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 반대로 일치단결한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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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반대로 일치단결한 한국교회
  • 김준수 기자
  • 승인 2019.04.1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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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한국교회가 모처럼 하나 된 모습으로 한 목소리를 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1일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판정을 내리자 한국교회는 위헌 결정에 반발하며 헌재를 강력히 규탄했다.

헌번재판소는 주문 형법 제2691(낙태 여성 처벌), 2701(낙태 시술 의료진 처벌)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임신 여성의 보호가 전제되지 않은 태아 보호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헌법불합치 4, 단순위헌 3, 합헌 2명의 의견을 냈다. 이로써 66년을 유지해온 낙태죄는 사실상 폐지됐다. 낙태죄 조항에 대해서는 2020년 말까지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서기석 헌법재판관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 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임신 초기 태아의 낙태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건 태아의 생명보호에만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명백히 침해한다는 것이다.

교계 언론이 본 낙태죄 폐지는?

낙태죄 폐지 단체 입장 없고부정 보도 압도적

크리스천투데이는 111452분께 속보로 낙태죄 헌법불합치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렸다. 이후 1513분께 보도한 <헌법재판소, 형법 낙태죄 헌법불합치판결> 기사에서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위 조항을 통해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보다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지만, 7년 만에 뒤집힌 것이라며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의 입장을 함께 보도했다.

특히 낙태죄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성명 전문, 사설을 실어가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단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122023분 기준으로 111452분에서 121815분까지 16건의 기사를 보도했다.

합헌 의견을 낸 헌법재판관들의 입장을 자세히 전하기도 했다. 111842분께 올린 <낙태죄 합헌 의견재판관들 태아도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 기사에서 조용호·이종석 재판관의 합헌 의견을 상세히 설명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출생 전의 생성 중인 생명을 헌법상 생명권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생명권의 보호는 불완전한 것에 그치고 말 것이므로,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된다고 보아야 한다태아가 모체의 일부라고 하더라도 임신한 여성에게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소멸시킬 권리, 즉 낙태할 권리가 자기결정권의 내용으로 인정될 수는 없다고 보도했다.

이어 인간이면 누구나 동등하게 생명 보호의 주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태아도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생명권의 주체로서 마땅히 보호를 받아야 한다사회적·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의 허용은 결국 임신한 여성의 편의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이를 허용할 경우 현실적으로 낙태의 전면 허용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해 일반적인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독일보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단에 대한 부정적인 9건의 기사를 올리면서 보도 대열에 합류했다.

기독일보는 111550분께 <헌재, '생명'보다 '선택' 선택하다... 낙태죄 위헌 판결 내려, 선택이 생명보다 상위 가치인가?> 기사에서 크리스천투데이와 마찬가지로 낙태죄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의 입장을 함께 보도했다. 아울러 이명진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과 김미현 교수(프로라이프 교수회)의 인터뷰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입장도 실었다.

기사에서 이명진 소장은 여성의 낙태할 권리를 침해했다는 건 허울 좋은 성적 자기결정권 아래 태아의 생명을 살해하는 것이라며 태아의 생명권 살해를 법적으로 용인하는 건 올바르지 못하다고 발언했다.

김미현 교수도 헌법정신은 모든 생명의 보호다. 국가가 태아의 생명권을 무시하는 건 부당한 것이라며 헌재가 낙태죄 불합치 판결은 이로 인한 부당한 결과를 숙고하지 않은 성급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헌재가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헌법 소원에 대해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린 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어려운 환경 속에서 새 생명을 잉태한 여성과 남성이 용기를 내어 태아의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선택하도록 도와줄 법과 제도의 도입을 대한민국 입법부와 행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의 기사도 눈여겨 볼만하다. 국민일보는 11165(174분 수정)<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교계의 대안은?> 기사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단이 선동에 의한 결과라는 인식을 감추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대거 실었다. 이광호 소장(사랑과책임연구소), 문지호 운영위원(의료윤리연구회), 이명진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 임천영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등이 인터뷰에 응했다.

하지만 국민일보는 산부인과 의사가 제기한 헌법소원을 여성에 대한 차별 프레임으로 짠 장본인은 페미니스트들이라며 이들은 태아를 세포 덩어리로 격하시키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함으로 생명의 절대가치를 폄훼했다. 이 같은 선동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임신에 책임 있는 남성은 어떤 책임도 강제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 내용은 1200시에 올린 <여성의 낙태권선동에 생명 존중 무너졌다> 기사에서 일부 수정됐다. 앞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단이 선동에 의한 결과라는 식의 보도 내용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빠진 것이다.

국민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이명진 소장과의 말을 빌려 다국적 제약업체 입장에서 한국은 연간 100만 건이 넘는 낙태 수요가 있기에 엄청난 낙태약물 구매력을 지닌 나라라며 전 국민은 자신이 납부한 건강보험료가 생명을 죽이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에 맡긴 낙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이뤄진 낙태는 약 5만여 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사연은 2018920일부터 1030일 동안 만 1544세 여성 1만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2017년 인공임신 중절률(1,000명당 임신중절 건수)4.8%, 한해 시행된 인공임신중절은 약 49764건으로 추정했다.

이번 낙태 추정치가 2005년 조사 때(342433)의 약 7분의 1, 2010년 조사 때(168738)의 약 3분이 1 수준인 것을 보면 이명진 소장의 연간 100만 건이 넘는 낙태 수요주장은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이념 문제가 이번 헌재 판단의 영향을 끼쳐다는 뉘앙스의 인터뷰도 있었다. 임천영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지난 10년간 한국사회에 특별한 변경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호와의증인의 종교적 병역회피 문제부터 생명이 걸린 낙태문제까지 헌재 결정에 이념문제가 계속 개입되고 있다결국 공은 발의권이 있는 행정부와 입법부로 넘어갔다. 생명권을 존중하되 극히 예외적 사유 외의 낙태행위에 대해선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을 만들도록 정부와 국회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BS 노컷뉴스가 111850분에 보도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교계 반응은?>에서 거의 유일하게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온 기독교 단체들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CBS는 낙태죄 유지를 주장해온 주요셉 목사(헤세드결혼문화선교회), 한국교회총연합와 낙태죄 반대를 주장해온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기독여민회, 성공회 길찾는교회 등의 입장을 전했다.

기사에서 김신애 목사(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낙태가 아무리 흉하고 고통스럽고 슬픈 일이라도 임신을 중단한 여성은 감옥 갈 죄인이 아니라며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에 처해서 아파하는 사람에게 낙태죄는 수갑을 채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낙태죄 폐지는 생명경시 조장한다

한국교회언론회·기공협·한교연·한교총·한기총·미래목회포럼, 헌재 규탄 성명 발표

한국교회 연합기관들은 낙태죄 폐지에 대해 헌재를 성토하며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포문은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가 열었다. 뒤이어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대표회장 소강석 목사),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권태진 목사),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이승희 박종철 김성복),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전광훈 목사), 미래목회포럼(대표 김봉준 목사)이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단이 내려진 직후인 111632분께 <낙태죄헌법불합치결정 유감이다> 논평을 발표했다. 언론회는 이번 헌재의 결정은 생명을 존중하는 국민들을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시대가 변하고,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공감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다지만, 우리는 생명경시를 조장하는 낙태죄 폐지는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가 변하고, 낙태죄 폐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공감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다지만, 우리는 생명경시를 조장하는 낙태죄 폐지는 절대 반대한다이제 헌재의 낙태죄 폐지 결정은 생명 존엄성을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만들어 갈 것이 뻔하다. 이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언론회의 논평은 기독교 언론을 통해 대거 확산됐다. 논평이 나오자마자 실시간으로 중계되다시피 했다.

기독교한국신문은 논평이 나온 지 7분만인 1639분에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깊은 유감> 기사를 작성했다. 기독일보는 1642분에 <헌재가 생명경시 심화의 길로 우리 사회 끌어들여>, 기독교타임즈는 177분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유감>, 크리스천투데이는 1738분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생명경시 심화의 길로 끌어들여>, 데일리굿뉴스는 201분에 <개신교-천주교 낙태죄 헌법불합치 생명경시 우려> 국민일보는 2025분에 <헌재가 생명경시 길로 끌어들였다> 언론회의 논평을 보도했다.

다른 연합기관들의 성명도 언론회의 논조는 대동소이하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린 헌재를 향한 비난 일색이다.

기공협은 헌법재판소가 11일 낙태죄 관련 조항에 대해 최종적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을 강력 비판한다헌법재판소가 낙태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우리 사회의 생명경시풍조를 조장하는 잘못된 결정임을 지적한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출산율이 0.9퍼센트대로 감소한 상황에서 낙태로 인한 출산율 저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교연은 우리는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이 태아의 생명권 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시한 잘못된 판단이며, 이로 인한 생명 말살과 사회적 생명경시 풍조의 확산을 도외시한 지극히 무책임하고 편향된 판결이라 본다우리는 인구 절벽의 위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고귀한 인간 생명이 보호되기는커녕 함부로 말살되도록 허용한 헌재의 이번 판결에 대한 깊은 유감과 함께 앞으로 벌어질 우리 사회의 부도덕한 생명 윤리의 파탄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개탄하는 바이다고 말했다.

한교총은 헌재의 이번 판단은 인권의 이름으로 인권을 주장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인권을 합법적으로 침탈하게 하는 문을 열었다이후 이 나라는 생명경시 풍조가 더욱 강화 될 것이며, 자기중심적 사고의 확산을 통해 타인의 생명과 삶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유익에 기준을 두는 사회윤리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를 향한 비난에 가까운 성명도 있었다. 미래목회포럼은 이번 헌재 결정은 낙태도 생명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생명권은 하나님께 있지 사람이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인권을 앞세운 정권이 가장 연약한 태아의 인권은 도외시 하고 목소리를 높인 일부 여성의 인권에 손을 들어준 일종의 정치적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교계 언론이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슈에 대해 어느 한쪽의 입장만 전달하는데 급급한 모습은 너무나 아쉽다. 최소한의 기계적인 균형조차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연합기관들의 성명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낙태죄 헌법불합치를 두고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건설적인 논의를 시작해줄 수는 없었을까. 아쉽고 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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