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강원도 고성과 속초 지역을 휩쓴 화마로 지역민들의 고통이 큰 가운데 SNS상에서는 '색깔론'과 '심판론'이 난무했다.
SNS상에서는 5일 허경영 씨의 유튜브 영상과 함께 “촛불정권 들어 전국 산불, 건물화재 두 배로, 어제는 부산에서 오늘은 인제에서 산불, 올해에만 산불 332건 발생, 최근 10년 평균의 1.7배 많아”라는 내용의 글이 떠돌았다. 뿐만 아니라 ‘민심을 돌보지 않은 죄 신이 화가 많이 난 것 같다’, ‘북한만 신경 쓰는 이 정권 신이 내린 벌 같다’는 글을 합성한 화재현장의 사진도 카톡을 통해 공유됐다. 화재의 원인이 북측의 소행으로 의심된다는 글도 전파됐다.
팩트체크 1) 올해만 산불 332건 발생, 최근 10년 평균의 1.7배 많다?
산림청이 발표한 산불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0-2019년) 산불은 4095건 발생했다. 평균 410건 발생한 셈이다. 올해 산불은 348건으로 기록돼 있다. 물론 적은 횟수가 아니다. 또 아직 계수에 포함이 안 된 산불발생 숫자가 있겠으나 올해 1분기 산불 횟수가 10년 평균치를 두배가까이 웃돌기는 어려워보인다. 유튜브와 SNS상에서 떠도는 수치는 근거가 없어보인다.
출처=산림청
팩트체크 2) 불의한 정부에 대한 신의 심판?
위 글의 요지는 현 정권이 큰 잘못을 저질러 신의 노여움을 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어느 정권에서나 산불은 발생했다. 1988년부터 살펴보면 노태우(954) 김영삼(2387) 김대중(2430) 노무현(2154) 이명박(1715)으로 정권마다 2000여건 안팎의 산불이 발생했고, 박근혜 정권 4년 동안에도1740건이 발생했다. 더군다나 지난 10년 중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정권교체기가 포함된 2017년(692건)으로 가장 많았고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5년(624건) 그 뒤를 이었다. 신의 뜻을 객관적으로 헤아릴 방법은 없다. 마찬가지로?심판론에 대한 주장을?뒷받침할 객관적 근거도 없는 셈이다.
팩트체크 3) 산불 원인이 북측의 소행?
화재의 원인은 다양하겠으나, 산불 원인이 북측 소행이란 의혹은 더욱 근거가 희박하다.
? 출처=산림청
우리나라의 산불의 절반 이상은 봄철에 일어난다. 이번 산불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이 진화를 어렵게 만든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특히 지구온난화가 산불과 관련이 있다는 논문들이 발표된 바 있다. 포츠담기후변화연구소에 따르면,‘지구 대기가 순환하지 못하고 한 곳에 갇혀버린 현상이 2016년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일어난 산불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내용의 논문이 지난해 8월 ‘사이언티픽 리포트’지에 게재됐다.
또 지난해 7월과 11월 사상 최악의 산불이 연달아 발생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기온이 지구온난화로 1~2℃ 상승해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됐다는 사실을 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이 밝혀낸 바 있다.
강원대학교 이시영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도 2009년에 발표한?‘산불과 기상’ 논문에서 “1960년대와 70년대에 비해 80년대 산불이 감소했다가 다시 1990년부터 산불 발생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며 “이는 기후변화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결론지었다.
산불의 원인을 기상과의 상관관계, 과거 산불 원인, 주변 조건 등을 따져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북측과 연관짓는 것은 합리성과 논리성이 결여된 무리한 시도로 여겨진다.
한편 일부 정치인들까지도 재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보였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화재가 발생한 4일 자신의 SNS에 "오늘만 인제, 포항, 아산, 파주 네 곳에서 산불. 이틀 전에는 해운대에 큰 산불. 왜 이리 불이 많이 나나"라면서 화재의 원인이 현 정부에 있다는 뉘앙스의 글을 올렸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삭제했다.
황교안지킴이 '황사모' 밴드 대표 김형남 씨도 5일 새벽 자신의 SNS에 속초 화재 기사를 공유하며 "산불이 시내까지 번져 마치 전쟁이 일어난 것 같다. 문재앙 정권의 재앙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글을 올려 빈축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