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볼턴 시점 회고록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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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볼턴 시점 회고록의 의미
  • 평화나무
  • 승인 2020.07.1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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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민정 뉴스캐스터
심민정 뉴스캐스터

존 볼턴 미국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쓴 회고록이 공개되었다.

2018년 4월부터 1년 반 재직기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비화를 담은 회고록. 협상을 주도하던 사람들이 현직에 있는 데다 여전히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밀이 될 만 한 사항을 공개해 파장은 컸다.

이 회고록은 사실 관계에 있어서도 큰 논란이 되고 있고, 미국 현지에서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국내 언론은 앞다투어 회고록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는 보도를 하고 있고, 야당은 진실을 밝히라며 성화다. 하지만 회고록을 살펴보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회고록의 저자 존 볼턴은 어떤 사람인가? 이 사람은 한반도 평화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영향을 끼친 사람인가? 
 
존 볼턴은 작년 9월, 트럼프에게 경질되기 전까지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았던 사람으로, 북한을 ‘악의 축’이라 표현했던 조지 부시 대통령 당시에는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이었다. 2002년 볼턴의 방한 이후 한반도는 2차 북핵 위기를 겪어야 했는데, 물증도 없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개발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던 볼턴 덕분이었다. 이후에도 볼턴은 북한은 절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군사적 압박을 통해 굴복시키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제에도 계속해서 열을 올리며 군사적 긴장관계를 통해 동북아의 문제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압축해서 말하면 볼턴은 한반도 평화를 단 한 번도 바란 적이 없는 인물이라는 것.

회고록의 초점은 트럼프가 외교적으로 무능하다는 데에 맞춰져 있다. 싱가폴 회담에 대해 적으면서는 북미회담은 문재인 정부의 창조물’이며 트럼프는 즉흥적으로 끌려 다녔다고 적는다. 또한 볼턴은 북미회담에 끊임없이 3자회담을 요구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하고,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조현병에 비유하는 등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기울인 노력도 깎아내린다. 

그러나 볼턴의 의도와는 다르게 회고록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있어 한국 정부가 얼마나 주도적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북미 협상을 자신의 입지를 위해 이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협상을 방해하는 볼턴과 일본의 만행에도 한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애쓴 사실이 반작용으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또 회고록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사실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일본의 입장이다. 회고록은 일본이 싱가폴 회담 이전부터 남북긴장관계를 조성하고 대북제제를 유지하도록 애를 썼으며, 종전선언을 적극적으로 방해했다고 적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회담에서도 볼턴 자신과 일본의 입장이 계속 같았다고 여러 번 언급한다. 볼턴과 일본이 북핵 문제를 빌미로 한반도에 분란을 조성해서 이익을 도모하는 관계라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회고록을 다루면서 이런 사실을 언급하는 보도는 찾기 힘들다. 일본과 이해를 같이하는 볼턴이 어떤 의도로 이런 회고록을 낸 건지, 현재 긴장관계인 남북관계에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우리 시각에서 더 의미 있는 내용을 다루는 기사가 필요할 텐데 말이다. 그저 볼턴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언급하지 않고, 회고록의 사실 여부를 따져보지도 않은 채,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는 식의 기사만 넘쳐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볼턴 회고록의 사실관계를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밀회담 내용이 공개될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국가 정상들에게 대단한 부담이 될 거라고 말한다. 앞으로는 비밀 회담에서 조차도 진솔한 대화가 오가기는 힘들 거라는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말처럼 볼턴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매우 재수 없는 사람”이 분명한 듯하다. 그러나 살얼음판을 걷던 남북관계가 잠시 숨을 고를 수 있게 된 데에는 회고록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의도치 않게 엑스맨이 되어준 볼턴 덕분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과 가능성을 다시 평가하게 되었다. 뒷걸음치다 쥐를 잡아준 볼턴,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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