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단체 신학사상 조사,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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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주의단체 신학사상 조사, 정당한가?
  • 김준수 기자
  • 승인 2019.03.2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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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이승희 목사, 이하 예장합동)복음주의단체 신학사상 조사와 관련해 위원 선정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예장합동 신학부(부장 서창수 목사)는 지난해 12월 연석회의를 열고 임종구 교수(대신대), 신종철 교수(아신대), 김성수 교수(전북신학교), 이국진 목사(예수비전교회), 이영식 교수(총신대), 이정훈 교수(울산대)를 위원으로 선정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좋은교사운동, 성서한국, <복음과 상황>,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청어람ARMC에 대한 조사를 맡겼다.

논란의 주된 이유는 현대판 바울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이정훈 교수 때문이다. 청어람ARMC에 대한 조사를 맡게 된 이 교수는 위원 중 유일하게 신학 전공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네오마르크스주의에 물든 좌파가 한국교회와 국가를 해체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쳐 교계 안팎의 우려를 사고 있는 인물이다.

군 법사 출신인 이 교수는 한 기독교 방송에서 나오는 설교를 듣고 회심해 개신교인이 됐다고 말한다. 2017913일 울산서현교회(이성택 목사)에서 '동성애와 이데올로기'라는 주제로 강의한 동영상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각종 집회에 초청되는 인기강사가 됐다. 지난해 1월에는 교회 해체와 젠더 이데올로기(킹덤북스)를 출간하고, 4월에는 엘정책연구원을 설립해 활동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교수는 젠더 이데올로기의 확산으로 한국교회가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은 동성애가 널리 퍼지고,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로 인해 한국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동성애 진영의 논리와 판박이다.

더 나아가 그는 교회 해체와 젠더 이데올로기에서 "한국교회가 바로 이 거대한 이데올로기의 구조를 인식해야만 이들의 공격으로부터 교회와 자본주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혐오 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하겠다는 좌파의 전략 전술은 교회를 매우 위험하게 할 수 있다유럽에서 혐오 표현이라는 이름으로 교회의 입을 막고 좌파들이 사상과 표현의자유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교회의 해체'가 초래됐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교수의 주장은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국교회가 위기에 처해있다는 인식과 함께 동성애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위기감을 부추겨 그릇된 인식을 갖게 만든다.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동성애에 대해 입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가지게 한다는 점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검토 차원의 연구일 뿐이다

복음주의단체 신학사상 조사는 애초부터 무리한 처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해당 단체들에게 사전 질의나 자료 요청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검토 차원의 연구라고 밝히긴 했지만 명확한 조사 이유와 기준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장합동은 지난해 제103회 총회에서 교회개혁실천연대, 좋은교사운동, 성서한국, <복음과 상황>,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청어람ARMC의 설립 목적과 성격을 연구하기로 결의했다. 노회의 헌의안을 신학부가 보고하고 총대들이 동의한 결과였다.

신학부 서기 유웅상 목사는 "한국교회 일각에서 현재 활동하는 기독교 단체들의 설립 목적과 성격, 그리고 목회자와 성도들과 신학도들을 포함한 젊은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성경적·신학적·사회적·사상적·교회적 뿌리와 흐름, 그리고 영향력을 연구·검토하게 해 달라"고 청원 취지를 밝혔다.

직전 신학부장을 지낸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는 당시 <뉴스앤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교회가 어려운 때, 소위 기독교 엘리트들이 본인들 기준에 하나라도 떨어지면 실족하게 만든다. 목회자들의 장점도 있고, 대형 교회 세습 같은 아픔도 감싸 주면서 다뤄야 할 텐데, '없어져야 한다', '그건 교회가 아니다'와 같은 극단론을 편다""교인들이 이런 단체들의 성격을 물어보기에 검토 차원에서 연구한다는 것이지, 조사해서 (이단으로) 처리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조사 대상으로 지목된 6개 단체들은 공동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이승희 총회장과 신학부에 질의서를 보내 공개적인 해명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은 교단 내 특정인의 자의적 판단이 아니라면 교계 단체들을 포함하고 누락한 기준이 무엇인지 해명하라공교단이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연구할 정도의 사안이라면 그만한 엄중한 사유가 있을 것이고 공적으로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예장합동은 상식적으로 거쳐야 할 단계와 절차를 건너뛰고 이런 방식으로 여론 몰이를 하는 이유를 해명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선한 사역 위축시키는 가짜뉴스

복음주의 단체들에 대한 괴담은 가짜뉴스라는 말이 널리 퍼지기 전부터 문화선교사를 자처하고 있는 박성업 씨를 통해 유포됐다.

박 씨는 201347일 유튜브에 '한국 기독교 내에 침투해 있는 간첩 세력의 실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리고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의 논문 표절 사건에 비판적인 성명을 낸 단체들을 종북으로 규정했다.

동영상에서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성서한국, 교회개혁실천연대, 아름다운마을공동체, 기독청년아카데미, 평화누리, 청어람ARMC 등의 단체와 활동가들을 주체사상을 따르는 종북좌파로 언급했다. 박 씨는 이들을 하나님의 심판 위에 한국이 서 있게 만든 원흉들이라며 주체사상파로서 간첩 무리와 연계한다고 주장했다.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입은 개혁연대 집행위원들은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죄로 박 씨를 고소했다.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20131226일과 31일 개혁연대와 성서한국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인정해 각각 300만 원과 200만 원의 벌금형을 구형하고, 이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이듬해 1112일 검찰의 구형대로 박 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박 씨의 주장은 여전히 유튜브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을 통해 성업 중이다. 박 씨의 개인계정 구독자는 22,055(3/26 기준), 그가 배도감별사로 활약하고 있는 ‘KSB 왕국의 역습채널도 12,259(3/26 기준)의 구독자를 자랑한다. 지금도 자막 선교에 동참해달라며 끊임없이 구독자들을 독려하고 있다.

가짜뉴스가 주로 유통되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도 성서한국 소속 목사의 교회와 단체에 재정적 지원을 중단하나님 앞에서 회개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며 복음주의단체들을 근거 없이 비난하는 내용이 잊을만하면 전달되고 있다. 한번 퍼진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기가 어려운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복음주의단체 신학사상 조사결과는 올해 9월에 개최되는 예장합동 제104회 총회 때 보고될 예정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짐작할 수 없지만 자칫 이들의 선한 사역이 위축되고, 악의적으로 왜곡된 정보가 더 퍼지지는 않을지 염려된다. 이제 와서 총회에서 결의된 사항을 철회할 수는 없겠지만, 예장합동은 국내 최대 규모의 교단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위상과 태도로 성실히 조사하고 합당한 결과를 도출해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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