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멸하는 한기총은 정치 이데올로기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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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멸하는 한기총은 정치 이데올로기 확산 우려
  • 김준수 기자
  • 승인 2019.03.2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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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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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25대 대표회장으로 취임한 전광훈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막가파식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전 목사는 지난 21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표회장 취임식에서 좌파 정부가 한국교회를 탄압하고 있는데 좌시하지 않겠다라며 "남로당 찌꺼기와 북한에서 온 주사파 찌꺼기가 붙어서 청와대를 점령하고, 국가를 해체하려고 한다"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게다가 최근 주요 교단 결정을 무색하게 하며 변승우 목사(사랑하는교회, 구 큰믿음교회)에 대한 이단 해제를 결정했고, 연합회 가입 허락까지 했다.

교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나 한기총 홈페이지에도 공표했듯, 전 목사는 “12백만 성도 여러분, 30만 목회자 여러분, 25만 장로님, 50만 선교가족 여러분, 한국교회 언론인 여러분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한기총의 대표회장이라는 자긍심이 가득해 보인다

주요 교단 탈퇴하고 껍데기만 남은 한기총

한기총은 지난 1989년 한경직 목사를 중심으로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를 통해 교회 본연의 사명을 다하겠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했다. 창립 당시에는 36개 교단과 6개 단체가 참여해 유일한 교회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규모와 세를 추월해 대표성마저 확보했다. 그러나 과거지사이다.

한기총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회원 교단 77, 회원단체 17개로 소개하고 있다. 10개 회원 교단, 2개 회원단체는 행정보류 및 회원권 제한 단체로 분류돼있다. 이 중에는 국내 최대 교단이라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을 비롯해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예수교대한성결교회, 대한기독교나사렛성결교회, 기독교한국루터회 등이 포함됐다. 예장합동과 함께 국내 최대 장로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고신, 대신, 합신, 백석 등은 지난 2012년 금권선거 논란을 계기로 한기총을 탈퇴해 한국교회연합이란 새 둥지로 갈아탔다. 현재 회원권을 가지고 있는 교단 중에 주요 교단이라고 할 만한 곳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 정도이다. 대다수는 이름마저 생소한 군소 교단이 점하고 있다

한기총 = ‘이단 옹호·금권선거·정교 유착’ 

한기총에는 늘 따라오는 꼬리표가 있다. ‘이단 옹호금권선거. 한국교회 대표 연합기관이라는 한기총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기도 하다. 한기총과 이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난 201012월 변승우 목사와 재림주 의혹을 받아온 장재형 목사(<크리스천투데이> 설립자)에 이단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을 시작으로, 20119월 주요 교단에서 이단 및 이단성 단체로 규정한 다락방을 영입한 예장 개혁 총회를 회원으로 받아들이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201212월에는 이단 또는 옹호자 등으로 정죄된 교단이나 단체, 개인에게 재심의 기회를 주고자 한다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다락방을 공식적으로 이단에서 해제했다. 20131217일에는 예장합동과 통합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박윤식 원로목사(평강제일교회)에 대해 이단 해체를 단행해 한국교회의 공분을 샀다.

금권선거 논란이 공론의 장에 떠오른 것은 지난 20101221일 진행된 제17대 대표회장 선거. 당시 길자연 목사(왕성교회 원로)는 무차별적으로 자금 살포 사실이 폭로돼 궁지에 몰렸다. 하지만 한기총에 10억 원을 입금하겠다”(엄신형 목사), “전체 실행위원 부부에게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시켜주겠다”(이광선 목사)는 공약을 내걸며 당선된 이전 대표회장의 면면을 보더라도 한기총에서의 금권선거는 일종의 문화였다. 한기총의 부끄러운 모습이 성도들에게도 널리 전해진 순간이었다

금권선거의 후폭풍은 한기총 해체요구와 함께 분열로 이어졌다. 한기총의 개혁을 요구하며 예장통합, 고신, 대신, 합신, 백석 등 21개 교단과 6개 단체가 한국교회연합(이하 한교연)을 창립했다. 이후 한교연과 수차례 통합 논의가 있었지만 늘 불발로 그쳤다. 전광훈 목사 역시 대표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한교연과의 통합을 위한 통합추진위 구성과 함께 올해 6월 말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변승우 목사를 이단에서 해제하면서 기약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정교 유착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한기총은 창립 초기부터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수 편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2대 대표회장을 지낸 정진경 목사는 5·18광주민주화운동 직후인 198086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전두환 장군에게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악을 제거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고, 한경직 목사는 여호수아와 같은 담대한 믿음을 달라고 기도했다. 참여정부에서?국정원과거사진실위원회 위원장을 지낸?오충일 목사는 전두환 정부 당시 안기부의 종교담당 요원이 한기총 창립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종북 척결,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등을 위해 교인들을 동원한 기도회를 열거나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를 적극 지지하기도 했다. 한기총의 새 대표회장으로 취임한 전광훈 목사도 박근혜 탄핵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노골적인 반정부 행보를 보인다. 교계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변승우 목사를 영입한 이유도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보수 세력 결집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기총은 복음전파의 걸림돌이자 장애물

올해로 창립 30주년 맞이한 한기총은 과연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 백종국 교수(경상대)의 말이다

한기총은 태생부터 정치적인 성격이 강했고, 갖가지 스캔들로 얼룩졌던 것이 사실이다. 한국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들이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된 것은 상당 부분 한기총의 책임이 크다. 10여 년 전에도 비슷한 지적을 했었지만, 그 이후로 나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나빠졌다.”

최근 전광훈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정부를 향해 강성 발언을 쏟아 내거나 극우적 행보에 집중하는 현상은 연합기관으로서의 수명이 다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정치학자의 측면에서 보면 자멸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한기총은 그동안 현존하는 권력과 정교 유착을 했다. 이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에 권력의 이동이 생기면서 그 권력을 다시 찾는 데 공헌을 하면 이익이 있을까 싶어 의도적으로 특정한 권력의 편을 들고 있다. 신학자가 아니므로 이단 여부를 판단하는 일은 조심스럽지만, 앞으로 한기총이 과거에 변승우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던 교단과는 더 연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단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인 목회자와 교단과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견해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 갖춰야 할 방향성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한국교회 연합기관은 한국교회를 대표해야지 한국교회의 특정 세대를 대표해서는 안 된다. 연합기관이라면,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대표성을 가져야 하는데, 현재의 구조는 나이 많은 남자들만 남게 된다. 교단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대표성도 약해지고,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극우 편향적으로 되기 쉽다. 각 지역의 기독교연합회에서 세대별, 성별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의원제를 실시하고, 이들이 연합기관으로 진출하는 방향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를 지낸 박득훈 목사(성서한국 사회선교사) 역시 최근 한기총의 행보에 우려를 나타내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연합기관이라면 바른 신학과 신앙 위에 세운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로 여성과 교인들을 깎아내린 전광훈 목사 같은 이를 대표회장으로 세운 일 자체가 현재 한기총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이제 한기총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그동안에 걸어온 길을 성찰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깨달아 철저히 회개하고 다시 시작하거나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스스로 해체하는 것이 한국교회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한다.”

박 목사는 일부 목회자의 견해 임에도 한국교회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과대 대표되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누구든지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정부에 대해서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성찰의 과정이 없었다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신앙적 결론이라기보다 각자의 편협한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 연합기관의 대표라 할지라도 이들의 발언은 한국교회 내 일부 입장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한국교회의 전체 입장이라는 식으로 포장된다. 교회 안에는 전광훈 목사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그런 목소리가 없는 것처럼, 자기 생각을 교계의 입장인 양 말하는 것은 성도들을 우롱하고, 일반 시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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