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번방 사건이 대한민국을 떠들썩해지기 전, 전 세계가 경악할만한 성착취물 사건의 판결이 있었다. 바로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에 대한 판결이었다.
웰컴투 비디오는 회원 수가 세계적으로 128만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 인터넷으로는 접근할 수 없고, 특정 프로그램으로만 접속할 수 있는 어둠의 경로, ‘다크웹’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
이 웰컴투비디오의 대표적인 규정이 있는데, 15살 미만의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만 공유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이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2살, 4살 이라는 단어이며 피해자 중에는 생후 6개월 된 아기도 있다. 기저귀찬 아이들의 신체가 훼손되는, 차마 말로 담기 어려운 내용이 가장 인기리에 공유되고 있었던 것이다.
성착취 영상을 다운받기 위해서는 암호화폐를 사용해 결제하거나 새로운 성착취 영상을 업로드해서 다운받을 영상과 교환하는 방식이 사용되었다. 이런 운영방식은 새로운 영상을 위한 성착취 범죄를 계속해서 부추겼으며 운영자와 이용자 사이의 공모관계를 형성해 서로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들었다.
매튜 팔더라는 영국인에 의해 실체가 드러난 뒤로 웰컴투비디오에 대한 수사는 급격히 진행되었다. 그리고 전 세계 32개국 수사기관의 공조수사 끝에 2018년 2월, 웰컴투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를 찾아냈다. 그러나 손정우에 대한 판결은 전 세계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손정우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는데 재발 위험이 낮다면서 취업제한명령도 받지 않았다. 2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손정우가 형기를 다 채울 때쯤, 미국은 우리 법원에 손정우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손정우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기회였다.
그런데 지난 6월 말일, 우리 법원이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거절했고 손정우는 풀려났다. 거절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손정우를 통해 수사 활동에 필요한 정보와 증거를 추가로 수집하고 이를 수사 과정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미 손정우를 비롯한 웰컴투비디오 관련 범죄자들은 수사가 끝나고 판결도 나온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미 웰컴투비디오 관련 수사가 일단락 됐다면서 이미 처벌받은 사람들을 다시 수사하고 다시 처벌하라는 의미냐고 되묻는다. 게다가 아직 찾지 못한 나머지 관련 범죄자를 찾아내는 것도 손정우의 진술이 아니라 IP 추적이나 암호화폐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기술적인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라 굳이 손정우를 국내에 남겨둬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이 손정우에게 적용한 혐의는 아동 착취물 광고, 유포, 자금세탁을 포함해 총 9개였다. 그러나 우리 법원은 아동 착취물에 관련한 혐의는 이미 국내법원에서 판결이 났기 때문에 고려도 하지 않았고, 자금세탁 혐의에 관해서만 인도 여부를 심사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이 자금세탁 혐의마저도 한국에서도 충분히 처벌 가능하다며 미국의 요청을 거절했다.
지난 5월 범죄인 인도 요청 심사를 앞두고 손정우의 아버지가 손정우를 범죄자금 은닉 혐의로 고소했는데, 손정우를 미국에 보내지 않고 국내에서 처벌받게 하려는 의도였다. 결국 재판부는 손정우 아버지의 의도대로 이 사건을 국내에서 다루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범죄수익은닉죄는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벌금형으로 규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성착취물에 대한 이전 판결을 살펴봤을 때 ,범죄은닉수익에 대해서 과연 실형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염려하는 상태다. 미국의 경우였다면 20년까지도 징역형이 나올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실형도 의문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우리 법원이 다른 정부의 범죄인 인도요청을 거절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현행법상 거절 사유는 정치적 성격을 지녔거나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만 해당하는데 손정우의 경우는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판결인 것이다.
2년 전, 손정우를 송치할 때, 한국인 이용자 223이 함께 검찰에 넘겨졌다. 그중에는 한의사, 영어 강사와 같은 아이들과 계속 접촉이 가능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 이용자들 대부분은 벌금형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영국의 경우 웰컴투비디오를 이용해 아동성착취 영상을 공유한 사람은 25년 이상의 판결을 받았고 미국의 경우 120개 아동성착취 영상을 소지한 사람은 징역 8년 보호 감찰 5년 성범죄자등록 명령을 받았다. 그러나 웰컴투비디오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하며 아동성착취 범죄를 부추기고 3천 개 이상의 영상을 유포해 4억 원 상당의 판매수익을 올린 손정우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결국 판결을 내린 판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대법관 후보이자 담당 판사인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에 대해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해달라 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게시된 것이다. 기본적인 도덕심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는 사람이 대법관 후보 자격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 청원은 올라온 지 일주일 만에 50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손정우의 범죄인 인도가 좌절됐지만 어떻게든 다시 가능하게 해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 7일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등법원 단심제로 돼 있는 현행 범죄인 인도법을 대법원 재항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시행일은 지난해 1월 1일로 소급하도록 했다. 따라서 법안이 통과되면 손씨가 대법원에서 범죄인 인도심사를 다시 받을 길이 열리게 된다.
전문가는 우리나라 법원이 웰컴투비디오 사건을 불법 영상 정도 수준에서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아동성착취 관련 범죄는 살인죄 수준의 판결을 내리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도 이 문제를 단순 제공자과 이용자 관계가 아닌 집단 테러로 인식해서 처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착취물에 대한 형벌 자체가 국제사회와 비교해 매우 가볍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는 판결을 내리는 사람들의 성인지 감수성이나 법 감정이 피해자의 고통이나, 사회적인 인식, 국제사회의 기준들을 전혀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