그는 “여기에서 교회가 물러서면 안 된다. 원래 기독교는 항상 그렇다”며 “하루아침에 자유가 없어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하나님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했다.

‘집회 참가자가 경찰차에 깔려 사망했다’는 가짜뉴스도 언급했다. 고 목사는 “진위를 정확하게 지나봐야 알겠다”면서도 “옛날에 그 사람들은 물대포에 하나 죽었다고 1년 넘게 모든 언론이 시체팔이를 그렇게 하더니, (언론에서) 말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QR코드 덫에 걸린 한국교회’, ‘전자출입명부, 베리칩 전 국민 이동경로 추적’, ‘사랑제일교회 시설 폐쇄’ 등의 이미지를 교인들에게 보여주면서 “한국교회는 계속 도전을 받고 있다”고 했다.

 

파주시 “현재까지 운정참존교회 확진자 없어”

파주시는 지역 주민의 제보를 바탕으로 운정참존교회의 ‘문재인 퇴진 8.15 범국민대회’ 참석을 인지한 이후 교회 측에게 자발적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파주시 관계자는 19일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교회에도 수차례 방문하고, 파주시기독교총연합회를 통해 교회 관계자와 연락을 시도했다고 했다. 파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파주시에서 공식적으로 8월 15일 집회에 참석한 교회로 확인된 곳은 운정참존교회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화요일에 집회 참가자들이 검사를 받았고, 앞으로 잘 협조하겠다고 했다. 주민들의 반발도 알고 있어서 검사 결과를 게시하는 등 후속조치를 하겠다는 이야기도 했다”며 ” “단순히 8월 15일 집회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 교회 폐쇄나 교인 전수조사는 할 수 없다고 민원인에게도 설명해드렸다. 주민분들의 걱정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파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19일 기준으로 고병찬 목사를 포함해 운정참존교회 교인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만약 운정참존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경우 교회는 절차에 따라 폐쇄된다. 현재까지 검사 받은 분들은 다 음성판정을 받았다”며 “검사를 받지 않고 숨기다가 확진이 되고, 광화문 집회에서 감염이 됐다면 고발과 구상권 청구를 밟으라는 것이 경기도지사의 행정명령”이라고 했다.

 

고병찬 목사 “거짓말하는 사람들 그대로 고발할 것”

고병찬 목사는 19일 새벽예배에서 지역 맘카페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운정참존교회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적대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고 목사는 “지금 우리 교회 때문에 파주가 난리다. 수백 명이 댓글을 달고, 수천 명이 봤다”며 “저는 정말 그걸 고발할 거다. 지금은 자유민주주의 시대이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교회가 진짜 그런 줄 안다. 싹 다 스캔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퇴진 8.15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이유도 밝혔다. 기독교인이자 목회자로서 동성애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고 목사는 “맘카페에서 팩트도 아닌 거짓말하는 사람들 그대로 고발할 거다. 교회라서 얌전하게, 순진하게? 아니다. 시대가 그렇지 않다”며 “6.25때 예수 믿는 사람 가만 뒀나? 다 죽였다”고 했다. 이어 “주변에 변호사들 많다. 지금은 영적 전쟁하는 시대”라고 했다.

평화나무는 고병찬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운정참존교회 관계자는 “평화나무와는 이런저런 말을 섞고 싶지 않다. 어떤 이야기도 악의적으로 곡해하고 확대해서 오해해서 보도가 되고 늘 그러기 때문에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여기까지다”라고 했다.

한편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19일 12시 기준으로 623명을 기록했다. 지난 15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8.15 범국민대회’ 참석자 중에는 검사를 거부하거나 치료 중에 도주했다가 검거된 확진자도 있어 방역당국의 고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 14일 설교를 전하고 있는 고병찬 목사. (사진=운정참존교회 영상 갈무리)
지난 14일 설교를 전하고 있는 고병찬 목사. (사진=운정참존교회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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